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새롭지 않을 요즘이고 보면 무르익는 봄날을 즐겨야 할지 망서리게 된다.
한 계절을 보내면 또다른 계절을 맞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시 한 세월이 그저 스스륵 사라져가는 느낌이 드는 고로.
그러다 보면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날들은 어느샌가 퇴색하고 희미해 질 터.
어쨋거나 오늘도 어김 없이 아침 음악을 선정한다.
한때 드라마 도깨비 ost로 유명세를 치뤘던 크러쉬의 "Beautiful"을 싱어게인 17호 출신의 한승윤의 음색으로 듣는다.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먼저이고 훨씬 톤다운 된 부드러운 음색이 이른 새벽을 가른다.
It's beautiful life 난 너의 곁에 있을게
It's beautiful life 너의 뒤에 서 있을게
beautiful love 하늘 아래 너와 있다면 숨쉬는 것만으로도 좋아
어차피 드라마는 보지 못한지라 ost가 전하는 드라마 메세지는 관심 없다.
하지만 그 선율과 가사가 어찌나 마음을 울리는지 그냥 흥얼거릴 수 있는 그 순간이 그저 좋기만 하다.
그러다가 어느 틈에 몰입하여 들려지는 그 멜로디를 듣는 순간, 노랫말이 귀에 들어오는 순간.
도포자락 휘날리며 무설재를 찾아들었던 세상에 없는 계룡산 도인 친구 "법ㅎ선생"이 기억 속으로 후욱 들어왔다.
어느 날 내 인생에 슬그머니 들어왔다가 예고편 없이 세상을 훌쩍 떠나버린 동갑내기 친구 법ㅎ선생.
그 또한 삶자락 끝에 매달려 스스로 저잣거리 삶에 마침표를 찍고 불현듯 슬그머니 사라진 후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속세에서 누리던 흔적들을 지워내고 계룡산 도사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으나 살다보니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감이나 존재감이 별 것도 아니라는 사실과
그렇게 시달리고 살아간들 결국엔 또 부대낌만 철철 넘치는 치열함만을 요구할 뿐인지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자 마음 먹었다.
하여 잘나가던 무역상사의 허울좋은 직책 따윈 가볍게 벗어던질 수 있었음이나 가족과의 분리는 사실 어려움이 컸을 터.
그의 가정은 가부장의 결정타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위정자 집안이었으며 그와는 괴리감을 불러일으키던.
그래도 독하게 마음 먹고 홀연히 가족들로부터 사라진 채 저홀로 계룡산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또다른 세상에 몰입하며 거국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제3의 삶의 시작하게 된 내 친구 법ㅎ선생.
그런 그였기에 세상사람들과의 소통과 대화, 이해도와 시선들로부터 이해받거나 자유롭지는 못했을 터이나
나름 스스로 터득되어진 그 세상 속에 함몰된 채 자기만의 세상 속을 노니는 사람이 되었다.
그 자기만의 세상은 어느덧 일가를 이뤄낸 결과물로 드러나 누구와도 비견되지 못할 스승이 되어버린 까닭에
그 곁에 또다른 세상관을 지닌 사람들로 북적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유롭기 위한 선택에서 보란듯이 절망당할,
그는 또 그의 세상에 제3의 인물들의 합류와 조직이라는 명제에 갇혀 허우적대기 시작한다.
그가 버린 세상 속이나 다시 찾아든 세상 역시 돌아가는 이치는 결국 같다는 사실에 괴로워도 하고 실망도 하였음이나
결국 그런 모든 것을 포함해 수용하다보니 어느새 계룡산 지기들에게 추앙받는 그런 자리, 경지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헛헛한 세상사는 그를 완벽하게 충족시키지 못하였음이니 오호 애재라.
하여 유난스럽게 친할 수 있었던 그와 나와 우리....그 교류와 소통은 너무나 심오하기까지 하여
그런 즐거움과 다담은 또 어디서 만나 볼 수 있을 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금 한승윤의 보컬로 들려지는 "Beautifu" 한소절이 다시금 지나간 기억에 불을 지른다.
"세상에 너와 닮은 추억이 또 덩그라니 내게 남겨져 있어 너와의 기억, 너와의 추억.....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내게 sorrowful life sorrowful day
내 곁에서 떠나지마 추억 속에 내가 살지 않도록 it's a beautiful life"
그렇다.
