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부지방을 물바다로 만들던 장마전선이 제주도 아래쪽에 머물면서
하염없이 내리던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하네요. 더는 큰 피해 없이 물러가는 것 같아 다행이긴 합니다만...
몇 달전에 우포늪에 들렀을 때 동행했던 지인이
'탐조대'를 보고 저에게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새가 놀라지 않도록 숨어서 새를 보는 곳이라고 일러 줬더니, 아직도 사람들은 왜 그리 어려운 말을 쓰냐고 되묻던 일이 생각납니다.
아마 '소강상태에 접어들다'는 말도 그 분은 알아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소강(小康)은 병이 조금 나아진 기색이 있음 또는
소란이나 분란, 혼란 따위가 그치고 조금 잠잠함이라는 뜻입니다. 굳이 이렇게 어려운 한자말을 가져다 쓸 게 아니라, '세차게 내리던 비가 잠시 주춤했다'고 하면 어떨까요? '소강'은 모를 수 있어도 '주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한자가 글자에 뜻을 담고 있어 글자 수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러나 글자 수 줄이는 것보다 우리 얼을 제대로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얼마 전에 예쁜 엽서를 보고 집사람이 "밑그림이 참 예쁘다."라고 말하니, 옆에 있던 둘째딸이 "맞아요. 엄마, 바탕이 참 곱네요."라고 말을 받았습니다. 그런 딸내미를 보면서 역시 유치원에서 일하면서 참 세심해졌구나 싶었습니다.
누구나 어렸을 때는 이렇게 좋은 우리말을 쓰는데,
자라면서 오히려 우리말을 잃어가도록 우리 어른들이 부추겼구나 싶었거든요.
아침부터 더울 것 같네요. 비가 주춤할 때 미뤘던 일도 하시면서 주말을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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