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을 기르다/오새미
곡선을 기르는 나무
잎사귀나 꽃은
직선이 없고 곡선만 있다
무성한 줄기로 슬픔과 배려를 기르며
숲도 달빛도 동반자라고 가르친다
직선을 선호하는 사람
꺾일 수도 떨어질 수도 있어
엄마 젖을 먹으며 자라는 아기를
곡선으로 기른다
둥지 잃은 산새와
비바람에 쓰러지는 풀잎의 울음
둥글게 드리운 산그늘이 감싼 붉은 이슬
곡선이 아니고는 품을 수가 없다
나무를 가꾸며 꽃을 피우고
사람까지 키우는 곡선
봄 산을 오르다 무더기로 피어난
제비꽃과 철쭉에 멈춰서는 발걸음
햇살의 그림자와 바람의 손길
눈앞이 곡선의 세상이다
영국 시인 엘리엇의 <황무지>에서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쓰고 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왜 “잔인하다고 말하고 있을까?”
4월이 잔인한 것은 마치 겨울잠을 자듯
자기 존재를 자각하지 않으려는 인간들을
흔들어 깨우는 봄 때문이라는 것이다.
엘리엇은,
봄비가 잠든 식물 뿌리를 뒤흔드는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며,
망각의 눈(雪)으로 덮인 겨울이 차라리 따뜻하다고 했다.
얼어붙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에게
약동과 변화를 일깨우는 봄의 정신이 숭고하면서도 잔인하기 때문이다.
한 방울의 물도 떨어뜨리지 않는 항아리는 황무지를 만든다.
옛말에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도 살지 못하듯,
사람도 너무 완벽하면 피곤하다.
조금 부족한 듯 사는 인생이 인간 답게 사는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