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도록 아름다운.)
“오빠... 나... 다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경기도의 한 병원의 병실.
침대위에 누워있는 소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반드시...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오빠라고 불리는 사람이 옆에서 대답한다.
“오빠가... 옆에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야! 고마워.”
소녀는 오빠의 손을 꼭 붙잡았다.
“뭐야~, 힘내야지! 이제 어머니 오신다니까 난 이만 갈게. 낼 보자~!”
남자는 소녀의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더니, 이내 나가 버렸다.
그리고 병원을 나온 남자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하늘을 바라본다.
‘휴~, 난... 언제까지... 네 대신이어야 하는 거냐? 한경아... 나... 지금 너무... 슬프다.’
감정이 복받친 듯, 남자의 두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같은 시간 병실.
오빠라고 불린 남자가 나가자, 이불은 뒤집어 쓴 소녀의 몸이 심하게 요동친다.
‘흑...아... 정말... 미안...해요. 이럴... 이럴 생각은...없었는데...흑...흑... 승민...오빠!’
소녀의 두 눈에도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10년 전,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최한경과 나(승민)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어이, 형씨들! 이런데서 뭐하는 짓이야? 나쁜 짓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라고~!” -한경-
“뭐야, 저 고딩은! 새끼가 죽으려고 아주... 좋은 말로 할 때 꺼져라~!” -동네 양아치-
“눈에 거슬린다고~ 말귀 못 알아먹냐? 꺼지라고 병신들아~!” -한경-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고, 상황은 금방 정리 되었다.
(어려서부터 무술을 배운 한경과 나는 비슷한 쪽수에서는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털썩~”
양아치 3명이 자리를 떠나자, 벽에 기대있던 사람이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고
깜짝 놀란 내가 급히 달려갔다.
“어...어? 여자였네? 한경아~, 그냥 지나쳤으면 큰일 날 뻔했어! 다행이다.”
“아... 여자는 귀찮은데. 괜한 오해 사지 말고 그냥 가자! 어쨌든 도와 줬으니까...” -한경-
“지금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이 여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것 같은데... 그냥 두면 위험할 것 같아! 빨리~!
확~ 니네 집으로 데려간다."
“뭐? 알았...어. 도와주면... 되잖아!” -한경-
그것이 우리와 소연이의 첫 만남 이었다.
다음 날,
학교가 끝나고 교문을 나서자, 한 여자가 우리의 앞을 막아섰다.
“저...기, 감사합니다.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소연-
“아! 너구나? 신경 쓰지 마. 어차피, 너 구해주려고 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한경-
“네? 아... 그래도 어쨌든...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요...” -소연-
“왜 그러냐? 사람 무안하게! 인사정도는 할 수도 있는 거잖아~!”
“어? 아니, 난 그냥 신경 쓰지 말라고 한 소린데...” -한경-
“저기, 미안해. 이 녀석 대화 수준이 좀 낮아서...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니니까 오해하지는 말아줘! ㅎㅎ."
“에...네? 아... 풋...큭...아... ㅎㅎㅎ.” -소연-
갑자기 그녀가 웃기 시작했다.
“아... 저기...큭...미안해요...큭...아... 죄송해요! 두 분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소연-
“응? 뭐가?” -한경 & 승민-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밝게 웃어 보이는 그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제의 그 정신 나간 듯 한 얼굴에 비하면 오늘은 꽤 괜찮은 만남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 뒤로 우리는 자주 만났고 어느 새, 친구 이상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변해가는 감정들...
우정... 이라고 생각했던 감정들은 흐르는 시간만큼이나 변해가고 있었다.
친구이자, 동생이라 생각해온 나의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언제부턴가 그녀의 모습을 쫓아가고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답답하고 설레는 마음은 더욱 더 강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어! 승민 오빠~! 이것 봐라. 이 반지 이쁘지? (^^*)” -소연-
멀리서 날 보며 반갑게 달려 온 그녀는 손가락의 반지를 보여준다.
“어? 예뻐! 근데... 무슨 반지야?”
‘제발... 아니길... 부디... 신이시여....’
너무도 불길한 예감... 그러나... 이런 예감은... 언제나 빗나간 적이 없다.
“헤헤~! 이쁘지? 한경오빠가 사줬어. 나 좋아한다고... 나중에 크면 결혼하재!
그냥 사귀는 것뿐인데, 완전 오버하는 거 있지~! (><)“ -소연-
“어... 둘이 사귀는 거야? ㅎㅎ. 너무 놀라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ㅎㅎ.”
“헤~! 그지? 나도 지금 꿈같아. 한경오빠, 그렇게 무뚝뚝한 사람이... (^^*)” -소연-
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에...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
그 동안 수 없이 싸움을 했지만, 이렇게 아파 본 것은 처음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 후로, 난 두 사람을 볼 자신이 없었는지 무의식적으로 피해 다녔다.
수많은 전화와 메일...
