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온 여왕
해럴드 섹터 지음 | 김부민 옮김
알마
2020년 02월 20일 출간
인디애나주를 피로 물들인 연쇄살인범, 남자 도살자 벨 거너스
죄악 가득한 삶과 비극적 최후를 파헤치다
왜 어떤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고 어떤 사람은 범죄에의 욕구를 극복해내는지, 그 해답을 찾아가는 첫걸음이 될 만한 작품이다.
_권일용 프로파일러,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
아마존 베스트셀러
〈뉴욕타임스 북리뷰〉 선정, 2018년 여름휴가용 추천도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완성한 논픽션이자 입체적 역사서
미국 이민의 역사 속 짙은 그림자로 남은 벨 거너스
《지옥에서 온 여왕》은 프롤로그에서 인디애나주 라포르테의 기원을 다루고, 1부에서는 노르웨이계를 중심으로 미국 이민자의 역사를 담아낸다. 아메리칸 드림의 명과 암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이 책이 단순한 범죄 논픽션으로 결말지어지지 않을 것임을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범죄 사례의 다양화는 어쩌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벨 거너스의 악행에 대해 쉬이 어떤 판단을 내리거나 무조건적인 비난을 퍼붓지 않는다. 다만 직접 수집한 엄청난 양의 자료를 바탕으로 수많은 인물들의 무수한 발언을 책에 녹여내어 벨 거너스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다. 이 서술 방식을 통해 판단의 유보하지 않고 오히려 독자들에게 벨 거너스가 어떤 인물이며 그의 범죄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는 범죄가 단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통찰이기도 하다.
미국 이민자의 역사에서 벨 거너스는 분명 짙은 그림자로 남았으며, 인디애나의 라포르테는 ‘문’이라는 상징성 강한 의미와는 달리 미국 최악의 살인마, 남자 도살자 벨 거너스의 살인 농장이 위치한 곳이라는 오명으로 물들고 말았다. 방대한 사료, 직접 인용의 향연으로 대변되는 저자의 라포르테에 대한 천착은 도시의 오명과 대비되며 라포르테와 미국사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다가온다. 냉철한 시선의 역사서와 섬세한 감각의 논픽션, 두 가지 성격 모두를 갖춘 《지옥에서 온 여왕》은 우리를 잔혹하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의 현장으로 초대한다.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날선 법정 공방
연쇄살인마와 죽음에 대한 또 다른 미스터리
《지옥에서 온 여왕》 후반부는 날선 법정 공방으로 다시금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엄정하면서도 신랄한 모두진술, 증거와 증인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논쟁은 우리를 순식간에 평결로 인도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압도적 몰입감은 독자들에게 벨 거너스의 살인 농장이 있는 인디애나 라포르테로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주 지방 검사 스미스와 살인 농장 방화 및 벨 거너스 살해 혐의로 수감된 레이 램피어의 변호사 워든 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은 정의로운 검사 혹은 변호사 하나에만 정당성을 부여하는 평면적인 서사와는 다른 차원의 입체감을 선사한다. 악인은 없다. 다만 신념에 헌신하며 죄, 혹은 무죄를 밝히기 위해 자신을 던질 뿐이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심문과 진술, 반박과 재반박의 공방은 그 논리 정연함과 투철한 직업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를 고양시킨다. 법정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지고, 정의로운 법조인을 그리워하는 현실 속에서 스미스 검사와 워든 변호사의 소명의식 가득한 법정 공방은 큰 울림을 전해준다.
과연 벨 거너스는 살해당했을까? 그 범인은 내연남인 레이 램피어였는가. 벨 거너스는 본인의 악행을 감추기 위해 집에 불을 지르고 달아났는가. 그 모든 의문과 관련한 숨겨진 진실이 《지옥에서 온 여왕》 결말부, 평결과 그 이후 인물들의 행보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