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협력자>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계명을 큰 낙으로 삼는 이!”(시편112,1)
오늘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성녀와의 각별한 인연으로 성녀 제르투르다 동정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대(大) 젤투르다로 불리는 성녀는 1256년 1월6일 독일에서 태어나 다섯 살 되던 해 헬프타 시토회 수녀원 학교에 입학하여 15세 학교를 마치고 수녀원에 입회합니다. 그는 성녀 멕틸다 수련장 밑에서 개방적이고 휴머니즘적인 교육을 받았으며 타고난 지능과 열망으로 베네딕도 성인의 영성뿐 아니라 음악, 문학, 문법학, 예술등에 능통하였습니다.
그는 1281년 1월27일 예수님 발현을 체험한후 세속적인 학문에 흥미를 잃고 오로지 성서와 교부들의 저서, 전례에 관심을 집중합니다. 그녀의 생활은 하느님과의 친밀한 영적체험의 연속이었으며 그녀의 신심의 특징은 예수 성심에 대한 강렬한 사랑의 체험과 헌신이었습니다. 영성사에서 “예수성심의 신학자”로 불리는 그는 예수성심공경을 시작한 선구자 혹은 사도 여겨집니다. 그녀는중세의 신비신학과 신비주의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으며 특히 13세기 독일교회의 가장 위대한 신비가로 ‘독일의 데레사’라 불려집니다.
1288년 제투르다는 합병증을 앓아 병상에 눕게 되며 오랜 투병생활을 하던 그녀는 1302년 11월16일 향년 46세에 바로 오늘 선종합니다. 무려 병상 생활 14년후 그녀는 아름다운 임종어 “아! 신랑께서 오신다!” 부르짖으며 선종합니다. 그녀는 교회로부터 정식으로 시성식을 거치진 않았지만 성인으로 인정받아 공경을 받았으며, 1677년 교황 클레멘스 12세는 성녀에게 ‘위대한(Great)’ 이라는 칭호를 부여하고 대(大) 젤투르다 기념일을 제정하여 모든 교회가 성녀의 기념일을 지내도록 지시합니다.
11월은 연옥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성월입니다. 성녀는 연옥영혼들에 대해 항상 연민과 동정심을 느꼈으며 예수님이 발현하여 가르쳐준 기도를 매일미사후 바칠 것을 권했습니다. 이 기도를 바칠 때 마다 1000명의 연옥영혼을 구해 주시겠다고 약속했다 합니다.
“영원하신 아버지! 연옥에 있는 모든 죄인들과 온 세상 교회에 있는 죄인들과 내 집안과 가정 안에 있는 죄인들을 위하여 오늘 온 세상에 드는 모든 미사성제와 더불어 당신 성자 예수의 가장 값진 피를 당신께 봉헌하나이다. 아멘.”
성녀 젤트루다는 정말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기도의 사람이야 말로 ‘진리의 협력자’입니다. 제1독서의 사도 요한이 가이오스에게 전하는 서간이 참 품위있고 아름답습니다. 얼마전 바오로가 필레몬에게 전한 서간을 연상하게 합니다. 가이오스의 환대를 칭찬하고 격려하며 그를 ‘진리의 협력자’란 영예로운 칭호도 부여합니다
“나는 그대를 진리 안에서 사랑합니다. 나는 내 자녀들이 진리 안에서 살아간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 없습니다...그들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길을 나선 사람들로, 이교인들에게서는 아무것도 받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러한 이들을 돌보아 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진리의 협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말마디, ‘진리의 협력자’는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이 주교가 되었을 때 사목표어이기도 했습니다. 교황님이 살아 계실 때 감동적인 인터뷰 기사를 나눕니다.
“교황님의 묘비에 무엇이 새겨지기를 바랍니까?”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제 이름만 있으면 됩니다.-
“주교가 되었을 때 진리의 협력자란 사목표어는 어떻게 지었나요?“
-진리의 협력자라는 말은 요한의 셋째 서간 1장 8절의 말씀입니다. 진리는 인격이기 때문에 우리가 진리에 협력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진리에 감동하여 더욱 진리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은 진리에 봉사하려는 각오가 되어 있으며, 그 진리를 위해 협력할 채비가 되어 있습니다.-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 베네딕도 교황에 대한 존경과 사랑, 신뢰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며 두분의 아름답고 품격있는 우정도 감동적입니다. 오늘 옛 어른의 말씀도 마음에 와닿습니다.
“마음을 지키면 보존되고, 놓으면 사라진다. 때없이 들고 나기에 그 거처도 알 수 없다.”<맹자>
마음을 지키는 첩경의 지름길은 진리의 협력자가 되는 길뿐임을 깨닫습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자신을 “진리의 연인”이라 불렀습니다. 참으로 진리를 사랑할 때 순교에 까지 이르게 되고, 저절로 진리의 협력자가 되며 기도 역시 간절하고 항구할 수 뿐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은 “과부의 청을 들어주는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입니다. 주님은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 비유를 들려줍니다. 고집불통의 완고한 재판관도 지칠줄 모르고 물러설줄 모르는 과부의 목숨을 건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에 항복합니다. 진리의 협력자가 되려면 이정도의 영적탄력 좋은 기도의 사람이 되어야 함을 배웁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은 시공을 초워하여 진리의 협력자가 되려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기도와 믿음은 함께 갑니다. 간절히 항구히 기도하는 믿음이 정말 절대적입니다. 공부하다 죽어라는 말도 있듯이 기도하다 죽을 지언정 결코 기도를 포기해선 안됩니다. 한결같이 끊임없이 기도하다보면 기도도 정화되어 ‘원하는 것에서 필요한 것으로’ 올바른 판결을 위한 기도를 하게 되고 날로 주님의 마음과 생각을 닮아 주님 뜻대로 기도하게 되며 저절로 기도의 응답입니다.
세월흘러 나이들어 육신의 탄력은 떨어져도 영혼의 탄력은, 신망애(信望愛)의 탄력은 날로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답은 단 하나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뿐이요 이래야 평생 진리의 협력자로 살 수 있습니다. 모든 성인들의 공통적 특징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의 영적탄력을 날로 좋게 하시어 당신의 충성스러운 진리의 협력자로 성실히 살아가게 하십니다.
“올곧은 이들에게는
어둠속에서 빛이 솟으리라.
그 빛은 너그럽고 자비로우며 의롭다네.”(시편112,4). 아멘.
첫댓글 아멘!~~~"진리의 협력자" 묵상 하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