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체호생할수기(3)
세상에 정말로 팔자 좋은 사람 있을가?
2004년 초여름,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잘 먹었습니다.>> 이런 몇마디 말만 하고는 술먹기 바빠하는 령도들을 대신하여 술이나 먹어주라는 단위 령도분의 지시에 한국방문단 짐군으로 한국구경 가게 되였다. 한국전역을 돌면서 방문도 하고 구경하다가 마지막역으로 서울에 들리게 되였는데 동행한 령도분의 중국친구가 저녁을 대접한단다. 우리 데리러와서 호텔문앞에서 기다리던 친구가 우리일행이 문을 나서자 인사말이 오가는중에 나를 보더니 형님이라 부른다. 허~서울에는 동생이 없는데. 나중에 얘기하자면서 호프집으로 안내한다. 시원히 한잔하고나서 자기 이름을 대는데 제꺽 알아낸다. 너 우리 집체호 애란이 동생이 아니야? 옳단다. 기쁘기도 하다. 서울에서 애란이 동생을 만나다니. 그동안 가족들이 살아온 얘기들을 주고 받는다. 술이 거나해지자 네가 나를 지금은 형님이라고 부르지만 하마트면 매형이라고 부를번했다. 네 두누님과 나 사의에 얽혔던 사연 네가 알고 있느냐? 하면서 거짓말 해댄다. 나는 공개적으로 네 작은누나를 좋아했는데 네 큰누나는 마음속으로 날 좋아하면서 나와 네 작은누나 사의를 갈라 놓더라. 그래서 밥도 안되고 죽도 안됐다. (사실 그때 애란이는 나와 한집체호였지만 애란이 동생 애숙이는 다른생산대대 집체호였다. 가수 한국화와 한집체호다.) 모두들 재밋다고 웃어준다. 취하여 죽이 되기전 대련에 살고 있다는 애란의집 전화번호 가지는건 잊지 않았다.
애란이. 얼굴이 희고 커다란 고운눈을 가진 녀자다. 문학을 좋아하였는데 읽은책도 많았고 시도 곱게 썼다. 아침저녁 식사때엔 남자들밥상과 녀자들 밥상을 따로 차리는데 간혹가다 정심엔 한상만 차릴때가 있었다. 그럴땐 마을주변에서 일하던 식구들만 상에 모여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한상에서 식사하는데 녀자들의 식사과정을 엿볼수가 있었다. 국과 마늘김치에 밥을 먹는데 마늘김치먹을때 애란인 마늘알만 뽑아 먹는다. 다른 사람들은 소가 깔 먹듯이 와락와락 소리내며 마늘껍질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먹어주는데 애란이만 마늘알만 뽑아먹는다. 잘 사는집 딸이다. 못사는집 딸들이 어떻게 마늘알만 뽑아 먹을수 있을까? 아무거나 먹을수 있는거라면 배를 채우면 그만인데.
곱게 생겼고 말잘하는 애란이지만 한가지 결함이라면 결함이요.결함이 아니라면 결함이 아니겠는데 바로 행동이 굼뜨다는거다. 뭐나 늘쩡 늘쩡하다. 길을 걸어도 늘쩡늘쩡 양반걸음이요. 기음을 매도 항상 뒤꽁무니다. 화식당번일때 감자 써는 소리 들어보면 뚝……뚝……뚝……이다. 한번 뚝 하면 한참지나야 뚝 소리가 울린다. 뜨개질 솜씨도 그닥지 않았다. 초겨울에 시작해서 뜨기 시작한 장갑이 초봄이 되여서야 끝났는데 완성품을 보니 손가락이 여섯개였는데도 손은 들어가지도 않았다. 어쩌다 공사마을에서 영화를 상영한다해도 늦게 떠나서 천천히 걷다나니 상영장에 도착하면 영화가 시작된지도 한참이다.
그래서 남자들끼리만 있을땐 신경질나서 애란이한테 장가 안들겠다고 한다. (누가 자기들한테 시집 가겠다는것처럼) 누가 데려가겠는지 속이 타다고 싱거운 걱정들이다.
