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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오유치원 (숲*생태*그림책*모험놀이터) 원문보기 글쓴이: 겨레반 심윤제 아빠
개인적으로 썼던 작은 글인데요...
어느 분의 응원에 힘입어 금오유치원에 작은 혹은 큰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글을 옮깁니다.
천방지축, 좌충우돌, 우당탕탕 두 연년생 형제를 어느 한 유치원에 보냈었고,
또 보내고 있는 아주 평범한 아빠의 아주 주관적 생각의 글입니다.
.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시는 분 계시나요?
.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히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며 그 시간이 소중하다 생각하시는 분 계시나요?
. 아니면 가정에선 힘들지만 유치원에서라도 그림책을 자주 접했으면 좋겠다 생각하시는 분 계시나요?
여기 있습니다!
원장님 내외분이 그림책 작가이며 매년 유치원과 구미 관내에서 성대한 그림책 잔치를 개최할 만큼 그림책을 사랑하는 분이 계신 곳이 있습니다.
몇 년째 학부모님과 그림책 공부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고, 그림책이 중심이 되어 아이들을 보다듬어 주는 곳이 있습니다.
"선생님! 개구리는 어떻게 생겼어요?"라는 물음에 스마트폰 리얼한 개구리를 보여주기보다는 개구리 관련된 그림책을 읽고 비 오는 날 빗속 산책을 하며 '개골개골' 개구리 소리 들으러 나가는 곳이 있습니다.
매년 자기만의 이야기로 그림책을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매년 다양하고 유명하신 그림책 작가님들이 방문하여 아이들과 소통하고 놀다 가는 곳이 있습니다.
. 자연에서 뛰어놀고 몸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시는 분 계시나요?
. 스릴 만점 슬라이드 미끄럼틀 보다 모래로 두꺼비 집 짓고 땅따먹기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나요?
. 할로윈데이 같은 외국 축제보다 24절기에 대해 알고 단오, 유두절 등 우리나라 전통 축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나요?
여기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한 번은 유치원 근처로 또 한 번은 유치원에서 조금 먼 특별한 숲으로 숲 나들이를 떠나는 곳이 있습니다.
원장님이 직접 만든 유치원 인근에 위치한 '이야기 숲'이라는 아주아주 멋진 숲 놀이터가 있는 곳이 있습니다.
비가 와도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고 토도독, 토도 토도독 빗소리도 듣고, 첨벙첨벙 물웅덩이도 만나는 빗속 산책을 가는 곳 있습니다.
유치원 앞마당에 유치원 가족들이 직접 꾸민 아주아주 멋진 모래 놀이터, 오두막, 그네가 있는 곳이 있습니다. 꽃과 나무들이 가득합니다. 보리수나무도 있어요. 봄이 되면 인기 만점입니다. 졸업한 중학교 형님들까지도 찾아온다는 보리수 맛집이 있습니다.
할로윈데이? 코스튬? 노노! 경칩나들이도 가고, 진달래 화전도 만듭니다. 단옷날 씨름을 즐기고 창포물로 세족식에 단오선 부채도 만듭니다. 쑥 주머니, 유두절 유두 팔찌, 추석 전통놀이를 즐기는 곳이 있습니다.
. 생일잔치 무슨 간식을 돌려야 하나 고민보다 우리 아이 성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싶으신 분 계시나요?
. 등원 버스 아이들 안전벨트는 잘했는지 안전한지 걱정되시지요? 오래오래 천천히 인사하고 싶은 분 계시나요?
. 이벤트 업체가 주도하는 부모님이 주인공이 되는, 경쟁을 유발하고 1등을 선발하는 운동회가 아닌 선생님들이 직접 기획하고 유치원 가족들이 모두 참가해 서로 배려하고 이끌어주는 아름다운 운동회를 원하시는 분 계시나요?
여기 있습니다!
