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다른 사람이 더 큰 성과를 내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기쁨을 느낀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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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9/대림 제1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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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 9장 35―10,1.6-8절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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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어주는 삶
교수 수녀님이 오리엔테이션에서 하신 말이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공부나 학위 취득을 여러분의 성소와 공동체보다 우선순위에 두지 마십시오.” 그런데 학기가 시작되고 과제에 쫓기다보면 수녀님의 말씀대로 살기가 무척이나 힘듭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도서관으로 갔다가 저녁 늦게 공동체에 돌아오면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도서관에만 있다면 공동체를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럴 때 남달리 희생하는 형제들이 있습니다. 배달된 신문을 가져오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택배를 받고, 장을 봐서 부족한 음식과 간식을 보충하고, 지저분한 곳을 청소하는 등 다른 형제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입니다. 저도 수도생활 초기에는 그런 삶을 지향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는 걸 발견합니다. 제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고, 제 소임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은 다른 형제들의 희생 덕분입니다. 그 형제들의 희생으로 인한 혜택을 거저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도 거저 주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방식은 개인의 뛰어난 성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서로 내어주는 삶입니다. 그런 삶을 살 때 진정으로 복음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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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스테파노 신부(예수회)
생활성서 2023년 12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