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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대통령 결정은 10월 결선 투표에서
◦ 보궐 선거 종료...대선 결과는 미정
- 에콰도르가 조기 총선을 마쳤다. 기예르모 라소(Guillermo Lasso) 현 대통령의 국회 해산 명령으로 보궐 선거 형식으로 치러진 이번 총선은 차기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투표였다. 2023년 8월 20일에 진행된 대선에는 총 8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결과는 시민혁명운동(RC, Movimiento Revolución Ciudadana)의 루이사 곤잘레스(Luisa González) 후보가 득표율 33.6%, 그리고 국가민주행동(ADN, Acción Democrática Nacional) 다니엘 노보아(Daniel Noboa) 후보가 득표율 23.4%로 차례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 에콰도르는 선거법상 대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과반을 넘는 후보가 나오거나, 1위 후보가 득표율 40%를 넘으면서 동시에 2위 후보보다 득표율 10%p 이상 차이를 벌려야 당선 확정된다. 이번 1차 투표에서 곤잘레스 후보가 두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기에 차기 대통령은 2023년 10월 15일에 곤잘레스 후보와 노보아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질 결선 투표에서 결정되게 되었다. 10월에 있을 결선 투표에서 당선된 후보는 중도 퇴임하는 라소 대통령에게서 바톤을 넘겨받아 2023년 11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라소 대통령의 남은 임기 기간인 1년 6개월 동안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 첫 여성 대통령인가 최연소 대통령인가
- 1위를 차지한 곤잘레스 후보는 과거 대통령 3선까지 지낸바 있는 라파엘 코레아(Rafael Correa)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좌파로 분류되는 코레아 후보는 만약 당선되면 코레아 전 대통령을 고문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코레아 후보 당선 시 에콰도르는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게 된다.
- 한편, 노보아 후보는 대규모 바나나 농장으로 많은 부를 거머쥔 기업가로, 에콰도르 정계는 노보아 후보를 우파로 분류하고 있다. 1987년 11월 30일생으로 현재 만 35세인 노보아 후보는 에콰도르 사상 최연소 30대 대통령을 노리고 있다. 노보아 후보는 1차 투표 직전까지 지지율 2% 정도에 불과했지만, 투표 직전 곤잘레스 후보 반대파가 노보아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결선 투표 진출이라는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두었다.
☐ 국가 비상사태 속 치러진 투표...각 후보 공약 1순위는 ‘치안’
◦ 선거 직전 대선 출마 후보 피살
- 이번 조기 총선은 다수 투표소를 살상용 무기로 중무장한 군과 경찰이 지키는 삼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에콰도르 정부는 유권자가 많은 주요 투표소의 경우 투표소 반경 100m를 무장 병력이 통제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 정부가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는 선거 직전 대선 출마 후보 및 유련 정치인이 마약 카르텔 조직원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투표일을 불과 열흘 정도 앞둔 8월 9일, 에콰도르 건설운동(Build Ecuador Movement)의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Fernando Villavicencio)가 암살당했으며, 그로부터 닷새 후 곤잘레스 후보의 최측근이자 대선 캠프를 이끌었던 시민혁명당의 페드로 브리오네스(Pedro Briones)도 총격으로 사망했다.
- 사건이 발생하자, 라소 대통령은 즉시 60일 동안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대선 후보 신변 보호 강화를 지시했다. 사망한 비야비센시오 후보 대신 출마한 크리스티안 수리타(christian zurita) 후보는 이와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방탄복과 방탄 헬맷을 착용한 채 투표소를 찾았으며, 1차 투표 직후 신변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에콰도르를 떠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 포커스는 치안...노보아 후보 돌풍의 이유도 ‘범죄 소탕’
- 이번 조기 총선은 투표 그 자체보다 선거와 관련된 여러 사건 사고에 더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유력 정치인 피살 전에도, 만타(Manta)시에서 현직 시장이 총기 테러로 사망하고 대규모 교도소 폭동까지 재발하면서 불안한 사회 정국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콰도르의 현 상황을 반영한 듯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 대부분 치안 개선을 주요 공약에 포함했다.
- 투표 직전 2% 지지율에 그치던 노보아 후보가 결선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원천도 치안 관련 공약 덕분이다. 노보아 후보는 에콰도르의 강력 범죄율이 치솟는 이유가 마약 카르텔을 비롯한 범죄 조직의 활동 증가에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범죄 조직을 소탕하겠다는 다소 강력한 공약을 내세웠다. 그만큼, 강력 범죄에 대한 에콰도르 국민의 피로감이 대단히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도 볼 수 있다.
