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무포 고래마을
숲만 무성하고 없는게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다무포(多無浦), 나무가 많다 해서 다목포라고도 불리는 마을은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맑은 바닷물과 적당한 수온이 고래가 새끼를 낳고 회유하기 좋은 조건을 가져 한때는 마을 앞바다까지 수십 마리씩 고래가 찾아오던 곳이었다. 이런 까닭에 고래잡이로 풍족함을 누렸던 마을은 1986년 국제협약에 의해 상업적인 포경이 금지가 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2008년에는 고래생태마을로 지정돼 전성기의 영광을 되살릴 기대도 있었으나 사업이 유명무실하게 되면서 구룡포와 호미곶 등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와 불과 5분거리지만 큰 존재감없이 스쳐 지나가는 마을이 되어버렸다.
이런 다무포마을이 최근 하얀 담벼락과 파란 지붕 옷을 입으며 포항의 산토리니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을의 변신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중심에 이나나 다무포 하얀마을만들기 총괄위원장(위덕대교수, 관광두레 PD)이 있다.
마을의 첫 인상을 ‘작지만 참 예뻤다’라고 이야기하는 이 위원장은 ‘포항시 도시재생 마을 공동체 역량강화 사업’의 대상지로 다무포 마을을 주목한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던 그는 어떤 사업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고민하던 중 담벼락 페인팅을 생각해낸다. 그리스의 작은 해안마을인 산토리니가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가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히는데 착안해서다. 그의 제안에 마을 주민들은 ‘한번 해보라’며 쾌히 자신의 집 담벼락을 내준다. 사실 처음에는 얼마 안가 포기할 줄 알았다고 한다.
주어진 예산은 페인트를 사고 인건비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모자랐지만 이를 마중물 삼아 4년째 담벼락 페인팅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기부와 자원봉사로 메워간다. 첫해에는 일면식도 없던 페인트회사를 찾아 사업의 의미를 설명하고 도색에 필요한 페인트 기부를 부탁했다. 사업의 취지에 공감한 ㈜노루페인트가 첫해에 페인트 100말을 기부한 이래 지금까지도 꾸준히 페인트를 지원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이밖에도 개인과 단체의 일손과 페인트 기부, 봉사자들을 위한 점심식사 제공 등 후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누구 한사람의 힘이 아니라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마음과 손길이 모여 포항의 산토리니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무포 고래마을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