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MoMA에는 15만 여 점의 소장품이 있고,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소장 유물만 300만점에 다빈치, 라파엘로 등의 르네상스 시대 작가들에서부터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들까지 방대하게 소장되어 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영국 테이트모던에도 각각 7만여 점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2013년 기준).
그런데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은 2015년 현재 약 7천 5백여점이다. 소장품이 이처럼 형편없이 적은 이유는 예산문제가 가장 크다. 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국립현대미술관의 한 해 미술품 구입 예산은 고작 30-40억원 내외를 오간다. 이는 지난해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47억 21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작품 1점도 제대로 구입하기 힘든 금액이다.
소장품의 질도 문제다. 우리네 국립현대미술관은 그 흔하디흔한 피카소 작품 한 점 없다. 그나마 2008년 마르셀 뒤샹의 <여행용가방>을 6억원에 구입했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당시 유인촌 장관에 의해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계약해지 당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기증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혜택이라야 쥐꼬리만 하고 대우조차 변변치 못한 실정이다. MoMA의 간판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샤갈의 ‘나와 마을’은 모두 기증받은 작품이다.
대신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대기업마다 미술품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들은 걸 곳이 부족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은 걸 곳은 많으나 변변한 작품이 없다. 물론 돈도 없고. 이런 현실에서 정부는 무슨 호기로 공공미술관 전시나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작가들에게 아티스트피를 준다는 공약을 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미술품 보관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거의 허황된 바람에 가깝다. 그게 예산 없이 되는 문제인가. 허긴 중장기계획에 '창작스튜디오 아트페어 개최'라는 더 쉬르리얼한 플랜도 있는데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