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갑죽龜甲竹
그녀의 툭 불거진 손마디가 대숲이다
세상에 스칠 때면 서걱이는 초록 울음
고비가 꼬리를 물고 딱딱하게 굳는다
참깨를 심다
안개가 훑고 간 땅 이랑이 선명하다
걸어오던 봄바람이 둔덕에 멈춰 선다
고 작은 몸집 하나가 자리 잡은 헌 책상
어두운 쪽방에서 몇 날을 기다리나
뻐꾸기 울음소리 우묵한 봄의 한낮
북극성 대척점으로 눈물 한 점 보내고
깨알같이 웅크린 고시촌 말랑한 몸
어디든 길을 내면 내 길이 아니더냐
때맞춰 알람이 운다 하지夏至 지난 너른 들
씨간장
날개를 달았는지 품 안을 다 떠나고
별 하나 남아서 느린 맛을 들인다
큰 장독 바닥에 깔린 까만 밤을 홀로 익는
긴 시간 나에게도 그런 별 하나 있지
어두운 밤 끌어주고 사라졌다 다시 오는
햇장이 꽃이 되는 날 씨앗으로 스며든
생생 전복죽집
- 동네시장
몸을 세워 붙어 있나 납작하게 엎드렸나
산소방울 올라오는 죽집 앞 장승 같은
몇 몸은 얼싸안고서 찬 얼굴을 부빈다
별점을 놓쳐버린 화면은 꺼져 있다
듬성듬성 테이블에 그늘이 자라나고
자꾸만 저어대는 저녁 죽그릇이 식었다
차가운 유리벽에 수온은 오르는데
온몸에 돋은 빨판 세상에 흐물거린다
주광색 서늘한 간판 수족관이 흐리다
- 시조집 『미나리도 꽃 피네』 작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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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경 시인 시조집 『미나리도 꽃 피네』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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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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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미나리꽃에 방아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