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논란에 휘말린 끝에 결국 미스 남아공 선발대회를 중도에 포기한 치딤마 아데치나(23)가 끝내 미스 나이지리아로 뽑혀 11월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나가게 됐다고 영국 BBC가 1일 전했다.
남아공과 나이지리아 이중 국적으로 법대생인 아데치나는 전날 미스 유니버스 나이지리아 대표로 자신의 이름이 불린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이 왕관은 그저 아름다움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단결을 부르는 것"이라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미스 남아공 선발대회 본선에서 그녀의 정체성과 조국에 대한 논란이 빚어졌다. 일부 남아공인들은 그녀가 분명 남아공 국적을 갖고 있는데도 출전 자격이 부당하게 주어졌다고 공격했다. 그녀의 성 아데치나는 누가 봐도 나이지리아인 이름이었다. 그녀 부친은 나이지리아인이며, 모친은 모잠비크 핏줄을 타고 났다.
아데치나는 요하네스버그 근처 타운십(흑인 집단 거주지)인 소웨토에서 태어나 케이프타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어엿한 남아공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남아공은 1995년 이후 자국 출생자의 부모 중 한 명이 남아공 사람이거나 영주권자이면 시민권을 주는데 그의 부모 모두 시민권도 영주권도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논란 때문에 미스 남아공 조직위원회는 내무부에 출전 자격을 따져 보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내무부는 초기 조사 결과, 아데치나의 모친이 남아공 국적을 얻기 위해 "(다른 이의) 신원을 훔쳤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가 어린 아이였을 적 그녀 어머니가 저지른 불법적인 행동이 없었더라면 아데치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곧바로 다음날 아데치나는 가족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대회 참가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 세계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됐다.
그녀의 딱한 사정을 들은 미스 나이지리아 조직위는 그녀에게 대회 참가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국제 무대에서 부친의 조국을 대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대회 우승을 차지한 아데치나에게 소셜미디어에서 축하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한 남아공 여성은 인스타그램에 "당신의 사연은 영감을 제공한다.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며 우리는 당신을 우리 아프리카의 자매로 사랑한다"고 적었다.
다른 팬은 "날 믿어라. 우리 나이지리아인들은 그녀가 자랑스럽다. 그녀는 우리의 여동생이며 매우 똑똑하고 지적인 소녀다. 우리 나이지리아인의 피가 그녀의 정맥에 흐르고 있다"고 응원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 대회가 아데치나의 편을 들기 위해 "짰다"고 의심했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그녀는 우승할 만하지 않다"고 단언한 뒤 "그녀는 한 번도 나이지리아에 살지 않았고 본선 참가자들이 모두 결정된 뒤에 초청을 받아 출전했다. 그녀는 지난 주 20년 만에 처음으로 나이지리아에 도착해 우리 왕관을 받아 썼다. 이 조직위는 얄팍한 편견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는 "솔직히 말해 당신은 불쌍해 우승한 것이다. 당신이 오기 전부터 그곳에 오래 있었던 다른 경쟁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라"고 꼬집었다.
11월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아데치나는 많은 경쟁자를 만나게 되는데 특히 그녀가 중도 포기한 뒤 미스 남아공에 뽑혀 이 나라 최초로 청각장애인 우승의 영예를 안은 미아 레 루스를 상대하게 된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