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단풍산은 지난 2011년경 강원도에서 일시 거주하고 있을 때
풍류시인 김삿갓의 묘와 생가가 있는 영월 마대산 산행 후 이 앞을 지나가면서 나의 시선을 끌었지만
어쩌다보니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부산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오래동안 버킷리스트에 간직하고 있던 단풍산을 부산의 산악회에서 간다고 떳다
부산에서 강원도 오지의 산들이나 경기도의 산들은
장거리 차량이동에 따른 시간제약상 산행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더군다나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언감생심인 것이다
<참고사진> 솔고개에서 조망되는 단풍산 전경
산꾼들을 손짓하며 부르는 듯한 저 산을 보고 어이 혹하지 않으리~
단풍산은 백두대간 함백산이 서쪽으로 뻗은 능선상의 백운산에서 서남쪽으로 가지를 쳐 매봉산을 일으키고
계속 서쪽으로 이어져 직동천과 옥동천에 막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지맥을 다한 곳에서 솟은 바위산으로
남쪽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고 정상부의 바위지대와 주변을 흐르는 옥동천이 절경을 이루고 있는 산이다
11:44 영월군 산솔면 녹전리(태백산로)
부산 동래에서 6시 30분에 출발하여 5시간 동안 달려와 이제서야 산행을 시작하는데
산악회에서는 겨울해가 짧으니 A코스는 5시 30분까지는 무조건 하산을 완료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B코스는 단풍산만 타고 바로 내려오는 코스다
버스에서 내리면 뒤로 봉긋봉긋한 단풍산을 배경으로 걸출한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솔고개 소나무
수령이 300년이 넘는 이 노송은
단종 임금이 승하한 후 태백산 산신령이 되어 쉬어가던 단종의 영혼을 노송이 배웅했다는 설이 있고
고개 위에 정2품 송을 닮은 노송이 있어 지명을 솔고개라고 정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이 노송은 제약회사인 조선무약의 심볼 마크를 닮아 이 제약회사에서 매년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날씨가 잔뜩 흐려 단풍산의 아름다운 암봉이 제대로 조망이 않된다
오늘 오후 3~4시경에 비 예보가 있는데 겨울철 우중산행이라면 난감 그 자체다
단풍산 남쪽 사면을 그대로 치고 올라가는 등로는 처음부터 가풀막이다
이제 겨우 반 정도 왔는데 아직도 허리를 바추 세운 산길은 계속된다
암릉지대를 치고 오르는 암팡진 오르막길
며칠 전 진천 두타산에서는 계속되는 오르내림에 지치고 말았는데
오늘은 다행히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짙은 안개속에 저기 단풍산 정상부의 암봉들이 가까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단풍산에는 단풍나무가 없고 그저 산 이름만 단풍산일 뿐이다
산 모습이 단풍나무를 닮았다고해서라는데 어디가 단풍나무를 닮았나
정상부의 옹기종기 삐쭉삐쭉한 암봉들의 모습이 단풍나무의 잎을 닮았다는 것인가.......
12:54 첫 번째 전망데크
짙은 안개로 내려다 보이는 조망은 거의 시계(視界) 제로 수준이다
13:08 주능선 안부
두 번째 전망데크
단풍산 정상을 이루고 있는 암벽들이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고
계속되는 오르막이 멈추고 이제사 단풍산 정상에 다 왔다
13:27 단풍산(丹楓山) 정상 / 산행시간 : 1시간 43분
나무에 가려진 정상에서의 조망은 없다... 더구나 안개까지.......
단풍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매봉산을 향하는데
매봉산까지 사이에는 아무런 이정표도 없고 산길은 희미해서 길 찾기에 유의해야 한다
14:13 섬지봉(1,115m)이라는 시그널이 걸려 있는 봉우리
이 아래에 있는 골의 이름이 섬지골이라 섬지봉으로 누군가가 작명을 하였나보다.....
이렇게 산 이름을 함부로 갖다붙여도 되는건지.....
