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여시들에게 책 추천
내게 무해한 사람/최은영
줄거리: 《쇼코의 미소》 이후 2년 만에 펴내는 최은영의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 2년 동안 한 계절도 쉬지 않고 꾸준히 소설을 발표하며 자신을 향한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에 소설로써 응답해 온 저자가 일곱 편의 중단편소설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매만지며 퇴고해 엮어낸 소설집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 어떤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과거를 불러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사랑에 빠지기 전의 삶이 가난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대에게 몰두했지만 결국 자신의 욕심과 위선으로 이별하게 된 지난 시절을 뼈아프게 되돌아보는 레즈비언 커플의 연애담을 그린, 2017 젊은작가상 수상작 《그 여름》과 악착같이 싸우면서, 가끔은 서로를 이해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지나가는 밤》 등의 작품이 담겨 있다.
“수이 넌 나를 사랑하지.”
“그럼.”
“수이 네가 없는 곳에 행복은 없어.”
나는 효진이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그렇게 썼다. “이제 우리는 누구보다도 행복해질 거야. 우리는......”
나도 최대한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 우리 둘 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미래가 환상일 뿐이라는 거 알아. 우리는 현재만을 살 뿐이고, 모든 일의 끝을 어림하는 게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도 알아. 그렇지만.
“학교 앞으로 이사 갈 거야.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지만.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살고 싶어. 그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지원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어.”
“공무야.”
“난 다른 사람이 될 거야. 그 사람들,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지 않을 거야.”
그 말을 하는 공무의 눈가가 떨렸다. 우리가 얼굴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나눈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넌 그렇게 될 거야.”
“공무 생각을 자주 해.”
잠에서 깬 모래가 잠꼬대하듯 말했다.
“공무, 좋아해?”
모래는 고개를 저었다.
“난 공무만큼 널 생각해.”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까.
고등학생 공무는 천리안 동호회에 그렇게 썼었다. 그 문장은 며칠이고 내 안에서 구르면서 마음에 상처를 냈다. 나는 늘 이해하려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때 나는 공무와 포옹하고 싶었다. 만약 내 옆에 모래가 있었더라도 나는 똑같은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애를 껴안아 책의 귀퉁이를 접듯이 시간의 한 부분을 접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펴볼 수 있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그러나 스물둘의 나는 공무을 포옹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벼랑 끝에 달린 로프 같아서, 단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안도감을 준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모래도 내게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에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나를 세상과 연결시켜준다는, 나를 세상에 매달려 있게 해준다는 안심을 준 사람이. 그러나 모래에게도 내가 그런 사람이었는지는 확실할 수 없다.
예전 일들을 잊고, 지워버리고, 연연하지 않으려 하고, 내 안에 갇힌 그애가 추워하면 더 외면해서 얼어죽기를 바라고, 배고파하면 그대로 굶어 죽기를 바라면서 겉으로는 평온한 사람이 된 것처럼 연기했지. 그게 다 뭐였을까. 그애는 나였는데.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진희와 함께할 때면 미주의 마음에는 그런 식의 안도가 천천히 퍼져 나갔다.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이런 차가운 방식으로 네가 나를 버리다니. 나를 떠나다니. 아무 말도 없이, 유서 한 줄도 없이, 쓰고 또 써도 채울 수 없는 공백을 주다니. 나에게 너의 유서를 쓰게 하는 벌을 주다니. 가지 말라고. 한 번 붙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니.
나는 이 작가의 감정을 묘사하는 게 너무 좋아 나도 분명히 느껴온 걸 누군가 써줬어... 그 누군가가 최은영님
그리고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여시들도 괜찮을 거야
내가 책을 보면서 슬퍼서 운 적은 없는데 최은영 작가님 글들은 슬퍼지는 기분이 들어... 그냥 가슴이 적적해지는 기분이야
첫댓글 정말 좋아 최은영 작가님.. 최은영 작가님을 좋아한다면 황정은 작가님의 책도 좋아할 것 같아. 슬픔과 우울함으로 마음을 정화하고 싶을 때 찾게되는 책들.
맞아 사람에게 기대고픈 밤이야
나도 최은영작가님 소설 좋아해. 최은영작가 소설만 보고나면 며칠동안 여운이 길게 남더라고
아진짜 이거 너무 좋아 막 진짜 응어리진 맘이 녹아
이 책 내가 정말 좋아하는데..
제목보고 들어왔어 최은영작가님 책은 전체를 필사하고 싶을만큼 문장이 하아하나 다 소중해
내 최애작가님 ㅠㅠ 이거 보니까 다시 읽고싶다 올려줘서 고마워 여시야
최은영 작가 너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