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신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신학교의 영성지도신부님들이 ‘신자들을 위한 기도 맛들이기 성경묵상피정’을 실시하였는데, 피정신청을 받자마자 단 하루 만에 마감된 것이다. 휴가 때 강원도와 해운대에만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휴가를 이용해서 하느님을 만나고, 자신을 살피며, 내적인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거기에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여느 피정과는 달리, 말씀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내가 직접 만나는 피정이었다. 좋은 강의를 듣고 감동받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하느님의 소리를 듣기 위해 침묵 속에 기도하고 기도한 내용을 영성지도신부님들과 만나 이야기 나눔으로써, 하느님이 내 안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계시는지, 그리고 내가 만난 하느님이 진정한 하느님이었는지를 분별한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더욱 놀랄 일은, 적지 않은 평신도들이 하느님과의 만남을 깊이 있게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침묵기도, 묵상기도, 관상기도가 더 이상 성직자 수도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신학교는 영적인 것에 갈증을 느끼는 신자들에게 사랑이며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전해주고, 그분을 만날 수 있는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참된 영성지도자들을 배출하는 데 더욱 힘쓸 것이다.
여름 방학의 마지막은 신학교에서 보자면 ‘수확기’이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10년 가까이 살았던 부제들이 사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 사제로 서품받은 이들은 수원교구 20명, 원주교구 3명, 춘천교구 2명과 미리내 수도회 2명을 포함 총 27명이다. 이는 하느님 은총의 결실이며, 온 교회의 기쁨이다. 새 사제들은 이제 신학교에 와서 후배 신학생들과 직원들을 위해 첫 미사를 봉헌한다.
첫 미사는 항상 감동적이다. 사제서품은 한편으로는 꿈의 성취에 따른 큰 기쁨이요,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에 던져지는 두려움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 사제들은 이 모든 것을 만물의 주인이신 주님께 전적으로 맡긴다. 이들은 자신들을 키워준 부모와 본당신부, 신자들의 기도와 희생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한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어떤 어려움이 닥치든 주님께서 항상 당신을 찾는 이들 가운데 계시다는 것을 알고, 항상 초심을 간직하며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기를 다짐한다.
잡초만이 가득했던 운동장에 신학생들의 발자국이 새겨진다. 개학하여 신학원에 들어온 신학생들은 새로 단장한 구도서관에 책들을 나르고, 새 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다. 특히 개교 25주년을 맞이하여, 9월 18일(금) 저녁 7시30분, 분당요한성당에서 개최될 기념음악회 준비도 한창이다. 이 기념음악회는 성남시립교향악단과 국내외 정상급 성악가들, 특히 외국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임선혜(아녜스) 자매가 참여하며, 신학생 합창단도 출연한다. 무료로 개최되는 이번 음악회에 많은 분들이 오시어 자리를 빛내주시길 바란다. 입장권은 수원가톨릭대학교 홈페이지(기념음악회 ‘바로가기’)에 들어와 신청하면 미리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