그녀는 이 모든 게 내게 상처가 된 다는 것을 모르나 보다.
‘시간이 흐르면... 언젠간 웃으면서 볼 수 있겠지...’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6개월 후,
느닷없이 사고 연락을 받았다.
비행기 추락사고... 거기에 두 사람이 있었단다.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간 나는 눈앞의 절망적인 상황에 슬픔을 감출 수가 없었다.
“최한경... 사망... 이건... 이건... 꿈...이야! 아니야~! 절대... 이건... 흑... 말도 안돼!”
믿을 수 없는 현실...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것을...
슬픔에 오열하고 있는 내게 의사가 종이쪽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승민씨 인가요? 환자분의 손에 꼭 쥐어져 있었습니다. 아마, 죽기 전 남긴 메모인 것 같습니다.” - 의사 -
조심스레 쪽지를 펴자, 삐뚤빼뚤하게 몇 글자들이 쓰여 있었다.
“승민에게. 미안하다. 소연이를 부탁해!”
‘바보 같은 녀석! 죽기 전까지... 너는... 너는...’
“으....아~! 이... 바보야... 흑... 이... 바보... 녀석아~!”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래봐야 녀석에겐 이젠 들리지 않겠지만 말이다.
며칠 뒤, 한경이의 장례식을 끝내고 소연이를 찾았다.
다행히 삶의 고비는 넘겼지만, 4일 만에 깨어난 그녀는 더 이상 앞을 볼 수도... 걸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게다가 기억장애까지 겹쳐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단다.
절망적인 현실...
'그녀의 기억속엔 더 이상... 한경의 모습은 없다.'
그 순간, 난 다짐했다.
‘내가... 꼭 기억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비록, 다른 이름으로라도 널 지키겠다고...’ 말이다.
결국, 난 그녀의 곁에서 2년의 시간을 “최한경”의 이름으로 지냈다.
슬프고 가슴이 아프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었기에...
다음 날,
병원에서 급한 연락이 왔다.
“뭐...뭐라...고요? 그럴...리가! 어제...까지만 해도...”
믿을 수 없는 전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승민씨! 이거... 환자분이 남긴 편지에요!” - 간호사 -
편지... 왠지...불안한 느낌... 난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펴보았다.
“오빠! 항상 너무나도 착하고 다정했던 우리 승민 오빠... 정말 미안해. (^^;)
많이 놀랐지? 그 동안 속여서 미안! 일부로 그런 건 아니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문득, 정신이 들고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나... 많이 불안하고 무서웠어! 그런데 그때,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지.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승민 오빠였는데, 오빠는 내게 “최한경” 이라고 말했어!
처음엔 내가 잘못알고 있는 거라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들었어. 오빠랑 간호사언니랑 말하는 거...
한경오빠는... 이미 1년 전에 죽었다고... 솔직히, 너무 충격적이라 믿고 싶지 않았어.
물론, 오빠는 나보다 더 슬프고 힘들었겠지? 나한테 말도 못하고...
지금까지 “최한경” 이란 이름으로 2년을 지낸 거잖아! 이제야 깨달았어.
난 오빠 옆에 있으면 않된다는걸... 분명... 나 때문에 오빠는 더 많이 울게 될 테니까...
우리 착한 승민 오빠! 이젠 더 이상 울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
나도 한경오빠 찾아서 반드시 행복해 질 테니까...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
가끔씩 우리 보고 싶으면 밤하늘의 별을 보며 기도해줘! (><)
다음 세상에는 우리 셋이서 함께 행복하게 해달라고... 서로 아프고 힘들지 않게...
꼭 그렇게 해달라고 말이야~! 그럼, 안녕!
P.S: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어서 미안해! 그래도 오빠는 이해해줄거지? 우리 착한 오빠..."
너무나... 슬프고 가슴 아파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아....아~! 흑....흑... 너...까지... 이... 바보...야...!”
그렇게 나의 첫사랑도 내 곁을 떠나갔다.
아직... 좋아한다는 말도 못했는데, 그렇게... 다른 사람 찾아서 멀리 떠나버렸다.
그 뒤로, 난 습관처럼 매일 밤하늘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너희는 행복한 거겠지? 오늘도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고 있으니까...”
* 닉네임을 않써서 리턴된 것 같네요~! ^^;
다시 올립니다. 죄송요~! (습관이 않되서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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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닷단편소설
[단편]
[크루져FD] 슬프도록 아름다운.
크루져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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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25 13:59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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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슬픈 내용이긴 한데.. 별로 슬프지가 않았어요... ㄱ-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실력이 많이 허접해서염~! ^^; 노력하겠습니다.
소설속의 승민씨는 매일 밤마다 슬프겠어요.. ㅠㅠ 잘 읽었구요, 건필하세요 ^0^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중편짜리 소설내용을 단편으로 댕강 자르다 보니... 좀 허접해졌습니다. 앞으로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