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름지기 바빠야 한다.
특히, 사업을 하는 사람은...
그런데 매일 이따위 글을 올리는 나를 돌아보면 한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한참 바빠야 할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 류의 글을 쓰다니!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한심하고 멍청한 놈이라 욕할 것이 뻔하다.
그래도 멍청히 올 손님을 기다리느니, 이런 쓸데없는 글이라도 쓰고 누가 읽어주면 인류공영에 이바지한다는 생각이 틀리진 않는다는 생각 ㅡ
아침 출근 버스에 산을 가는 아내와 함께 탔다.
간밤에 술을 많이 마셔 차를 두고 택시로 왔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분야에 적을 두고있기에 무슨 캠페인을 한다고 일찍 나가는 중이었다.
간밤에 과음한 탓에 아직 몽롱한 내게 아내가 말한다.
"술냄새가 진동하니 절대 남에게 웃지도, 말하지도 말아요!"
비가 내리며 바람까지 많이 불던 어제 ㅡ
이런 날, 손님이 온다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게 나의 10년 넘는 중개업자의 경험이다.
술 생각이 슬슬 나던 중, 한 여인이 들어왔다.
멍청히 있다보니 점심시간이 지나가던 중인 시간이었다.
자켓 위의 빗방울을 털고 선글라스를 벗는 여인 ㅡ
"안녕하세요!"
아! 그녀였다.
생활비 반만 보태주면 애인이 되어주겠다는 그녀 ㅡ
언제 보아도 그녀는 오십 대 후반이란 나이가 무색하게 젊고 예쁘다.
"어쩐 일이시기에 이곳까지 왕림하셨어요?"
"월세 준 오빠 빌라에 문제가 있다 해서 보고 가던 중 들려봤네요."
반가웠다.
돈이 요구되었기에 거절했던 제의였지만, 몸에 달라붙는 등산복 몸매는 남자를 유혹하기엔 손색이 없다.
"술 한 잔 사주실래요?"
소파에 앉으며 그녀가 말했다.
그녀와 몇 차례 술을 마신 적은 있었다.
여자의 주량치곤 보통 이상의 그녀 주량은 아무리 마셔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지 못했다.
술의 종류도 가리지 않아 비싼 술집을 찾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부담없는 여자였다.
사무실을 잠그고 간 중국식당 ㅡ
아는 사람들을 만날까 룸으로 들어갔다.
배가 부르면 술맛이 없는 법 ㅡ
주문을 위임받은 그녀는 팔보채와 고량주를 시켰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페르시아 공주처럼 짙은 눈썹의 굵게 패어진 쌍꺼풀은 볼수록 매혹적이다.
몇 차례 술잔이 오가자 내가 먼저 말했다.
"재혼하셨어요?"
나를 한참 보던 그녀가 말했다.
"왜, 그게 궁금해요?"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스스로 한 잔 부은 고량주를 들이킨 후 말한다.
"내가 언젠가 말한 것 같은데... 다시는 결혼같은 건 안 한다고!"
그랬던가?
작년, 추석을 지나고 한 번 보았으니 거의 1년만의 만남이었다.
아이를 못 낳았다는 말만 들은 기억인데, 그것밖에 기억할 수 없었다.
아이를 출산하지 않은 여인도 가슴이 저렇게 발달할 수 있는지 의문이 갔다.
자켓을 벗은 달라붙는 티셔츠 위로 불거진 그녀의 유방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등산복이라던지 모자까지 온통 유명 메이커이다.
걸친 것만 봐도 족히 오십만 원은 넘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내와 나의 등산용품만 실어도 1톤 용달차 하나는 될 정도이니 웬만한 옷들 가격은 알 수 있다.
저 옷들은 누구에게 얻어 입었을까?
언젠가 술을 마시고 오던 중 등산용품 쇼윈도우를 보며 그녀가 한 말이 기억됐다.
"나, 저 바지 하나 사줘!"
술 취한 그녀는 연인이 된 것처럼 팔짱을 끼며 말했다.
순간, 내가 얼마나 어리숙하게 보였으면 이런 말을 할까!
완곡하게 거절했다.
아무리 그녀가 아름답다고 해도 10만 원 가까이 갈 그 옷을 사 줄 의무는 없다.
아내는 스판만 되면 좋다며 비싼 메이커를 절대 사진 않는다.
똑같은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인데 메이커만 수놓으면 10배나 비싼 옷을 왜 입느냐는 논리를 주장한다.
어쩌다 아이들이 산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유명 메이커를 사 줄 때를 제외하곤 절대 안 산다.
내 아내에게도 안 사 준 그녀에게 사 줄 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다.
