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더 외로워지고 싶어 글을 쓰는 것이다.
오늘은 노인회관에 가지 않는 날이라, 10 시에 막걸리를 마셨다. 늘 하던데로 아래층 주차장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담배를 피우기도 하다가 잠이 들었다가 지금 일어났다.
막걸리에 취하면 담배 맛이 너무 좋다.
아내가 죽기 전까지 담배를 피지 않다가, 죽고 나서 병원을 들락거리면서 담배를 피웠다.
담배가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무료하고 외로운 시간을 친구 해 주었다.
아래층 주차장 벤치에 앉아 있기도 하고 건너편 원룸의 의자에 있기도 하고 왔다갔다 하다가 건너편 원룸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귀여워하는 검둥이와 일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오늘은 처음 보는 외국인이 검둥이를 안고 너무 귀여워 한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니 러시아 일루스크라고 했다. 거기가 어디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다음의 대화가 이어질 것 같지 않아 포기하고 웃음으로 대신했다.
대신 검둥이가 좋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한다. 아내가 보고 싶지 않느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한다.
나도 외롭고 검둥이도 외롭고 러시아 노동자도 외롭고 요즘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
내가 사는 원룸에도 외로운 사람들이 많이 산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내가 자주 만나서 이야기 하는 80 먹은 여자가 내일 경기도로 떠난다고 한다.
세 아들의 줄다리기 때문에 연고도 없는 동해까지 왔다가 세무사 하는 둘째 아들이 자신을 보호해 준다고 해서 떠난다는 것이다.
나의 고등학교 선배는 망상에 간다고 했다. 묵호 중학교 동창회가 어제부터 이어져 끝나지 않고 자기를 불러서 간다고 했다.
선배는 대기업 건설사에 근무하다가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산다. 술을 너무 먹어 지금 신장 혈액 투석 중이다.
팔뚝은 주사 자국으로 엉망이다.
재산을 노리고 엄마를 모시려고 하는 자식들 틈에서나 주말에 집에 가지도 않고 동창회를 이어가는 정신나간 친구들이나, 막무가내로 글을 쓰는 나는, 또는 새벽에 외로워서 늑대의 울음을 우는 검둥이는, 더 외로워지고 싶은 것이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병이 되기도 하고 또는 외로움이 지겨워 그것 스스로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나는 그것을 글쓰기로 대신한다.
글 속에서 내가 만나는 모든 것들이 나를 위로한다.
나의 글쓰기가 너의 글쓰기가 되고, 너의 글쓰기가 그녀의 글쓰기 되고 그녀의 글쓰기가 검둥이의 울음이 된다.
밤에는 어느 별에 가 있었던가. 별을 보다가 별이 되기도 하고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이 되어 날아가기 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물이 되어 땅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기도 한다.
무엇이 되면 어떠리.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고 그녀가 되고 별이 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고 비가 되고 그래서 스며들고.
배가 고파진다. 글을 쓰면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배가 고픈 것을 보니 아직 덜 외로운가 보다.
비빔면에 파김치를 넣어서 먹어야 겠다.
첫댓글 비빔면에 파김치~~환상의 조합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