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굴비는 고려 인종 때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귀한 음식이였다.
1126년 난을 일으켰던 이자겸이 법성포로 귀양을 왔다가 해풍에 말린 조기를 먹고는 맛이 뛰어나 임금에게 진상했다.
그는 임금에게 말린 조기를 보내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미의 굴비(屈非)'라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설 명전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한우와 굴비다.
귀하고 값비싼 음식이었던 한우와 굴비는 명절에 가족들이 모여 모처럼 맛보는 별미로 통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한우와 굴비의 입지가 달라지고 있다.
한우가 여전히 명절의 대표음식이라면 , 굴비는 서서히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올해 굴비는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급등했다.
한우 역시 올해 사육두수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30%가량 올랐다.
하지만 값비싼 한우와 굴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엇갈린다.
현대백화점의 전복, 대하, 대게, 랍스터 같은 이색 수산물 선물세트는 1만 세트가 완판돼,
5000세트가 추가로 제작됐다.
10만원대 실속형 이색 수산물 세트가 15~20만원 대 굴비세트를 대신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육점선물세트 가격은 예년보다 10%정도 올랐지만, 한우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현대백화점의 58만원짜리 화식한우세트는 200세트가 완판돼, 50세트가 추가 제작됐다.
롯데백화점의 설 명절 선물 세트 중 30% 가량은 여전히 정육세트가 차지하고 있다.
한우와 굴비의 위상은 올해 롯데백화점(1월11일~31일)의 설 선물세트 분야별 매출 신장률 분석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축산이 26.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데 이어 건강기능식품(22.1%), 청과(18.7%), 굴비(18.5%) 등의 순이었다.
한우와 쌍벽을 이루던 굴비가 4위로 밀려난 것이다.
올해는 5만~10만원 가공식품이나 와인세트를 구매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경기불황에다 쌀쌀한 날씨로 홍삼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을 설 선물로 구매하는 사람도 늘었다.
아예 먹거리를 대체하는 설 선물도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설 식품 매출 신장률은 7.3%에 그쳤다.
2015년(9.2%)과 2014년(16.3%)에 비해 줄곧 감소세다.
전통적인 식품을 대신해 패션(38.6%), 골프(34.5%), 화장품(22.8%) 같은 장르의 매출이 눈에 띄게 신장하고 있다.
1인가구의 증가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경향이 늘면서 제사상도 달라지고 있다.
1인 가구용 휴대용 제사상이 등장했고, 가정간편식으로 제사상을 차리는 경우도 속속 눈에 띈다.
지난 890년 간 명절 대표음식이었던 굴비의 외변은 달라진 설 명절을 체감하게 해준다.
장연주 소비자경제섹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