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87)- 2020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도보 대행군 기행록(8)
8. 역사와 문화의 고장 공주지역을 열심히 걷다(공주 정안 –계룡 31km)
8월 14일(금), 오전에 흐리다가 오후에는 맑고 무더운 날씨다. 아침 6시 반에 숙소를 나서 10여분 거리의 면소재지에 있는 식당으로 향하였다. 나이 든 부부가 운영하는 허름한 식당의 음식 맛은 좋은 편, 3년 전에도 들렸던 업소다. 식당 바로 옆의 면사무소가 출발장소, 세종시지회의 임병수 지부장과 세종시에 청사가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청의 청장을 역임한 이충재 님 등 세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다. 이충재 전 청장의 인사, 백의종군길이 산티아고 순례 길처럼 명품 길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하며 열심히 걷겠다.
면사무소 출발 전 몸풀기 모습, 지게 위에 설치한 정안 특산 밤 캐릭터가 흥미롭다
출발에 앞서 최효경 이사가 '걷자, 걷자, 힘차게 걷자'를 선창한 후 7시 반에 면사무소를 출발, 정안천 제방 길 따라 두 시간여 걸어서 북계리 찐빵가게 앞에서 첫 번째 휴식을 취하였다. 기상 예보로 중부는 비, 남부는 맑음인데 구름만 끼고 비는 오지 않으니 그 경계선에 있음인가.
북계리에서 국도 옆의 도보전용 도로가 오인리까지 이어진다. 오인리 거쳐 태실리 마을을 지나는데 곱게 나이 든 아주머니가 다가와 '어디서부터 걸어오냐요? 서울에서 시작하여 전라도 거쳐 경상도까지 걷습니다. 어머나, 먼 길 조심히 가세요.' 진심이 담긴 관심에 감사하며 열심히 걷겠습니다. 걷는 길목의 수촌리 일대는 개발중인 고분구의 중심지, 바쁜 발걸음이라 이를 살피지 못함이 아쉽다.
11시 조금 지나 의당면 소재지에서 점심식사, 설렁탕과 냉면이 주 메뉴다. 말복을 하루 앞둔 금요일이어서인지 손님들이 계속 밀려든다. 서둘러 점심을 마치고 공주 시내를 향하여 발걸음을 빨리 한다. 초입의 연꽃단지가 아름다운 하천부지를 거쳐 예비군훈련장에 설치된 스탬프에 날인 후 이른 곳은 공주대학교 앞 찻집이다. 며칠째 당일참가중인 김명중 씨 여동생이 운영하는 찻집, 일행들에게 성심이 담긴 음료를 제공하는 김경숙 씨의 호의가 고맙다. 점심 후 한 시간여 걷는 동안 습도가 높아서인지 힘들었는데 정성이 담긴 차를 마신 다음 오후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찻집의 아이스파티, 더위를 잊게하는 정성이 담겼다
더위를 식혀주는 이야기 하나, 금강을 가로지르는 공주대교 앞 신호등에 멈춰 서있는데 여성회원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가슴에 기댄다. 당황하고 미안한 표정인 것을 눙치느라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감히 청하지는 못할 일이나 본래부터 간절히 바란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하니 당사자는 물론 주변의 여럿이 시의적절한 표현에 수긍하는 모습이다. 때에 맞은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
공산성과 아름다운 시가지를 조망하는 다리를 건너니 계룡면 방향 도로가 길게 이어진다. 도로변에 마땅한 휴식처가 없는 단조로운 길, 다행히 길옆 제법 큰 교회 앞의 휴게 탁자가 고맙고 조용한 초등학교에 들어서니 관리하는 직원이 문이 잠긴 건물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풀어 감사하다. 행로 막바지에 이르니 도착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김명중 씨의 동향 친구들 4명이 마중오는 길에 캔 맥주와 시원한 음료를 한아름 사들고 우리 일행을 맞아주는 우정이 보기에 좋고. 이래저래 무더운 날씨의 오후 걷기를 무사히 마치고 계룡면소재지 2km 전방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무더위 속 31km를 흥겹게 걸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청의 약칭은 행복청, 그 기관의 전직청장 등과 함께 걸은 여정이 행복하여라.
저녁식사는 숙소 인근의 깔끔한 식당, 불가피한 사유로 며칠간 자리를 비운 배준태 단장의 귀환을 맞아 건배를 나누며 일주일째 걷기를 잘 마무리하였으니 나머지 일정도 차질 없기를.
연꽃단지를 지나는 일행의 발걸음이 듬직하다. 걷는 내내 평안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