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03](월) [동녘이야기] / [성소부부고 톺아보기] 033# / ✦권5 문부2 서(序)
북경(北京)에 가는 조지세(趙持世)를 전송한 서(序)2
https://youtu.be/NkRg4TTU0qA
오늘은 지난 주에 읽다, 다 일찌 못했던 ‘북경에 가는 조지세를 전송한 서’를 마저 읽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이렇게 이어집니다.
그가 떠남에 임하여 시 한 편을 청하며 ‘옛 사람을 기록하여 작별의 선물을 삼게 해 달라’하는데, 내가 병이 들어 오랫동안 글쓰기를 멀리 했으니 어찌 감히 무염(無鹽, 제나라 선왕의 정실 왕후인 종이춘=鍾離春으로 무염읍=無鹽邑 출신이므로 그렇게 부름)을 꾸며 서시(西施, 오나라 부차=夫差의 애첩이었던 월나라 미녀)에게 덤벼 들겠는가?1)
비록 그렇지만 산천의 뛰어남과 등람(登覽 높은 곳에 올라가서 바라봄)의 아름다움은 눈으로 대략 보고, 마음으로 기록하였으니 대개 일찍이 화표주(華表柱, 무덤 앞의 양쪽에 세우는, 여덟 모로 깎은 한 쌍의 돌기둥)를 어루만지며 정령위(丁令威 한나라 요동 사람으로 영허산에서 도를 닦아 학이 되어 천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 왔다는 전설의 선인)가 신선이 되어 올라감을 꿈꾸었고, 주필산(駐驆山)에 올라 당나라 문황(文皇)의 무(武) 더럽힘을 비웃었으며2) 의무려(醫巫閭)를 바라보며3) 어진이를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백이∙숙제의 사당을 보고는 채미(採薇)의 풍모에 두 손 모아 고개 숙였다.4)
겹겹 관문과 거대한 제방(提防)으로써 화(華)와 이(夷)를 한정하고, 겹겹의 창호와 층층 건물로써 황제의 거처를 장려하게 하며 비녀와 옷과 패옥은 문채(文彩, 문장을 아름답게 꾸며 쓴 멋)나고 빛나며 상점과 시가에 남녀들의 웅성거리는 것이 노래에 들을 수 있으니 부(賦는 작자의 생각이나 눈앞의 경치 같은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한문 문체)와 송(頌, 왕이나 기타 대상 인물의 덕을 칭송하는 한문 문체)으로 형용할 수 있는 것이 많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병란을 입고 있는 시기이므로 일을 맡은 제공(諸公)에게 분주히 진정하여 부르짖느라 하루도 넉넉한 겨를이 없었고, 붓을 잡고 구상을 했다가도 도리어 근심과 두려움으로 포기하고 말았으니 비단 재주가 미치지 못하여 그러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은 오직 시를 읊고 승경을 기록하는 것으로 일을 삼는다. 지세(持世)의 남다른 재주와 아름다운 문장으로는 가경(佳境, 담화나 문장 또는 사건 따위의 내용이 점점 재미있어지는 부분)을 만나면 붓을 당겨 부(賦)를 지어 빛나는 주옥이 날마다 비단주머니에 가득할 것이니 어찌 사문(斯文, 우아하고 젊잖은)을 위하여 일대 쾌사가 아니라.
나는 한스럽게도 그 곁에 있으면서 시를 부르면 곧 화답하여 피리와 쇠북을 번갈아 울리면서 전날 깊지 못한 빛을 보상하지 못하고, 돌아가 두세 형제에게 의탁하게 되니 생각이 이에 미치자 하늘을 허물하고, 조화 소아에게 원망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전날 생각했던 바를 역력히 서술하여 선물로 삼으며 또 사람의 꾀함이 하늘을 이길 수 없음과 조화 소아의 일 훼방하기를 즐겨함이 이와 같음을 보여 세상의 운명을 알지 못하고 망령되어 요행을 구하는 자를 깨우치는 바이다.
이렇게 하여 북경(北京)에 가는 조지세(趙持世)를 전송하면서 짧게 덧붙인 서(序) 읽기를 마쳤읍니다. 다음에는 한정록(閑情錄, 교산 허균이 목숨을 잃던 해인 1618년에 중국의 여러 책에서 보았던 은둔과 한적한 삶을 다룬 것을 보고 그런 삶을 그리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모아 놓은 글) 서(序)입니다.
이런 오늘도 교산 허균과 같이 북경으로 가는 조지세를 떠나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1)바탕이 나쁘면 아무리 꾸며도 좋은 것과 비교할 수 없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자신의 변변찮은 글을 어찌 ‘조지세에 결줄 수 있겠는가‘하는 겸손의 표현으로 쓰임.
2)당나라 태종이 고구려를 침략하여 세운 공을 주필산 비석에 기록한 것을 보고 날린 비웃음
3)의무려(醫巫閭)는 의무려산(醫巫閭山)을 줄여 말한 것이며 순(舜)임금이 봉한 12산 중의 하나로 결국, 순임금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쓰였음
4)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두 형제이다. 백이의 백(伯)은 맏이라는 뜻이고, 이(夷)는 시호이다. 이런 백이의 성은 묵(墨)이고, 이름은 윤(允)이다. 숙제의 숙(叔)은 아우라는 뜻이고, 제(齊)는 시호이다. 이름은 지(智)이다.
첫댓글 어저께 읽은 성소부부고를 이제서야 올립니다.
하루 늦게 올렸네요.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정신을 다른 곳에 팔았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번,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