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현충일에 울려퍼진 6·25참전용사의 아리랑
행사장 바닥에 태극기-무궁화 영상
93세 새커리 씨 “우릴 잊지마세요”
찰스 3세 부부 등 참석 전사자 추모
6·25전쟁 참전용사 콜린 새커리 씨가 영국 현충일(1차 세계대전 종전일) 기념 행사가 열린 11일(현지 시간) 영국 로열 앨버트홀에서 한국어로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BBC 캡처
“아리랑은 단합과 힘, 추모를 상징합니다. 우리는 6·25전쟁 참전용사입니다. 우리를 잊지 마세요.”
영국의 현충일인 제1차 세계대전 휴전일인 1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 재향군인회 주최로 열린 ‘페스티벌 오브 리멤브런스’ 무대에서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전 육군 준위인 콜린 새커리 씨(93)가 이같이 말했다. 곧이어 새커리 씨는 비교적 정확한 발음의 한국어로 아리랑을 열창하기 시작했다. 참전용사가 열창하는 아리랑이 런던에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1950년 9월 한국에 파병된 새커리 씨는 2년간 부산에서 압록강 인근까지 한반도 전역에서 전투를 치렀다. 그는 2019년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해 최고령 우승자가 되며 ‘국민 가수’로 불렸다. 올 7월에는 부산을 찾아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아리랑을 불러 화제가 됐다.
영국은 찰스 3세 국왕 등이 참석하는 현충일 행사에서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을 기렸다. 행사엔 국왕 부부를 비롯해 윌리엄 왕세자 부부 및 리시 수낵 총리 부부도 참석했다.
앨버트홀 바닥에는 거대한 태극기와 무궁화 조명이 비춰졌다. 이날 행사는 영국 공영방송 BBC를 통해 생중계됐다. BBC 캡처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날 행사를 생중계했다. 로열 앨버트홀 바닥에 비친 거대한 태극기와 무궁화 영상이 방송으로 송출됐다. 6·25 참전용사인 브라이언 패릿 전 준장은 무대에 올라 “오늘 우리는 아주 먼 나라에서 목숨을 잃은 동지와 친구들을 기억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전용사 마이크 모그리지 씨는 “7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며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행사를 중계한 BBC 진행자는 “영국에서 6·25전쟁은 1, 2차 세계대전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는 ‘잊힌 전쟁’으로도 불린다. 당시 약 8만 명의 영국군이 참전했으며, 그중 1100명이 전사했다”고 설명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