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김문억
삼보일배 산을 넘는 티베트 순례자다
먹을 것과 잠자는 곳 집 한 채를 궁굴리며 가난을 짐 지고 간다 고단한 순례의 길
배설물을 굴려서 집을 만들고 알을 까고 가장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천리에 도道를 구하며 땡볕을 굴러간다
누가 지금 흔들리며 추락하고 있는가 세상 거꾸로 보며 물구나무로 굴려간다.
각지면 안 돼 모난 곳을 다듬으며 똥덩어리도 굴리고 또 굴리면 주먹밥이 되고 청심환 약이 되고 따듯한 알이 되고 달이 되고 지구가 되고 IT 첨단산업 우주가 되고
천체天體를 마름해 본다
과학 하는 力士.
눈물 : 사랑을 모르면서 마음 편했던 잠을 깨고/ 사랑하는 괴로움이 더욱 기쁨임을 알고부터/ 맨발로 당신 앞에 무릎 꿇어 내 자유를 구속할 때 |
김문억 시조집<김문억의 사설시조2019파루>중에서
지금은 쇠똥구리가 귀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쇠똥구리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그 만큼 자연이 파괴되고 있다는 증거다.
쇠똥구리를 보면서 티베트 불교도들의 순례길을 생각 해 본다
三步一拜를 하면서 장거리 순례를 하는 티베트인들의 고행을 보면 물구나무로 서서 뒷발로 오물덩어리를 굴려서 가는
그 노동과 다르지 않다. 아니다 오히려 순례의 길이 더 고통스러운 극기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둥근 모양으로 뭉쳐서 굴려가는 배설물 속에는 식량이 있고 집이 있고 생명이 있다
배설물이라고 하는 가장 낮은 곳에서 부터 道를 구하는 쇠똥구리 같이 티베트의 순례자 역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오직
석가의 가르침대로 득도의 길을 찾아서 머나먼 길을 떠나는 것이다. 쇠똥구리가 물구나무로 서서 뒷발로 그것을 굴려 가듯이
순례자 역시 그런 길을 자청해서 가고 있다.
굴리고 굴리면서 모난 곳을 다듬고 보면 그것이 주먹밥이 되고 청심환이 되고 약이 되고 알이 되고 생명이 되고
나아가서는 달이 되고 지구가 되고 하나라고 하는 우주의 원리까지 탐색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