…………
세월이 흘러 애란이도 대학나오고 룡정 어느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대련 어느부대에서 련장급에 있는 남자한테 시집갔다고 들어서 알고있는데 어떻게 사는지는 항상 궁금했었다. 집체호에 있을때 조금이라도 한가한 시간이 있으면 애란인 나와 도란도란 얘기하길 좋아했었다. 소설의 내용으로부터,자기네집의 살아가는 얘기, 동네 총각과 처녀들의 사랑 의야기, 리상과 전도까지 못하는 얘기가 없을정도로 가까운 사의였다. 어느날엔가는 룡정에 갔다오더니 절반밖에 남지 않은 홍루몽 1집을 가져와서 나한테만 보였던일도 있었다……
한국에서 돌아온 그날로 대련에 전화한건 물론인데 보고싶다고 하니깐 그러면 한번 놀러 오란다.오라고 하면 내가 못갈줄 알어? 우리 마누라가 무서워 내가 길을 떠나지 못할거라고 하면서 애를 먹인다. 한번 가서 보련다. 느린몸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남편이랑 아들이랑 굶기며 살진 않는지? 성격 급한 남자만나 느리다고 욕얻어먹고 맞아터지며 살진 않는지? 무척이나 보고 싶고 궁금하다.
2005년,음력설, 휴가가 주어지자 마누라와 얘길하니 로비까지 갖춰주며 속시원히 한번 다녀오란다. 에라~떠나자. 대련에 도착하니 온집식구가 마중나와 있었다. 남편이란 사람은 우리말은 듣는데 말은 못하고 대학생이된 아들놈은 그대로 한족이 되여버렸다. 집에 도착하여 쏘파에 앉아 애란이와 그간 살아온 얘기들을 나누는 사의에 남편이란 사람이 음식상을 준비한다. 맛있는 음식이 준비되니 상에 앉으라고하여 앉았는데 커다란 술병에서 큰잔으로 술을 따라낸다. 어이구~저사람도 나처럼 주정뱅이구나. 집에 술병까지 갖춰놓고 먹는 사람이로구나. 속은 좁을가 넓을가? 모르는 일이니 다 털어놓고 말자.
이봐요. 형님, 옛날 한집에서 살던정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는데 남녀 사의에 다른일은 없다오. 애란인 나에겐 누님이요. 어머니와 같았다오. 애란인 나보다 한살이상이여서 누님이요. 밥을해줘서 어머니이요. 애란이 해준밥을 삼년이나 맛있게 먹었거던요. 하니깐 남편이란분이 애란일보고 하는말이 <<니 후이 쭤판마?>> 그러니깐 애란이가<<나쓰호우, 주땔판, 오우댈탕>>라고 대답한다. 허어~~ 이럴수가 있나? 그러니깐 결혼해서 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밥이랑 해보지 못했다는거다. 밥 할줄 모르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단다. 그러니깐 애란의 남편분은 애란이가 느린지 빠른지도 모른다. 본인이 잘해서 대련시 어느구의 무장부장으로 지낸다나.그러니깐 옆구리에 권총차고 아침저녁으로 경위원이 달린 승용차가 실어나르고….
세고뿌쯤 먹고나니 둘다 얼빤한데 더 따르려는 고뿌 나꿔채면서 애란이 하는말<<그만 먹어. 어디서 똑같은 주정뱅이야. 너는 내침상에가서 쓰러져도 되는데 당신은 취해도 소용없어. 니츠디뚱씨 니 즈지 써우쓰바>>.
이렇게 팔자 좋은 집체호때친구도 있답니다. 댁은 팔자가 어떻하신지?
2008년 8월 26일 16.00시
첫댓글 그여자 정말 팔자 하나는 되게 좋네요~~~즐감하고 갑니다.
애란이 아버지 어머니 모두가 한국 어느 가정 족보에 등록되여 있는 사람들로서 지금은 모두 한국국적을 가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형제들중에서 애란이만 중국땅에서 살고 있답니다.
세월은 흘러도 추억만은 그 자리에 멈춰있네요.팔자좋은 애란이 편을 잼나게 보고 갑니다.
글쎄요. 억지라도 나한테 시집왔더라면 싸우면서 세월 보냈겠는데 ㅎㅎㅎ 세월좋네. 팔자 늘어지네...ㅎㅎㅎ
상팔자네 . 그러니 고생은 장고생인가 보아요. 락은 그냥 락으로 .........