어느 날 훌쩍 들어와 오래도록 함께 하던 그 시절엔 계룡산 자락을 숱하게 들락거렸다.
세상사는 물론 스스로 터득한 이치로 타인의 몸과 마음의 치유를 기본으로 하는 그의 일상 속에 들어가
그와 나누는 다담 속에서 소소한 일상이나 치료, 과학적 의미와는 상관이 없는 온갖 불가사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
그 기억들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친구 법ㅎ선생과 다녔던 길자락의 흔적들은 곳곳에 산재해 있어 더러 그곁자락을 지나다 보면
잊었던 기억과 추억들이 그야말로 새록새록....하지만 슬픈 기억으로 자리하지는 않았는지
마음이 미어지거나 슬픔으로 전이되지는 않는 듯하다.
그저 오랜 내 친구 잘 있지? 정도로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휘리릭 하고 그 친구가 생각날 때가 있다.
한동안은 매주 지인과 절친과 찾아들었던 계룡산에의 추억이 너무나 소중했던 고로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고 전화 목소리가 기억나는 지라.
이제 그 친구와는 작별할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도록 기억 한켠에 밀어두었었다....펼쳐내보이기엔 너무 많은 기억들이 저장되어있으므로 꺼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전에 지인이 무심히 툭 하고 던진 "계룡 초등학교 근처....저수지"라는 말에 아닌 척 하였지만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그가 들려준 마지막 전화통화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중략, 사랑하는 친구여, 잘 계시게나."
마지막이 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그의 죽음 앞에는 망연자실.
그리고 더 이상 그곳 계룡산은 내게 친밀감을 상실하게 되었고 발길도 끊었던 것.
그리움은 보랏빛으로 번져가지만 그 친구와의 즐거웠던 날들은 블루라고 지칭하게 된.
그렇게 내 친구 볍ㅎ선생은 이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지금쯤 저 세상에서 하늘 여행을 마치고 안온한 자리에 앉아서 아랫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을 라나?
그 친구와의 작별은 오래도록 가슴 속 멍울 처럼 남겨져 있었으므로 이후로는 거론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기억 속에서, 추억이 더 옅어지기 전에 스스로 이별을 고하고자 한다.
그 세상에서나마 잘 계시게나 라고.....
**********젊은 날, 숱한 고뇌와 갈등과 불투명할 미래에 끝없는 시비를 걸고 투쟁을 하며 자신을 닦아세우면서
꿈꾸던 이상향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휘청거리기도 하였지만
결국엔 그저 모든 것은 살아가는 과정을 마무리 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그런 날들의 연속.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숱하게 만나고 헤어졌던 사람들이 기억나던 이 시간도 안녕이다.
사실은 아름다웠을지도 모를 지난 날의 기억들이다.
그 기억을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문득 온 몸으로 전해질 때 불현 듯, 미친듯이 지난 날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더불어 인생에 속도가 있다면 어디쯤에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컨트롤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있을까를 가늠해보았지만
결국 모든 선택은 본인의 몫이라는 사실만 남겨졌다.
"It's beautiful life beautiful day 너의 기억에서 내가 살텐데
beautiful life beautiful day 내곁에 머물러줘"...........라는 노랫말이 가슴을 후비고 들어오지만
이젠 정말 안녕.
안녕.
안녀엉.
추신 : 추억여행 하는 동안 별별 생각이 떠올려졌다.
쥔장의 인생에 동반을 하였거나 많은 울림을 주었거나
여전히 함께 하거나 앞으로도 계속 될 인연지기들.
그들이 시절인연이던 계속될 인연이던지 간에 살아오는 동안
함께 한 시간들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즐거웠거나 피폐하였거나 고통이었을지라도
희노애락의 다리를 함께 건넜던 인연자락들 덕분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10편의 기억을 끝으로
한승윤의 음색으로 듣는 음악과 함께 하는 추억여행은 마무리 하는 걸로.
기억과 추억 속을 오가며 행복하였노라.......고
첫댓글 긴 추억여행이 끝을 내는군요. 내가 그대를 만난즈음 가끔 계룡산으로 가곤하더만 바로 법ㅎ선생 때문이었던듯~!
맞습니다요....일주일에 한 번은 꼭 다녀오곤 했던.
이젠 지울 시점이 된 듯 합니다.
놓고 비워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