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필수의료 실습’ 해본 의대생, 19명중 8명이 외과 등 힘든 전공 선택
[의사 인턴제 폐지]
복지부 2021년 도입… 2주간 진행
학생들 “어려운 수술 참관, 갈증 풀어
실제 체험해보니 도전 욕구 커졌다”
부산의 한 의대 졸업반(본과 4학년)인 오모 씨(24)는 올 7월 여름방학 때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에서 2주간 ‘필수의료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평소 뇌혈관 개두술(머리를 열고 하는 수술)에 관심이 있었던 오 씨는 뇌혈관 수술과 입원환자 회진 등을 가까이서 지켜본 뒤 신경외과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오 씨는 “술기(의학적 행위)를 익히기 어렵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기도 어려운 분야라는 걸 깨달았다”라면서도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막연한 걱정이 많았는데, 실제 체험해보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의대생이 중증외상이나 소아 심장, 뇌혈관 등 이른바 ‘힘들고 돈 안 되는’ 전문 필수의료 분야를 2주간 경험해보고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2021년 보건복지부가 도입했다. 첫해 참가자 135명으로 시작해 2022년 173명, 올해 255명 등으로 규모가 늘었다. 평균 경쟁률이 2 대 1로 의대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실습에 참여한 충청 지역 의대 3학년 고모 씨(29)는 “지방 의대에서는 어려운 수술을 참관할 기회가 적었는데 갈증이 풀렸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어려운 만큼 도전 정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도입 첫해인 2021년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의대 졸업반 학생 가운데 올해 전공의 1년 차가 된 19명의 진로를 추적해 보니, 8명이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을 전공하고 있었다. 특히 그중 4명은 심장혈관흉부외과와 산부인과 등 매년 정원을 못 채우는 ‘비인기 과목’을 선택했다. 필수의료 과목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불안감, ‘돈은 안 되고 어렵기만 한 과목’이라는 편견이 현장 체험을 통해 상당 부분 불식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는 현재 추진 중인 2년제 ‘임상 수련의’가 도입될 경우 실습프로그램을 확장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평생 특기가 될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필수의료 분야를 체계적으로 경험해 보면 지원율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