생일잔치요. 간식 뭐 돌릴지 고민되시나요. 아이 성장일기와 한복만 준비해주세요. 생일잔치하지요! 암요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요. 하지만 잊지 않고 아이들에게 따듯한 그림책을 두 권 읽어주는 "태워나줘서 고마워", "축하해." 따듯한 말 아낌없이 나눠주는 생일잔치. 사랑의 편지가 담긴 그림책도 선물로 주는 곳. 여기 있습니다.
등원버스요. 몇 달간은 부모님들 안달납니다. 어머님들 아버님들... 더 보고 싶고 안쓰럽고 해요. 그래서 버스가 안 가길 바라요.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요? '아... 신호 조금 있으면 바뀌는데...' 빨리 가길 원하시죠. 여기요. 버스 정말 오래 정차해 있어요... 선생님께서 아이들 안전벨트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기다려주고 도와주고 꼼꼼하게 확인하세요. 게다가 정말 푸근푸근 기사님 두 분도 계십니다. 귀엽고 멋진 도토리, 개구리 버스도 있습니다.
"이번 주 저희 첫째 유치원 운동회 가요." 말에 주변 분들이 난리입니다. 춤 시킨다. 노래 시킨다. 그래도 넌 달리기 잘하니까 다행이다. 다음날 앓아눕는다. 등등 많은 걱정과 염려를 해주십니다. 그만큼 저도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솔직히요. 저요. 춤출 각오도 했고요. 노래 부를 각오도 했습니다. 아주 비장한 마음으로 운동회에 갔습니다.
하지만 아니요. 사회자 없고요. 춤도 안 시켜요. 노래도 안 시켜요. 달리기합니다. 순위요? 중요하지 않아요. 선생님들께서 직접~! 손수~! 알차게~! 정겹게~! 준비하시고 유치원 모든 가족들이~! 서로 화합하고 도와주는 운동회... 저는 이런 운동회 처음이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노랑, 파랑, 하늘, 연두, 분홍빛의 아주아주 푸근 포근한 운동회를 즐겼어요.
저 뭐냐고요? 진지하게 와이프에게 얘기했어요.
셋째 낳을까? 셋째 낳으면 유치원에 또 보낼 수 있잖아.
유치원과 헤어지기 아쉬워. 아이보다 내가 더 아쉬울 것 같아.
졸업식이 정말 슬플 것 같아...
3년 넘게 가정에서 보육을 하고 사회로 첫걸음을 떼던 우리 첫째,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보내려 하니 마음이 여간 조마조마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태어나 목을 가누고, 엎드리고, 일어나 한걸음 한걸음 걷고, 뛰고 그렇게 씩씩하게 세상을 누빌 준비를 하고 또 그러하기를 그렇게나 바라왔었는데 막상 나의 품을 떠난다는 것이 어찌나 불안하고 걱정이 되던지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 같습니다.
첫 등원 아침,
"엄마! 유치원 다녀올꼡니다!" 씩씩하게 이야기하고 나간 아이는 다음날부터는 안 가겠다고 유치원 통학버스 승차거부를 하고 유치원 앞에선 드러누우기까지 그렇게 언 한 달을 전쟁을 치르고서야 적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한 달은 아이의 적응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그 이후에는 적응함에 감사한 마음으로 1년을 보냈습니다. 연년생 동생은 같은 해 어린이집을 다니고 다음 해에 금오유치원으로 함께 등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둘째는 형이 있어서 그런지 어린이집 생활을 해서 였을까요? 잘 적응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첫째는 유치원에서 3년 동안 잘 생활을 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둘째는 유치원 졸업반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올해 저는 육아휴직을 하고 있어 그 덕분에 유치원 부모님 책 모임, 일일 숲 도우미를 하며 그전보다 더 유치원과 밀접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전에 그냥 아이를 맡긴 학부모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던 유치원이라는 곳이 이제는 조금은 제집 같고 추운 겨울 따듯한 난로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는 곳이 되었습니다.