☐ 야스니 국립공원 개발 국민 투표도 진행...반대 다수
◦ 야스니 국립공원 개발 원한 라소 정부, 헌법에 따라 국민 투표 실시
- 한편, 조기 총선이 당일 에콰도르 유권자는 야스니(Yasuni) 국립공원 내 원유 탐사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한 표도 행사해야 했다. 야스니 국립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생물 다양성이 높은 곳으로 에콰도르 법 체계상 야스니 국립공원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찬반을 묻는 국민 투표(referendum)를 통해 과반 지지를 얻어야 한다.
- 야스니 국립공원 개발은 경제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라소 정부가 추진하던 계획으로, 조기 총선과는 별개의 건이었다. 그러나 마침 조기 총선이 결정되면서 그 일정에 맞추어 국립공원 개발 찬반 투표도 함께 진행한 것이다. 그리고 개표 결과, 에콰도르 국민의 약 60% 정도가 국립공원 개발을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잠시 일었던 정부의 결과 불수용 논란...결국 개발 취소 결정
- 야스니 국립공원 개발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 페르난도 알비테(Fernando Santos Alvite) 에콰도르 에너지‧비재생천연자원부(Ministerio de Energía y Recursos Naturales No Renovables) 장관이 국민투표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알비테 장관은 헌법 조항을 자세히 따지면 보호해야 할 구역이 ‘생물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원유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 하지만 이러한 알비테 장관의 발언은 큰 반발을 샀고, 정부는 알비테 장관의 발언 다음 날 야스니 국립공원 개발과 관련한 국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국민투표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검토 중인 선거관리위원회(CNE, Consejo Nacional Electoral)의 최종 발표를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 에콰도르 국민 과반이 야스니 국립공원 개발에 반대하면서, 정부는 지금 가동 중인 시추 장비도 앞으로 1년 이내 철수를 시작해야 한다. 은행가 출신으로 환경보다는 경제를 앞세웠던 우파 성향의 라소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던 정책은, 적어도 라소 대통령의 임기 동안에는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 이처럼 에콰도르는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보궐 선거와 많은 우려와 논란을 자아냈던 야스니 국립공원 개발에 국민 투표를 모두 마쳤다. 정권 교체가 가시권에 들어왔고 정부 추진 정책도 좌절된 지금 라소 정부의 임기 후반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대선 후보의 신변 안전 이슈가 여전한 가운데 대선 결선 투표를 위한 후보 유세와 그 결과를 계속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National Public Radio, Ecuador's presidential election moves toward a runoff vote in October, 2023.008.21.
CNN, Ecuador election heads to run-off vote, with González to face surprise second-place Noboa, 2023.08.20.
BBC, Leftist leads Ecuador presidential poll count amid spike in violence, 2023.08.21.
Aljazeera, Ecuador election: As run-off looms, voters crave genuine change, 2023.08.25.
La Prensa Latina, Lasso modifies state of emergency in Ecuador ahead of elections, 2023.08.04.
Atalayar, Ecuador on the eve of elections amidst violence, 2023.08.03.
BBC, Candidate in Ecuador's presidential election Fernando Villavicencio shot dead, 2023.08.10.
DW, Ecuador: Presidential candidate shot dead at campaign event, 2023.08.10.
The Guardian, Ecuadorian presidential candidate Fernando Villavicencio assassinated, 2023.08.10.
CNN, Political violence and insecurity loom large as Ecuadorians get ready to vote, 2023.08.15.
Aljazeera, Human rights commission denounces murder of third politician in Ecuador, 2023.08.16.
The Guardian, Third politician in a month killed in Ecuador, 2023.08.15.
Aljazeera, ‘Historic’: Ecuador voters reject oil drilling in Amazon protected area, 2023.08.21.
DW, Ecuador: Voters reject oil drilling in the Amazon, 2023.08.21.
BBC, Leftist leads Ecuador presidential poll count amid spike in violence, 2023.08.21.
Reuters, Ecuador says it will honor referendum on Yasuni oil project, 2023.08.25.
The Guardian, The message from Ecuador is clear: people will vote to keep oil in the ground, 2023.08.24.
Yale Environment 360, Ecuador’s Government Plans to Keep Drilling in National Park, Despite Vote on Ban, 2023.08.25
[관련 정보]
1. 에콰도르 정부, 야스니 국립공원 개발 국민투표 결과 수용...시추 장비 철수 (2023. 8. 29)
2. 에콰도르, 국민 투표에서 야스니 국립공원 개발 금지 법안 통과 (2023. 8. 23)
3. 에콰도르, 대선 후보 피살 일주일 만에 유력 정치인 또다시 총격 사망 (202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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