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 慮 一 失
千 : 일천 천
慮 : 생각할 려
一 : 한 일
失 : 잃을 실
(천 가지 생각 가운데 한 가지 실책 / 생각을 많이 해도 하나쯤 실수가 있음)
한(漢)나라가 중국 천하를 통일할 즈음의 일이다.
명장 한신(韓信)이 한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의 명을 받들어 조(趙)나라를 침공했다.
당시 조나라에는 명장 이좌거가 있었다.
그는 전략이 뛰어나 조정과 백성들 사이에서 신임이 높았다.
한신은 이좌거를 생포해 자신의 부하로 쓰고 싶었다.
한신이 병사들에게 공언했다.
“누구든지 적장 이좌거를 사로잡으면 천금을 주겠다.”
전투는 치열했고, 결과는 한나라군의 승리였다.
이좌거가 포박돼 한신 앞에 끌려나왔다.
한신은 황급히 손수 포박을 풀어주고 그를 상석에 앉혀 주연을 베풀어 극진히 예우했다.
술잔이 몇 차례 오가자, 한신이 천하통일의 마지막 장애가 되는 연(燕)나라와 제(齊)나라를 공략할 방법을
넌지시 물었다.
이좌거는 대답을 피했다.
“황공하옵지만 패한 장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법입니다.”
한신이 예를 갖춰 거듭 묻자 마지못한 듯 서두를 꺼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그런데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도 생각이 많다 보면 반드시 하나쯤은 실수가 있고 (智者千慮 必有一失),
어리석은 사람도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반드시 하나쯤은 득책(得策)이 있다(愚者千慮 必有一得)’고 했습니다.
그러니 패장이 지금부터 말하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라도 득책이 있다면 다행이겠습니다.”
한신은 이좌거의 전략으로 많은 전쟁에서 승리했고,
이좌거는 한신의 참모로 크게 활약했다.
사기(史記)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얘기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은 천 가지 생각 중 한 가지 실책이라는 뜻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많은 생각 중에 하나쯤의 실수가 있다는 의미다.
생각지도 않은 실수를 일컫는 데도 쓰인다.
널리 보고 두루 봐야 생각의 실수가 적다.
멀리만 보고 가까이를 못 보면 가까운 곳에 화(禍)가 있고,
가까이만 보고 멀리를 못 보면 먼 곳에 근심거리가 있다.
너무 깊은 생각에도 함정이 있다.
공자는 “세 번 생각하면 됐다”고 했다.
흔히 쓰는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둔다’는 것은 지나친 생각을 경계하는 말이다.
생각이 충분하다 싶으면 그 생각을 실천하라는 뜻도 담고 있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중요한 건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일이다.
출처 : 사기(史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