1. 숲, 생태, 그림책
금오유치원의 통학 버스에는 '숲, 생태, 그림책' 이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금오유치원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유치원 어린이들은 1주일에 적어도 2번은 숲에 가서 자연과 놀다 옵니다. 비가 오면 숲 산책을 취소하기는커녕 빗속 산책을 해야 한다고 여벌 옷과 우비를 준비물로 가져오라고 합니다. 심지어! 유치원 근처에는 원장님께서 직접 조성한 '이야기 숲'이라는 숲이 있습니다. 옥성자연휴양림, 산동참생태숲, 동락공원 등 구미에 있는 다양한 숲으로 원정을 가기도 하고요. 이런 거창한 숲이 아니더라고 동네에 작은 정자와 운동기구가 있는 햇님 숲에도 놀러 갑니다.
혹자는 '그런 시시콜콜한 곳에 가서 아이들이 무얼 배우겠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요즘 신통방통한 영상이 나오고 삐까뻔쩍 박물관, 놀이터들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정자 하나, 운동기구 몇 개 있는 작은 동네 산에는 사계절이, 맑고 흐린 날씨가, 크고 작은 곤충들이, 많은 이웃들이, 다양한 소음들이 존재합니다. 아이들은 그런 변화를 느끼고 알아가고 자연을 배려하고 친구를 기다려주는 것을 배울 수 있더군요. 아이들과 동행하는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이 자연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주시고 항상 함께 자연을 즐기고 배웁니다.
이런 숲과 생태를 그림책과 연계하여 대부분의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 아이들에게 더 친근하고 진정 교육적으로 다가간다고 생각됩니다. 비가 오는 날엔 비와 관련된 그림책을 시작으로 빗속 산책이 시작되고, 경칩이 다가오면 개구리의 생애에 대한 그림책으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항상 그림책이 선행 혹은 후행됩니다. 마치 아이들의 물음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개구리가 궁금했구나 그럼 우리 '개구리야 안녕' 이라는 그림책을 한 번 읽어볼까?"와 같은 방식의 교육인 것이지요.
2. 그림책 모임, 학부모 숲 도우미
육아휴직을 하며 유치원에서 매년 해오는 그림책 모임에 나가게 되었어요. 설마 아빠가 나 혼자겠어 하며 신청했지만 정말 아빠가 정말 저 혼자뿐이더라고요. 심지어 현재 그림책 모임이 16기까지 진행되었는데 지금까지 아빠는 제가 유일하다네요.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림책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을 갖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림책이 좋고, 아이들에게 많이 읽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조금 더 깊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림책 모임 수료 미션으로 유치원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미션을 진행했어요. 올해로 10년째 교직에 있어 누구보다 아이들 앞에 많이 섰던 저이지만 정말 많이 떨렸습니다.
하지만 떨림도 잠시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 '읽어주세요. 읽어주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하는 눈빛 이요. 팔뚝에 돋는 소름, 읽으면 읽어 수록 저도 아이들도 점점 빠져들어요. 마음속에 솟구치는 보람, 보람과 희열로 제 마음이 가득 찼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림책 모임 수료 이후 16기 모임을 한 달에 한 번씩 이어가고 있는데 9월, 10월 계속 생일잔치 책 읽어주는 일일 책 선생님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아마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저도 모르게 저를 이끌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아이들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인간의 본능일거라 생각해요. 핸드폰 보다 게임 보다 책, 그림책은 정말 중독성이 강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중독되기에 정말 힘들지요. 다들 원하는 중독 아닌가요? 책중독?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가 해주던 옛날이야기, 무서운 이야기를 이불 속에서 들었던 기억들 있으시죠? 다음 이야기가 정말 궁금하고 기다려지고 합니다. 아이들도 똑같은 것 같아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단편적 재미 보다 아이들의 내면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진정한 즐거움을 그림책이 선물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유치원 학부모 그림책 모임이 더 소중하고 감히 유치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사랑이 느껴지는 공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요. 부모님의 사랑 역시 마찬가지 일 겁니다. 물론 어느 유치원, 어느 학교 선생님이 감히 부모님의 사랑 보다 더한 사랑을 주실 수 있을까요. 하지만 유치원에 가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유치원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일일 숲 도우미를 하며 가끔 유치원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사랑방에 들어가면 그동안 아이들과의 추억과 사랑이 담겨 있어요. 유치원 곳곳에 원장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정말 사명감으로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시는 선생님들로 가득한 유치원이라 생각됩니다.