술은 내가 마시고 싶어 마시고, 어차피 팁 줄 의무도 없는 그녀이기에 아름다운 여성과 마시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런 생각으로 그녀와 몇 번 술을 마셨다.
팁이 나가지 않고 함께 마실 수 있다는 철저한 타산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얼굴이 홍조를 띄우는 것을 보아 취기가 오르는 듯했다.
고량주 각 두 병이니 취할 만도 하다.
"더 드시겠어요?"
그녀나 나나 안주를 많이 먹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팔보채는 두어 병 마실 만큼 남아 있었다.
"아뇨! 그만 마실래요."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거리는 비바람이 흩날리고 있었다.
빈 말로 그녀에게 말했다.
"사무실 가서 입가심으로 한 잔 하시겠어요?"
말없이 나를 보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사무실 앞 슈퍼에서 뚱땡이(1.6리터 패트병 맥주) 한 병을 샀다.
이런 날씨엔 술맛은 너무 좋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어느새 뚱땡이가 비워졌다.
"우리집에 가서 한 잔 더 하시겠어요?"
놀란 내 얼굴을 보는 그녀가 요염하게 웃는다.
"한 잔 더하러 가자!"
내 가슴 속 어떤 녀석의 유혹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도 그녀의 집!
순간, 내 머리가 복잡해지며 적분, 미적분, 수많은 방정식까지 혼란스런 수학들의 개념이 떠오른다.
수학 한 과목 때문에 서울대도 못 간 내 실력에 해답이 나올 수 없다.
이렇게 혼란스러울 땐 무조건 긍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살아온 내 인생이 아니었던가!
택시를 타고간 그녀의 아파트, 7층 ㅡ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 심장소리가 쿵쾅거리고 있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보다 비좁은 엘리베이터가 그녀의 단단한 볼륨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여태 못 느끼던 짙은 여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녀는 왜 나를 자기가 사는 아파트를 보여주려고 했을까?
재혼을 않고 혼자 산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그랬을까?
수많은 양주를 마셔봤어도 여인의 나신처럼 생긴 병의 위스키는 처음 맛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느낀 입술의 얼얼함도 함께 ㅡ
콜택시가 도착했다는 기사의 전화가 오기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어제의 일장추몽이 현실이 된 날은 흩날리는 빗속에 저물어 갔다.
그녀에게서 생활비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양다리 걸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전 애인이 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변하는 게 사람 마음 아닌가요?"
그렇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녀가 말한 "생활비 반"이란 말을 듣지 않았다면 내 마음이 변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 애인 없는 사람은 "천연기념물"이란 이야기가 있다.
나는 "천연기념물"이다.
첫댓글 저는 애인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그렇게 술한잔 할 수 있는 관계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마도님은 애인 있는 사람보다 더부러운 분 이라 생각됩니다.
여기 천연기념물 하나 추가요..^^*ㅎ
여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하나 추가요 ^^
부인한테 들키면 어쩌실려구..ㅎㅎ 암튼 부럽습니다.
흥미진진~
리얼스토리 입니다.
잘하셨어요.
생활비 반?
그 여자분 조심 하세요^^
애인은 없어도 애인보다 더 가까운 여친은 많네요. ㅎ
마나님이 존재하니 애인 같은 건 두면 상당히 복잡해 집니다.
그냥 지금처럼 지나가는 바람처럼 아는 여인들과
술 한잔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여친이면 좋겠지요.
내가 본 바로는 마도님은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을 분입니다.
그래서 이런 글도 액면 그대로 믿어드립니다.
그런데 아내분도 산 마니아 같은데
그동안 왜 한번도 동행을 안하셨지? ㅎㅎ
아이고! 누님! 청계산도 갔고, 도봉산도 갔습니다. 같이 다녀보니 안 감만 못하니 떼놓고 다닙니다.
다른 여성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꼬잡혀 살 수 없겠더라고요!^^*
아름다운 5060 카페 산행엔 예쁜 분들이 너무 많아 자꾸 눈길이 가는데 어쩝니까!
골키퍼 있다고 골 못넣으랴?
하는 여인들 많아
남편 지키기 참으로 힘든 세상입니다.
부디
짙은 분내음에 홀리지 않는
지조 있는 남편들이 되시길
이자리를 빌려~~~~~~이하생략 ^^;
애인 말고요
남자사람
여자사람
친구 사이 ..넘 좋잖아요
에효
잘하시것이지 못하신것인지 나도 아리숑해
헌데 뭐야 명품옷만 걸쳐다고
명품인간되 나 흥
앤 없는 사람은 "천연기념물"...백점 드려요,,,ㅎ
★ (많은 삶의 이야기 방 독자들을 위해)
예전에 신문 연재(애)소설 보는 기분이네요. 야금야금 진도나가 감질 맛 느끼던 재미..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