그건 유심주의네. 뭔가는 개변하도록 해야죠. 느리면 빠르게.빠르면 느리게...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힌구름이님ㅎㅎㅎ
팔자는 그래서 태여나서부터 결정된거라잖나요..빠른사람도 살구 느린사람두 살구...만만디래두 나두 잘삼다.ㅋㅋㅋ
팔자라는게 그렇던가? 헤에~느려도 초겨울부터 뜨기 시작한 장갑이 초봄이여서 끝났는데 손가락이 여섯개인데도 손이 들어가질 않을 정도야 아니겠죠.ㅎㅎㅎㅎㅎㅎ
성질이 느린사람이 아무 근심이 없어서 더 오래 산다는 결론을 어디서 보았는데 이글을 보니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말가는데 황소도 간다>ㅎㅎㅎ
그건 그렇죠.고맙습니다.
소도 가고 말도 가는 세상,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고 땅에는 기차가 달려도 느리게 길게 사는게 실하게 령도질이랑 하며 반짝 빛나다 스러지기보다 더 좋은 것같습니다.즐감했습니다.
정작 자기 각시가 감자 썬다는게 뚝, 한참있다가 뚝 할정도로 느려보죠.령도고 뭐고 욕사발이 터질겁니다.자기가 대신일해준다면 몰라도... ... 하여간 잘 살기를 빌어봅니다.
구수한 이야기에 빠져보았습니다.빠른사람이나 느진사람이나 함께 살아가는것이 이세상인가 봐집니다
그럼요. 빠르나 느리나 그사람이 그사람이겠죠. 애란이 잘살기를 엎드려 빌어봅니다.
내겐 생소한 "집체호" 수기를 감명깊게 읽고 있습니다.재미도 있으려니와 어릴적 고향생각도 납니다. 계속 좋은글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집체호가 무슨 단체인지 궁금하네요.
집체호에대한 설명은 따로하고요. 그때 그사람들중에서 지금중국에 있는 사람이 9명 있는데 공부했던 사람4명 군대에 다녀온사람 3명에 한족여자 2명. 한사람이 명을 달리하고 6명이 한국에 있네요.
너도 그만하면 팔자 하나는 잘 타고 났다고들 말하더라. 하하하..................
쯔,쯔,쯔,ㅎㅎㅎㅎㅎㅎ 에이구~~~
팔자좋은 사람 있는가봐요.집체호 생활수기 재미나게 잘보았습니다.
백분의일 확률인가보죠.ㅎㅎㅎㅎㅎㅎ
여자들 팔자편하자믄 한족남자아니믄 한족남자 비슷한 사람인데 시집가믄 될같우람다...ㅎㅎㅎ...애란이 늘어진 팔자 부러버하메 재밋게 읽고 갑니다....ㅎ
에구~부러바하다가 한족 사위 삼겠습니다.ㅎㅎㅎㅎㅎㅎ
두만강님의 글을 읽으면서 한족사위두 괜찮겠다는 생각으루 약간 맘이 흔들림다..ㅋㅋㅋㅋㅋㅋㅋㅋ...
저들만 좋다면야 뭐 ㅎㅎㅎ 우리들끼리 이렇게 두루두루 얼버무리면서 살죠뭐 ㅎㅎㅎ
너무 재미있는 집체호수기였습니다. 사람은 태여날때부터 팔자를 타고 태여난다는데 누가 개변하죠? 누워서 떡 먹는 사람도 있고 종지물에 생명을 잃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집체호생활수기 3기를 재밋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2기 .1기.는 어데다 발표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출판사에서 현재 집체호 하향지식청년들의 수기를 책으로 출판한다고 들은적이 있는데.... 물론 원고를 보냈겠지요? 나는 하향한적이 없어서인지 슬그머니 집체호생활에 호기심이 감니다. 앞으로 계속 좋은 글 기대함다.
두만강님 보낸 쪽지를 열리지 않아서 (컴문제인지,,) 보지 못해 궁금함니다. 다시 이곳에다 쓰면 안되는지요?
집체호생활수기 응모활동이 있다는걸 알고 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났을겁니다.제가 있었던 집체호에 공부했던 사람이 저까지 네사람이 있었는데 세사람이 문과공부하고 저만 리과공부했죠.그러니 자연스럽게 문과공부한 사람들의 임무라고만 생각하게 되고 시간을 늦춘것 같아요. 독자들이 있는 곳에서 제가 이렇게 련습이나 하고 있답니다.두만강이름으로 8월말 9월초에 씌여진글들은 다 집체호얘기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