둘째 하원을 갈 때면 항상 긍정적 에너지를 얻어 옵니다.
4. 여긴 찐 맛집이군
간식, 점심에 진심인 곳입니다. 좋은 식자재, 영양 듬뿍, 사랑 듬뿍 조리해 주시고 맛있게 먹는 음식들이 가득합니다.
가끔은 알뜰 살뜰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해 주시는데 무리는 없을지 생각 듭니다. (교육비를 더 내야 하는 건 아닌가...)
유치원 건물 옆에도 옥상에도 텃밭이 있어요. 가을 넘어갈 땐 항상 옥상 난간엔 무청시래기를 말리시더라고요. 아이들과 추수의 계절이 되면 감자, 고구마, 무우를 수확합니다. 그 무우로 깍두기도 아이들과 직접 담급니다. 매실을 수확해서 매실 청도 담급니다. 본인이 만든 김치는 정말 잘 먹어요. 집에서도 자기는 이젠 깍두기 먹을 수 있다고 김치 내놓으라고 성화가 어마어마합니다.
맛으로만 느껴지는 찐 맛집이기도 하지만 진정 숲 찐 맛집, 그림책 찐 맛집입니다.
5. 국어, 영어 학습보다는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도록
많은 어른들은 상당히 많은 영어 교육을 받은 거 알고 계시나요? 그런데 왜 우리의 영어 실력은 왜... 이럴까요? 저는 요즘 아이들의 영어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입식 교육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즐겁게 거부감 없도록 영어 교육을 할 수 있을지는 모든 부모님의 숙제와도 같은 것 아닐까요?
우리 어른들의 대부분은 영어를 학습으로 여겨왔고 그로 인해 어렵게만 느껴졌을 거예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한글 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습을 목표로 아이들의 성취를 확인해가는 학습 방식은 아이들을 초조하게 하고 재미없게 만듭니다.
금오유치원의 국어 교육은 어떻까요? 저도 사실 직접 교실에 가보지 않아 잘 모릅니다만! 아이들은 항상 가방에 알림장을 가지고 다닙니다. 알림장 내용 중에 '하루나눔' 이라는 공간이 있어요. 5세 때는 그날 있었던 키워드를 외워서 집으로 옵니다. 집에서 그 키워드를 부모님과 같이 작성해요. 6, 7세가 되면 아마 원에서 스스로 작성해오는 듯합니다. 아마 선생님께서 칠판에 적어주실 수도 있고 읽어주면 듣고 쓸 수도 있겠지요.
5세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해오던 '하루나눔'이 6, 7세까지 꾸준히 지속되고 그림책과 더불어 아이들 스스로 한글을 알고 싶어 하는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옆에 친구 이름을 쓰게 되고 서로 편지를 나누며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터득해 갑니다.
무엇보다 5세 때부터 지속적으로 그림책을 읽고, 주마다 그림책을 대출해오고, 여러 가지 그림책과 관련된 교육활동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책을 많이 읽고 보고 하는 것이 국어 교육과 큰 연관이 있다고 생각돼요.
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림책을 많이 읽어오고 빌려오고, 그림책 잔치에 참석하고 하니 자연스레 우리 가족도 그림책을 좋아하게 되고 자주 도서관에 들락날락거리게 되었어요.
올해 2학기부터는 '루나샘이랑 영어그림책여행'을 시작하더라고요! 참 금오유치원스럽죠!
영어교육과 영어 그림책이라 정말 찰떡궁합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재작년부터 해주시지...)
