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난 100년의 시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자본과 권력과 불의에 맞서 싸웠던 16명의 좌파 인물들을 소개한다. 이들의 고민과 고백을 통해 좌파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고민한다. 과연 좌파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세계 최고의 좌파 지식인들이 집결해 있는 좌파 저널인 <뉴레프트리뷰>는 창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좌파의 주요 인물들의 육성을 담아 왔다. 그중 치열하게 고투했던 16인을 엄선해 이 책<좌파로 살다>에 담았다. 이 책에 실린 좌파들의 육성은 20세기 초반 활동한 루카치, 코르쉬 같은 인물부터 시작해 2000년대 이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한 아리기, 하비, 왕후이 등까지 지난 100년의 시간을 아우르고, 서유럽만이 아닌 동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각지에서 있었던 투쟁과 고민들을 넘나든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 상당수는 좌파 이론의 주요한 혁신을 이끌어온 인물들이자, 각국의 혁명적 상황에 누구보다 앞서서 뛰어들어 실천한 대표적 인물들이다.
< 역사와 계급의식>으로 마르크스주의의 소련식 전통과는 다른,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루카치부터 마르크스주의가 유럽이라는 지역을 벗어나 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에서 힘을 발휘할 것을 예측한 칼 코르쉬, 소련의 과도한 간섭에 반대해 ‘프라하의 봄’으로 대표되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사회주의 개혁 운동을 주도한 이르시 펠리칸, 마르크스주의 철학을 더 풍부하고 깊이 있게 만들기 위해 칸트 등의 철학과 연결시키려 했던 루초 콜레티, 신좌파 운동과 직접 연계해 활동한 루치아나 카스텔리나, 마르크스 철학을 새롭게 재정립하려 한 사르트르, 마르크스주의의 문제의식으로 지리학의 문제를 파고든 데이비드 하비, 중국에서 좌파가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서구의 좌파 전통과는 또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왕후이, 세계 체계론적 시각으로 자본주의의 기원과 변화를 추적한 조반니 아리기까지다.
게다가 이 책은 그동안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던 좌파 지식인의 고민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칼 코르쉬, 이르시 펠리칸, K. 다모다란, 루초 콜레티, 루치아나 카스텔리나, 아돌포 힐리, 주앙 페드루 스테딜레 등의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다. 칼 코르쉬의 경우 <마르크스주의와 철학>이 1986년 번역된 적이 있지만 루카치 등 다른 지식인에 비해 지속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이 책은 미처 알지 못했던 좌파의 운동과 이론을 소개하며 좌파 지성사의 지평을 확장해줄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인터뷰를 담당한 인물들 역시 좌파의 역사에서 주요한 한 축을 담당한 인물들이란 점이다. 페리 앤더슨, 타리크 알리, 실라 로보섬 등 좌파 이론의 혁신을 이끌어왔으며 <뉴레프트리뷰>의 편집위원으로 활약해온 좌파 지식인들이 직접 기획하고 인터뷰를 진행했기 때문에 정치적이고 이론적인 논의에서 치열하고도 밀도 높은 성취를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