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산나물의 계절
2023년 5월 22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초사흗날
산골의 아침은
날씨가 좋으나 궂으나
한결같은 것은 싱그럽고 상쾌함이다.
이제는 그렇게도
지겹게 내리던 서리 대신에
밤새 내린 이슬의 촉촉함이 마음을 적신다.
5월도 어느새 하순으로 접어든다.
한낮의 강렬한 햇볕은 봄을 제껴버리고
한 계절을 뛰어넘어 곧장 여름으로 향하는 것 같다.
산골의 봄은
뒤늦게 헐레벌떡 숨차게 달려왔는데
숨 고를 겨를도 없이 여름에 등떠밀려 가려는 걸까?
그렇기는 하지만
의리있는 산골의 봄은 해야 할 도리는 다하는 듯,
봄꽃들로 수를 놓고 연두색으로 장식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풀도
제각기 이름이 있는 야생초들인데 왜 미워할까?
촌부로 살아가는 이 영감탱이 생각으로는
아마도 먹을 수 있느냐, 꽃이 예쁘느냐가 아니고
농작물 심은 곳을 침범하느냐로 판단하는 것 같다.
제아무리 이름이 있는 야생초이고
나물로 먹을 수 있고 꽃이 예쁘다고 해도
정해진 영역을 넘어서면 가차없이 잡초 취급이다.
바로 어제 이놈 촌부가 그런 몹쓸 짓을 했다.
밭가의 야생초들이 슬슬 영역을 넓히고 있는지라
호미에 손괭이까지 동원, 일단은 깔끔히 정리했다.
아마도 쪼그리고 앉아 잡초를 캐고 매는 꼬라지를
마을 아우가 봤으면 "제초제 확~ 쳐버려요!"라고
했겠지만 밭에 농약을 들이기가 싫어 몸고생이다.
아내와 처제가 나물을 뜯는 모습이 보였다.
날씨도 더운데 산나물의 계절이니까 나물이나 좀
뜯어볼까 하고 단지를 돌며 잠시 꽤 많이 뜯었다.
잠시후 아내가 "오전내내 밭가에서 잡초를 잡느라
수고 많았수! 나물까지 뜯고..."라고 말을 흘리더니,
"힘들어? 뒷산에 고사리 꺾으러 갑시다!"라고 했다.
아내와 함께 가까운 뒷산 고사리 군락지에 올라가
숲속을 이리저리 뒤지면서 고사리를 조금 꺾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기분좋게 산책삼아 다녀왔다.
앞마당 야외탁자에 뜯고 꺾어온 나물을 펼쳐놓고
아내와 함께 나물을 다듬어 종류별로 나눠놓았다.
다듬어 놓으니 잠시잠깐 뜯어온 나물이 꽤나 많다.
저녁식사후
바람도 쐴겸 혼자 밖에 나와 더덕덩굴이 감고 타고
올라갈 수 있게 지지대 몇 개를 세워주고 있는데...
마을 제수氏가 전화로 뜬금없이
"뭐하세요? 손님 접대는 안하시고..."라고 했다.
"카페에 오셨어요? 여기서는 안보이거든요."
아내와 처제에게
"마을 아짐氏들이 왔다니 카페에 내려가보세!"하고
내려갔더니 네 분이 커피 마시러 오셨다고 했다.
조금후 아내와 처제도 내려와 인사를 했는데
처제는 남아있고 아내는 이내 집으로 올라갔다.
실례가 될까봐 손님들 몰래 처제에게 물었다.
"언니 무슨 일이 있어? 왜 금방 올라가버리냐?"
처제가 웃으면서 "비밀인데... 형부 몰래 해야하는
일이 있다네요."라고 하여 뭔일인지 알 것 같았다.
마을 손님들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뒤
내려가시고 집으로 올라왔더니 예상한 그대로였다.
아내가 다듬은 나물을 또다시 혼자 다듬고 있었다.
"이 사람아! 다듬은 나물을 왜 또 다듬는거야?"
"영감탱이가 다듬은 것은 믿을 수가 없다니까!"
지금껏 그래왔으니 그러려니 해야지 뭔 말을 할까?
그렇게 또다시 다듬어 종류별로 데치기 시작했다.
그 일은 도와주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 같았다.
데쳐 채반에 담으니 꽤 많다. 다섯 개 채반 가득...
산나물의 계절에 있었던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여
옮기느라 두서없는 글로 횡설수설을 하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촌부의 산골살이 기록인 것을...
첫댓글 언제나 풍성해 보입니다.
마치 촌부님을 보는 듯해서 풍요로움이
더욱 신선하게만 느껴집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아이구~
언제나 라고 하시니...
아무튼 감사합니다.^^
보람찬 한 주일 되세요.
으아. !!!!부자다. ㅎㅎㅎㅎㅎ
허걱~
부자라니요.
소소한 산나물인걸요.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절의 여왕 5월도
어느덧 하순~
어제는 짜투리 시간에
성북동 길상사에
다녀 오면서 친구가
다래순을 정성껏
데치고 말려서
한 봉을 선물했어요.
깔끔히 마른 잎에서
신선한 냄새가 좋아요
촌부님 댁에는 이런
나물 향이 언제나 그득하겠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특히 이곳 산골은 서리가 멈춘지 며칠 안되었고 엊그제 밭에 모종을 심었는데 벌써 봄이 가려고 하는군요. 길상사에 한번 간다간다 하면서 틈을 못내고 있습니다. 법정 스님을 존경하거든요. 다래순은 묵나물 중에 으뜸이지요. 맛있게 드시고 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풍요로운
봄향기가 가득 느껴집니다
봄의 향기, 봄의 정취를 느낄만 하니까
어느새 지각했던 봄이 서둘러 떠나려고
하는군요.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봄나물이 입맛을 돋굽니다.
부러운 일인입니다요.
자연이 주는 산골살이 특혜이지요.
제철에 싱싱한 것을 먹기도 하고
다른 계절에 먹기 위해 묵나물로
말려 보관합니다. 아우들에게 나눔도 하구요.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