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 이어 달러에 맞서면 관세 100% BRICS 견제 / 12/2(월) / 중앙일보 일본어판
'관세 전쟁'의 불씨를 지핀 트럼프 당선인이 타깃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어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의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신흥경제국으로 구성되는 브릭스를 겨냥한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국제 무역질서를 뒤흔들 태세다.
캐나다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9일 트럼프가 있는 플로리다주 마르알라고를 찾아 약 3시간의 회동을 가졌다. 지난달 25일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이민과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미국 유입 경로라며 "대통령 취임 첫날 대통령령을 통해 멕시코와 캐나다의 모든 수입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한 지 나흘 만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투고를 통해 "트뤼도 총리와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다. 불법 이민의 결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펜타닐 등 마약 위기, 공정 무역 거래, 미국의 대 캐나다 무역 적자 등 양국이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뤼도 총리도 이날 자신의 X에 우리가 다시 함께 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적었다.
미 대선 이후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만난 정상은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이어 트뤼도 총리가 두 번째다. 주요 7개국(G7) 정상으로는 트뤼도 총리가 처음이다. 트뤼도 총리가 사전 공개 스케줄에 없던 플로리다행에 나선 것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 위협을 그만큼 심각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캐나다 경제는 복합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
트뤼도 총리는 1차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악연이 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자 트뤼도 총리는 "수용할 수 없다"며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2019년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 중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발언이 공개되자 트럼프는 "앞뒤가 있는 인간"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가 2차 정부 출범 전 관세 25% 방침을 밝히면서 트뤼도 총리가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이다. 하지만 AP통신에 의하면, 트뤼도 수상은 관세 부과의 방침을 철회한다고 하는 트럼프 씨의 확인을 얻지 못한 채 귀국했다.
캐나다와 함께 25%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된 멕시코도 피해 최소화에 부심하며 대응에 나섰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틀 뒤 전화통화를 갖고 트럼프가 문제 삼고 있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에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릭스 국가들의 달러 대체통화 논란을 비판하면서 관세 인상으로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브릭스 국가들이 새로운 자체 통화를 만들거나 미국 달러를 대체할 다른 통화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0% 관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시도에는 관세로 대처하겠다는 위협이다.
BRICS 국가들은 역내 통화 활용을 늘리는 한편 중앙은행 간에 디지털통화(CBDC)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통화인 위안화 결제의 국제화를 추구하는 등 공공연히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관세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면서 트럼프가 무역적자뿐 아니라 불법이민과 마약 등 무역과 거리가 먼 정책 현안이나 달러 패권 등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관세를 무기로 삼아 압력 수준을 높이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