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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늘의 유머 aaaba님(http://todayhumor.com/?humorstory_427699)
가끔은 작은 일탈이 뜻 밖의 행운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 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대학시절,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술을 마시기 위해 술집으로 향했다.
내가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긴 곳은 우리가 자주가던 민속주점 이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나는 친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평소엔 군말없이 잘 따라오던 친구들이 그날따라 그 술집에 가기 싫다며 투정들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거긴 너무 칙칙하다. 너무 조선시대 분위기다. 가면 젊은사람들도 별로 없고 순 아저씨들밖에 없다.
그 술집에 가면 마치 힘든 밭일을 마치고 탁주나 한잔 걸치러 들른 소작농이 된 느낌이다. 나으리 오늘은 다른곳으로 가시지요.
등등 온갖 이유를 들이대며 반대의 분위기를 내비쳤다.
이것들이 갑자기 왜이러나 싶어 그럼 어디로 갈거냐고 물으니 친구들이 입을 모아 가자고 한 곳은 이번에 새로 오픈한 술집이었다.
그 때 한창 이벤트 술집이 유행해서 대학가에도 우후죽순처럼 이벤트 술집들이 오픈하기 시작했고 친구들이 가자고 한 곳은 그 중에
한곳이었다. 시끄러운 분위기를 별로 안 좋아해 보통 술집도 잘 안가는 나에게 그 곳은 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평소같았으면
질색팔색을 하며 거절했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아무 생각없이 친구들을 따라 가게 되었다.
물론 도착하자 마자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귀를 찌르는 노래소리와 시끄러운 사회자의 목소리에 술을 마시기도 전부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오랜만에 젋음의 열기가 느껴지는 곳에서 술을 마셔 신이 났는지 웃고 떠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떻게 여기를 빠져나갈까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커다란 빵바레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이목이 무대에 집중됐다.
그 가게의 하일라이트인 상품 이벤트 시간이었다.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받는다는 사회자의 말에 사람들은 앞다투어 무대위로
뛰어올라가기 시작했고 흥에 취할대로 취한 내 친구들도 무대위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거기에 덩달아 붙잡혀 나까지 무대위로
올라갔고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그날의 이벤트는 바로 퀴즈대회였다. 아무 생각없이 빨리 떨어져서 자리로 돌아가기만을 바라고
있는데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우리는 꽤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그리고 어느새 무대위에는 우리팀과 다른팀 둘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1등을 해서 상품을 가져오기로 마음 먹었고 마침내 우리는 상대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1등 상품은 10만원 상당의 수제화 상품권이었다. 상품권을 받고 자리로 돌아온 우리는 그때까지도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다들 흥분해서 떠들었고 덩달아 나까지 흥분해 우리는 한참동안 축배를 들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과열된 분위기가 식고나서
보이는 건 현실이었다. 다리는 10개가 넘는데 신발은 한켤레 뿐이었다. 서로 눈치만 살피다 그럼 신발은 어떻게하지? 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로 상품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다시 과열된 분위기는 쉽사리 식지 않았다.
한참동안 논쟁이 계속되고 서로 한치의 타협없는 공방정이 계속됐다. 보다못한 나는 우리의 우정이 이깟 신발 하나때문에 흔들리는
꼴을 볼 수 없다며 나는 차라리 신발을 포기하겠다. 라고 선언했다. 친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사실 넌 뭐 별로 한것도 없는거 같아. 라며
다들 경쟁자의 자진포기를 반가워했다. 미농지 보다 얇은 우정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뒤늦게 반성하고 후회하며 사정사정한
후에야 다시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어떻게 이 상품권의 주인을 결정할 지 끝없는 토론이 이어졌다. 가위바위보 부터 시작해 원터치까지 온갖 방법이 등장했지만 딱히 우리들의
마음에 쏙 드는 결정방법은 아니었다. 다들 지쳐갈 때 쯤 내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제일 필요한 사람이 가지기로 하는게
어떠냐며 내일 학교에서 만날 때 가장 헌 신발을 신고오는 사람에게 상품권을 주는게 어떠냐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기에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제 얘기하기도 지쳐갈 때 쯤인지라 하나 둘 내 의견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나는 지금까지 새 신발을 사서 6개월 이상 신어본 적이 없을정도로 신발을 험하게 신었기 때문이었다. 팔자걸음에 발을 끄는 버릇까지 있어 내가 산
신발은 거의 3개월이면 밑창이 다 닳아 떨어지기 일쑤였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합의하고 헤어졌다.
그날 밤 나는 상품권은 내 차지라는 확신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그렇게 급작스럽게 제 1회 헌거게임이 개최되었다.
다음 날. 나는 버리려고 내놨었던 밑창이 뚫어져 양말이 보이는 운동화를 신고 학교로 향했다.
비가 와서 집 밖으로 나서자 마자 양말이 젖기 시작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학교에 도착하자 먼저온 친구들은 나보다 내 신발을 먼저 살피기
시작했다. 다들 겉으로 봐선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낡고 헤진 운동화를 신고 왔지만 나에겐 역부족이었다. 뭐 그냥 그렇네 라는 친구들의
말에 나는 발을 들어 밑창을 보여줬다. 밑창이 있어야 할 곳에 밑창대신 양말이 보였다. 이미 내 신발이 신발 본연의 목적을 망각한 그저 발 덮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먼저 온 친구들은 좌절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오는 친구들도 나에 비하면 새것과 다름없는 신발을 신고 왔다.
그렇게 슬슬 승리에 대한 확신이 굳어져 가고 있을 때 또 다른 친구가 도착했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짝퉁 아디다스 삼선 쓰레빠를 신고 온 친구는 기이한 모습으로 발을 끌고 있었다. 딱 봐도 오래 되 보이는 쓰레빠였다.
이미 발 덮는 부분과 밑창 부분이 분리되기 일보 직전이었고 스테이플러로 급하게 수선한 흔적이 보였다. 한발자국만 더 딛는다면 그대로 뜯어져
버릴게 분명했다. 신발에 대한 강렬한 열망은 그 친구를 좀비처럼 걷게 만드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게 만들었다.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에 다들 수군거리는 분위기였다.
나는 쓰레빠는 해당 안된다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친구는 쓰레빠도 신발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동안을 친구와 내가 욱신각신하고 있는 사이 다른 친구가 도착했다. 그리고 친구와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 친구는 짚신을 신고 있었다.
그 친구는 풍물놀이 동아리를 하던 친구였다. 어디서 구했는지 삼베로 만든 짚신도 아닌 진짜 짚신을 신고 있었다.
그렇게 우승자는 정해졌다.
친구는 상품권을 차지했지만 청바지에 짚신이라는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제시한 그 친구를 우리는 한참동안을 보부상이라 부르며 놀려댔다.
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쾌하네요
ㅋㅋ 필력이 대단하네요. 유후
재밌어요 ㅋㅋㅋ
ㅎㅎ 재밌네요 헌거게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습니다
와~ 대박 재밌네요 ㄷㄷㄷ
ㅋㅋㅋㅋㅋ
짚신이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우 글빨이 좀 있네요. 짚신에서 터지네요 ㅋㅋ
헌거게임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