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5코스 23km와 26코스 16.2km 연이어 39.2km를 1박2일 여정으로 시작한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텐트에서 야영으로 1박을 할 예정으로 있는데
이상 기온으로 아무리 따뜻하다 하더라도 11월 겨울철에 처음으로 경험하는 야영인지라
방한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를 했지만 조금은 걱정이 되고 설레이기도 한다
이번에도 차량 봉사를 위해 후배 동생이 함께 하였다
10:39 기성버스터미널 출발
기성버스터미널에서 조금 가다가 카센터 조금 못미친 지점에서 오른쪽 콘크리트 길로 들어선다
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다가 차도를 만나 해파랑길 시그널을 따라 도로를 계속 걷는다
차도를 따라 걷는 것이 지루해질 즈음 생태이동통로로 된 터널이 나오고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조망이 터지면서 시원한 바다가 보이고
바다 위에는 아름다운 무지개가 떠 있는 것이 보인다
세상에~ 바다 위에 뜬 무지개는 오늘 처음이네~
오늘 비 예보가 있는데 파도는 바람에 떠밀려 흰 거품을 일으키고 있지만
바다 위를 가득 덮은 운해 사이로 옅은 무지개가 핀다는 것은
이제 구름이 조금씩 걷히면서 비는 내리지 않을 징조인 것 같다
모두들 바다를 바라보고 서서 무지개를 감상하며 카메라 셧터 누르기에 바쁘다
사동리로 들어서자
잘 다듬은 향나무 수백그루가 도로를 따라 일렬로 서 있는 인상적인 광경을 접한다
11:19 사동항(沙洞港) / 이쪽은 요트 계류장이고
이쪽은 일반 항구다
사동리의 멋진 주택들
잘 가꾼 향나무와 더불어 전원주택 단지같은 그림을 보이고 있다
또다시 터널을 지나고
11:40 기성 망양해변으로 접어든다
흰 거품을 뿜으며 쉴새없이 들이닥치는 파도 소리에 가슴이 뻥 뚫리는 장쾌함을 맛보며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쉬어진다
망양해수욕장의 캬라반 숙소
친절한 햇빛뜰 카페 여주인의 배려로
때마침 잠깐 내리는 비와 바람을 피해 카페 옆 공간에서 점심 준비를 한다
13:15 망양정 옛터(기성 망양정/箕城 望洋亭)
울진군 기성면 망양리 413-4번지에 있는 망양정 옛터는
1471년(성종2)에 망양정이 두 번째로 옮겨온 장소로서
관동팔경(關東八景)에서 제7경으로 꼽히는 망양정은
나중에 나오는 근남면 산포리 둔산동(屯山洞)의 망양정이 아닌 이 기성망양정이 실제 주인공이다
1860년(철종11)에 지금의 자리인 근남면 산포리 둔산동(屯山洞)으로 이건되기 전 까지
390년간 이곳에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그 절경을 노래하였다
송강 정철은 금강산에서 시작한 긴 여정을 이 망양정에서 마무리하면서 1580년에 관동별곡을 노래하였고
숙종은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하였으며
정조와 매월당 김시습이 시를 읊어 그 경치를 찬양하였으며
겸재 정선은 ‘관동명승첩’으로 절경을 화폭에 담았다
1888년(고종 25) 울진 현령을 지낸 류태형의 ‘선사록(仙槎錄)’에 의하면
1860년(철종11)에 망양정이 둔산으로 이건된 이유는
“후세 사람들의 안목이 고루하여 읍치(邑治)에서 조금 멀다는 이유로
강과 바다 사이로 옮겨 지었다“로 적혀 있다
확인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관동팔경이 각 군에 하나씩은 나누어져 있어야 좋은데
울진(蔚珍)에는 없고 아랫고을 평해(平海)에는 망양정, 월송정(越松亭) 두 개나 있어서
울진 현령 이희호의 요청으로 평해의 망양정이 울진으로 옮겨 왔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옛 지도를 보면 옛 망양정이 있던 현종산(縣鍾山) 남쪽은 평해군이었다
한창 보수공사 중인 기성 망양정
도로가 나면서 옛터가 상당 부분 사라지고 일부만 남아 있다가
2004년 5월 울진 지진 피해로 허물어진 채로 남아있었는데
옛 망양정을 기념하기 위하여 2015년에 정자를 건립하였고, 여기를 기성 망양정( 箕城 望洋亭)이라 부른다
보수공사로 출입을 금하고 있어
390년간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그 절경을 노래하였던 역사적인 곳에 올라
풍류의 멋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을것을 기대하였는데 무척 아쉬웠다
망양정 옛터에서 내려다 보이는 동해바다
돌아서질 않는 발걸음을 돌려 망양정 옛터를 내려와 발걸음을 계속 하는데
저기 왼쪽 언덕위에 망양휴게소 건물이 보이고
바다 가운데로 튀어나온 육지의 끝은 내일 26코스 마지막 종착지인 죽변이다
13:36 망양황금대게공원
대게의 원조가 울진인데 영덕에 유명세를 빼앗긴 울진사람들의 진한 아쉬움이 적혀 있다
13:53 망양휴게소
바다 조망이 아름다운 망양휴게소에서 뒤돌아 본 지나온 해안길과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위를 집어 삼키려는 듯한 성난 파도의 함성을
눈으로 소리로 오롯이 느낄수 있다
울진해양레포츠센터
14:20 오산항(烏山港) / 울진군 매화면 오산리
15:05 진복2리
진복리 고인돌
물개바위
15:44 촛대바위
해안도로변에 수직으로 솟은 바위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고고하게 서 있는 촛대바위는
해안도로 건설 때 철거 논쟁이 있었으나 갑론을박 끝에 원래의 모습 그대로 보존하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노력은 정말 칭송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산포3리 해변의 정자
정자에서 바라다보이는 내일의 목적지인 죽변이 한층 더 가까이 보인다
줌인한 죽변항(竹邊港)
15:55 산포3리
여기까지 20.2km에 5시간 16분이 걸렸다
산포3리에 오니 오후 4시가 다 되었다
오늘의 25코스 마지막 종점인 수산교까지는 망양정을 지나 약3~4km만 더 가면 도착하지만
어둡기 전에 야영을 할 장소를 골라 텐트를 쳐야하기에 산포3리에서 오늘의 여정을 마치고...
차를 타고 망양정해변 쪽으로 좀 더 올라가니 소나무 숲속에 야영을 할 좋은 장소가 나오는데
식수대와 난방까지 갖춘 깨끗한 화장실도 있고 가로등도 여러개가 있어 어둡지도 않다
양 옆 인근에는 캬라반 카페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
여름철이면 야영지로 이용되는 곳인 듯한 최적의 장소를 찾았다
성대와 뱅에돔과 까치복 회에 이어
돼지목살 구이까지 밤의 향연이 펼쳐질 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패딩 조끼에 패딩 점퍼까지 그 위에는 겨울 바람막이를 입었고
수면 양말을 껴 신고 침낭 속에 들어가서
핫팩을 양 주머니에 한 개씩, 발 아래에 또 한 개를 넣고 나름대로 완전무장하고 잤는데
새벽녘 술에서 깨니 한기가 온 몸을 엄습해 온다
두툼한 겨울침낭이 아니고 20여년 전 6월 첫 지리산 종주 때 사용
(그 당시에는 비박이 허용되었음)하고 집에 보관하고 있던
오래된 옛 스타일의 여름침낭을 사용하였더니 역시나 우려대로 역부족이었다
차라리 다른 친구들처럼 이불을 가지고 왔더라면....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