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서치일본어교실/사랑터포천점/독서치하루장터/도서출판서치세상대표
독서치 이규승입니다.
# 한국, 의사가 많은지 적은지 ‘팩트체크’를 해보자(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의사가 부족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다. 대학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어서 입원실을 줄이고, 응급환자는 의사가 없어서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다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고 있다. 의사 대신 환자를 진료하는 소위 ‘피에이(PA) 간호사’(진료 간호사)가 1만명에 달하고, 지방 대학병원에서는 교수로 채용한다고 해도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 늘고 있다.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의사 분포를 개선하는 데 적어도 몇년, 배출을 늘리는 데는 10년 이상 걸린다. 늦을수록 대한민국 의료체계는 지방, 응급, 중증환자 같은 ‘약한 고리’에서 시작해 빠른 속도로 연쇄적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의사들은 여전히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며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반대한다.
우리나라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2.5명(한의사 제외 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3.6명)의 3분의 2 수준이고, 한의사를 제외하면 2분의 1 수준이다. 의과대학생 수도 오이시디 평균의 58%에 불과해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현재 부족한 의사 수가 약 3만~5만명인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2035년까지 약 2만7천명이 더 부족해질 것이라 하니 앞으로 부족한 의사 수는 6만~8만명이다. 의사들은 이런 명백한 통계조차 의사 수 부족의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우선, 우리나라는 아프면 쉽게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기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 7명 가운데 1명은 위중한 입원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없는 의료취약지에 산다. 의료취약지란 55개 중진료권 가운데 종합병원이 없어 입원환자가 제대로 진료받기 어려운 곳을 말한다. 이들 의료취약지 입원환자 사망률은 전국 평균보다 1.3배 높고, 이로 인해 매년 약 1만명이 더 사망한다. 뇌졸중이나 급성심근경색 같은 중증 응급환자 10명 중 1명은 진료할 의사가 없어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고, 이렇게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할 가능성이 커지는 중증 응급환자가 연간 3만명이 넘는다. 의사들이 말하는 좋은 의료접근성은 대도시 거주자, 경증환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둘째,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금 의사를 늘리면 미래에는 의사가 너무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병원 이용이 많은 노인 인구 증가를 고려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 진료비 기준으로 추정해보면, 노인 인구 증가로 2035년까지 의사는 5만명 더 필요하지만, 전체 인구 감소로 줄어드는 의사 수요는 1만명에 불과하다.
셋째, 우리나라 의사들이 외국에 비해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기 때문에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 의사 1명이 진료하는 외래환자 수가 오이시디 평균보다 3.8배 많다는 통계가 근거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는 진료시간이 짧다. 평균 외래진료 시간이 5분인데, 유럽(15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진료시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의사 진료량은 14% 더 많을 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전체 의사 가운데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비율이 높다는 주장도 한다. 진료의사 비율이 오이시디 평균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진료의사 비율과 많은 의사 진료량을 모두 고려해도 우리나라 의사 수는 오이시디 평균의 4분의 3에 불과하다.
넷째, 의료제도가 다르면 필요한 의사 수도 다르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오이시디 가입국들보다 더 많은 의사를 필요로 한다. 병상이 과잉공급된 지역에서도 병원과 병상을 자유롭게 늘릴 수 있고, 의료행위마다 진료비를 받는 행위별 수가제는 과잉진료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유발하는 실손보험,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도입하지 못하는 피에이 간호사 제도 등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의사를 필요하게 만드는 나쁜 의료제도를 뜯어고쳐야 하고 의사 수도 늘리는 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