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편지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 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의지적, 희망적
◆ 표현 : 수미상관식 구성을 통해 주제를 강조함.
시간적 배경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함.
고통과 번뇌로 가득한 '현실'과 사랑과 희망이 가득한 '새벽'을 대조하여
시상을 전개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새벽 → 가슴 깊숙히 뜨거움과 만나는 시간, 사랑과 희망의 샘이 출렁이는 시간,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
* 정령 → 죽은 사람의 영혼
*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 고통과 번뇌로 가득 찬 현실
*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 서로에 대한 진실하고 뜨거운 사랑과
희망에 대한 기대
*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 고통스런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고통에 대한 적극적 대응 의지)
* 밝아 올 아침 → 화자가 지향하는 세계, 사랑과 희망이 실현되는 세상
*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 화자가 사랑과 희망을 되찾기 위한 노력으로서
선택한 행위
새벽에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화자 나름의 노력하는 행위
* 새벽에 깨어나 ~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 수미상관식 구성, 화자의 정서 강화 및 주제 강조의 효과
◆ 제재 : 새벽, 새벽 편지
◆ 화자 :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새로운 사랑과 희망을 기대하며, 새벽에 일어나
가슴속의 뜨거운 사랑을 편지에 담아내고자 함.
◆ 주제 :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삶과 사랑에 대한 기대와 희망
[시상의 흐름(짜임)]
◆ 1 ~ 4행 :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게 하는 새벽
◆ 5 ~ 9행 : 가슴의 뜨거움과 만나는 새벽
◆ 10 ~ 14행 : 아침이 되면 찾아올 희망
◆ 15 ~ 18행 :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게 하는 새벽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현실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고 쓰라리며, 이 시의 화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화자는 마음의 평정과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편지를 쓰며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시적 화자는 고통과 슬픔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화자는 고통과 슬픔의 세상을 직시하면서 새벽에 일어나 가슴 속에 담긴 뜨거운 사랑의 마음을 편지에 담아 내고 있다. 따라서 그 새벽은 이 험한 세상에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게 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말> : 새벽에 일어나면 맨 먼저 창을 연다. 매화향기가 훅 창을 타고 들어온다. 매화향기는 금세 방안을 가득 메운다. 책상 위에도, 오랫동안 펼쳐져 있을 뿐인 원고지 위에도, 잉크병 위에도 매화향기는 수북수북 떨어져 쌓인다. 그 향기 속에서 하늘의 별을 본다. 별에서도 매화향기가 난다. 혹독한 눈보라의 계절을 넘긴 그 향기 … . 긴 고통과 부끄러움의 언덕을 넘어 아름다움은 온다.
[작가소개]
곽재구 : 시인, 대학교수
출생 : 1954. 광주광역시
소속 : 순천대학교(교수)
데뷔 :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사평역에서' 등단
수상 : 2018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문학부문
1997년 제9회 동서문학상
경력 : 2001~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관련정보 : 네이버[지식백과] - 들국화
작품 : 도서, 오디오북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활동하였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이후 『오월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토착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연인들』에 이르기까지 초기 시 세계는 현실의 거대한 폭력에 대한 분노와 그 아래서 고통받는 민중들에 대한 사랑을 추구했다. 그러므로 시인의 시들은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도시 노동자들의 삶을 노래하면서도 그는 비루한 그들의 삶에 피어 있는 조그만 들꽃을 발견해내는 섬세한 눈을 가지고 있다.
첫 시집 『사평역에서』에서 시작하여 『서울 세노야』에 이르기까지 그는 현실에서 억압 받는 삶에 대하여 서정적으로 노래해왔다. 이들 시에서 확인 할 수 있는 것처럼 80년대를 겪은 이들에게 분노는 근본 감정이다. 80년대를 노래했던 많은 시들이 그저 분노에 찬 절규와 외침으로 끝나버린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곽재구 시인의 시들은 그 분노를 아름다운 시어들을 통해 가슴에 와닿도록 절절하게 깊이 있는 정조로 노래했다.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서울 세노야』 이후 곽재구의 시는 폭력적인 세계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 인간 본래의 순수성과 사랑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남루한 현실, 힘겨운 현실을 노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사랑 때문일 것이다. 그는 근본적으로 현실과 세상을 사랑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첫 시집 『사평역에서』(1983)를 비롯하여 『전장포 아리랑』(1985), 『한국의 연인들』(1986), 『서울 세노야』(1990), 『참 맑은 물살』(1995),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1999), 『와온 바다』(2012) 등을 간행한 바 있으며, 시선집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2011) 등이 있다.
어린이용 동화 『아기참새 찌꾸』 이외에도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1993)을 비롯하여 기행산문집 『곽재구의 포구기행』(2002), 『곽재구의 예술기행』(2003), 『길귀신의 노래』(2013) 등이 있다.
1992년 제10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으며, 1996년 제9회 동서문학상을 받았다.
<학력사항>
전남대학교 - 국문과 학사(졸업)
숭실대학교 대학원 - 한국현대문학
<경력사항
오월시 동인 활동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네이버 지식백과] 곽재구 [郭在九]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