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의 독일, 2012년의 대한민국 - 김동규 | 동명대 교수·언론광고학
진보적 유권자 상당수가 4월11일 늦은 밤,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정치허무주의라는 유령이 대한민국 하늘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정치평론가들의 4·11 총평을 요약해보면 대략 세가지다. 첫째는 ‘차려준 밥상도 못 먹는’ 민주통합당의 무능. 둘째는 “선거의 여왕의 저력”. 셋째는 선거 중반 이정희 의원 사퇴와 종반 김용민 후보 막말 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새누리당 압승 원인의 전부일까?
정치 문외한인 필자 생각에 막강한 의회권력을 선출하는 역사적 선택에서 초(超)보수 정당이 대대적으로 승리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바로 유권자들 스스로가 초보수적이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민간인 불법사찰, 재벌경제 고착화로 대표되는 정치세력이 다수당 등극의 축포를 터트리는 현상에는 우리나라 유권자들 인식이 꼭 그만큼이라는 구조가 깔려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뚜렷한 인과관계에 애써 눈을 감는 건, 우리 사회가 일종의 최면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는 무조건 옳다’라는 집단최면 말이다.
총선 다음날 새벽, 잠자리에 든 필자의 비몽사몽 위에 겹쳐진 것은 1932년의 독일이었다. 그해 7월31일 ‘민족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나치당)’은 37.3%의 압도적 지지율로 제국의회 선거를 장악한다. 그들에게 권력을 몰아준 것은 유령이 아니었다.사민당의 지지부진한 절차민주주의에 짜증을 내고 히틀러의 경제성장 마술에 현혹된 보통의 독일 사람들이었다. 이른바 ‘유권자의 위대한 선택’을 통해 탄생한 나치 정권이 이후 어떤 길을 걸어갔는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국회의원 선거보다 몇 배 중요한 또 다른 선거를 앞둔 지금, 우리 정치의 키워드는 민주당의 무능도 새누리당의 꽃단장 제스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눈앞에 꿈틀대고 있음에도 모두가 외면하는 그 괴물의 정체는, 바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넘어선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우중화(愚衆化)인 것이다.
가혹한 경제불황의 고통을 원인제공자인 기득권력에 대한 분노로 표출하기보다는, ‘무능해보이는’ 개혁세력에게 되돌리는 착종적 인식과 유권자들의 집단무의식 저변의 이 같은 퇴행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들을 번쩍 깨울 수 있는 혁명적 정책 대전환이 시도되지 않는 한, 남은 대선 또한 민주개혁 진영에는 전도무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80년 전의 독일을 2012년 12월 이 땅에서 다시 만나는 데자뷰, 상상만 해도 등에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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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볼때 맞는말이 아닌가 싶네요.
혁명적 대 전환이 시도되지 않는 한은 정말 바뀔수 없는 것일까요.
대다수 국민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는 어떤 계기가 필요한거같은데 그게 뭘까.
진정 최후 마지막까지 당해봐야 알 수 있는것인지...
첫댓글 벌써 마지막을 넘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