안개 속에 매봉산이 흐릿한 실루엣으로 저 멀리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비 예보가 있더니 비 대신 싸락눈이 잠깐 내리다가 이내 멈추어 한시름 덜었다
한겨울 추위를 먹고 자라는 겨우살이
뽕나무에서 자라난 겨우살이가 특히 항암에 약효가 좋다고 한다
오뚝하니 위압적인 모습의 매봉산...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다
저 매봉산을 바로 치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왼쪽으로 다소 완만한 긴 오르막을 올랐다가 정상으로 이어지는 코스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중간중간 길을 막고 서 있는 큰 바위들은 옆으로 난 토끼길을 조심스럽게 돌아간다
삭막한 겨울산에서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푸른 조릿대 군락
15:43 금뎅이골/상동휴게소/서봉 갈림길
매봉산 정상과 서봉이 갈라지는 갈림길 안부에 배낭을 벗어두고 서봉 쪽으로 가면
금뎅이골과 상동휴게소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매봉산 정상을 갔다가 서봉을 오른 후 이곳에서 상동휴게소 쪽으로 하산을 했던 5명은
하산 완료시각인 5시 30분을 지나 깜깜한 어둠속에서 조그만 후랫시 하나에 의존하여
고생끝에 늦게나마 무사히 도착하여 마음 졸이고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을 한숨 쉬게 만들었다
15:45 서봉
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너무나 장쾌하여
함백산을 기준으로 금대봉과 태백산이 보이고, 태백산 우측에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따라 구룡산과 선달산이,
선달산을 따라 잠시 오른쪽으로 가면 소백산이 솟아있고
그리고 옥동천 바로 위에는 삼동산과 목우산, 어래산과 마대산이 나름대로의 풍경을 뽐내고 있으며
옥동천을 지나고 녹전리로 다가가면 운교산과 망경대산이 자리를 틀고 있고
그 우측으로는 예미산과 질운산, 두위봉과 백운산이 또 다른 하늘금을 그리며 솟구쳐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 답답하고 아쉽기만 하다
서봉을 찍고 돌아서서 마지막 봉우리를 오르면 이윽고 매봉산 정상이 나온다
16:01 매봉산(每峰山) 정상 / 산행시간 : 4시간 17분
안부에서 마주쳤던 5명이 매봉산 정상에서의 하산길은 급경사로 위험하다면서
서봉에서 하산을 해야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 좋다며 서봉에서 하산을 하자고 권유하였지만
나와 또 한 명, 둘이는 매봉산 정상에서 맷등이골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내가 사전에 찾아본 산행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봉산 정상에서 바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하였기에
그리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에 내가 맷등이골로 하산을 하자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16:20 맷등재
매봉산 정상에서의 하산길은 수북한 낙엽속의 경사가 급한 길이었으나
위험할 정도의 급경사는 아니었고 흔히 겪는 수준 정도의 경사길이었다
맷등재에서도 경사가 제법 있는 내리막 하산길을 10여분 정도 진행하니
나중에는 완만하고 넓직한 임도 수준의 하산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16:54 농장 원두막으로 사용하는듯한 건물이 나오고
5시가 가까워지니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여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안심이 되고
헤드랜턴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는데 겨울산 산행시는 필수로 챙겨 지니고 있어야겠다
반가운 뉴스 꺼리
부산의 금정산막걸리가 이곳 강원도 영월까지 진출하였네.....
그런데, 마을 한가운데도 아닌 마을에서 제법 거리가 있는 이런 산속에 저장고가 있다니 알쏭달쏭이다
드디어 어둠이 내려앉은 날머리 아시내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뒤돌아본 산쪽 날머리 모습
마을 앞을 흐르는 옥동천과 통나무다리
17:10 영월군 상동읍 천평리(태백산로) 아시내마을에서 산행을 마친다
총산행시간 : 5시간 26분
산악회원들 모두 원대복귀가 늦은 서봉에서의 하산팀들을 기다리고 있다
비슷한 시각에 출발한 우리는 5시 10분에 하산을 완료했는데
그 팀들은 6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기진맥진하여 내려왔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늘의 하산식은 경북 의성에 있는 봉양한우작목반의 소고기전골이다
여러 산악회에서 이 식당을 하산식 식당으로 이용을 하다보니 나도 벌써 서너 번째다
다른 날에는 4명이서 먹었는데 오늘은 한 테이블에 3명이서 먹다보니 양이 푸짐하고 맛있다
소주 한 병이 금세 바닥을 보인다~
왼쪽에 계신 분이 88세이신데 작년에 6,000봉 산행을 달성하신 분으로
부산의 알만한 산악회에서는 좌장으로 존경을 받고계신 어르신이다
첫댓글 6000봉을 다녔다면, 매일 거의 20년 동안을 다녔다는 얘기 인데...
믿기지를 않네.
아니지...
나하고 형화하고 내장산 9봉을 하루에 다 타고 오기도 하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