학부모 그림책 모임을 하면서 좋은 책을 소개받을 때면 항상 원서를 찾아 읽으려고 노력했었거든요. 아이들과 번역본과 원서의 차이점도 찾아보고, 궁금해하는 단어들을 얘기해 주면 찾아보기도 하고요. 이건 a 야. 이건 b 야. 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익숙해 하는 그림책을 가지고 서서히 노출을 하며 관심을 유도하는 것 참으로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가끔 원서를 읽어 줄 때 아이들이 들으며 바로바로 이해하리라 절대 생각치 않아요. 그저 구린 발음이라도 작은 인풋이 되길 바랄 뿐이죠.
6. 산행
유치원의 다양한 활동들이 있습니다만 등산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많은 산행들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기로는 등산하면 따라갈 운동이 없지 않을까요? 동네 뒷산인 깃대봉과 벼락바위에 갈 땐 지나가던 어른신들이 웃음과 함께 힘내라는 응원을 아끼지 않으십니다. 대견하다. 멋지다는 응원들은 우리 아이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죠.
얼마 전에 겨레, 누리 7세 반 아이들과 할딱고개 산행을 다녀왔었어요. 어른들도 힘든 산행입니다. 등산로에서 마주친 어른들의 대부분이 대단하다. 힘내라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몇몇 분들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걱정 말아요. 가끔은 넘어져도 봐야 일어날 수 있어요. 어른 눈에는 한없이 작고 약한 존재로 보일지 몰라도 우리 금오유치원 어린이들은 꽤나 튼튼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물론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한 부모님들께서 눈에 불이 나도록 위험한 구간은 없는지 힘들어하는 친구들은 없는지 세세하게 지켜봐 주셨습니다.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아이들은 할딱고개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먹는 간식, 멋진 가을 하늘에 떠다니는 새하얀 구름. 무엇을 느꼈을까요? 값진 보람과 자신감을 다들 얻어 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7. 졸업
졸업식마저 금오유치원 다워요. 졸업 전 졸업 밤마실로 국악공연도 선보이고, 아이들과 부모님, 선생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도 있어요. 졸업식에는 부모님이 전해주는 상도 직접 전해주는 뜻깊은 시간도 있어요.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마음을 보다듬어주는 그런 졸업식입니다. 올겨울 첫째가 졸업을 했지요.
이제 내년 겨울엔 둘째가 졸업하겠네요. 똑같은 반복이겠지만 첫째 때는 마지막이 아니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둘째가 아직 있으니까요. 하지만 내년 겨울 졸업은 진짜 금오유치원과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네요.
내년 3월이면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겠지요. 지금이야 당장 유치원에 아이가 다니고 있고 나도 숲도우미니 그림책 모임이니 하고 있으니, 조금 있음 졸업이라는 이별에 청승맞게 아빠가 아쉽네 슬프네 하지만 곧 잊혀지겠지요... 초등학교 입학하면 또 그곳만의 생활에 적응하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싫어요. 그래서 내년에 복직하고도 계속 그림책 모임도 하고 유치원 졸업 방문의 날에도 꼭 참석하고 원호 지나갈 일이 있으면 커피라도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들고 가고 싶네요.
가토 구니오의 할아버지의 바닷속 집 이라는 그림책입니다.
지금은 수면 위에 금오유치원이라는 집에서 행복해하는 아이들, 그리고 제가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바닷속 저 밑 어딘가에 금오유치원이라는 근사한 집이 있을 거예요. 그때면 아마 새로운 집을 지었겠지요.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 보며 울고 웃을 수도 있겠지요. 물론 누군가에게는 잊혀져갈 수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기억이 생생하던, 잊혀져 가던, 잊혀졌던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돼요. 예전에 울고 웃었던 금오유치원 집이 있기에 미래의 아이들, 또 제가 있을거니까요.
참 좋아요. 유치원 대문 들어설 때 보이는 모래놀이터, 오두막, 담장 밑에 꽃들, 수국 나무며 갖가지 나무와 꽃들, 가끔 쓰레기봉투 뒤지러 오는 고양이까지도 정겹게 느껴지는 온통 노랑, 보라, 분홍, 하늘, 주황빛 나의 금오유치원
금오유치원 가자~ ♬
그림책 보며 놀자~ ♩
세시 잔치로 놀자~♪
숲으로 나가 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