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환영여행
2012. 5. 16. 조순희
새들이 우짖고 꽃들이 만발한 봄 물씬 풍기는 꽃향기에 봄 정취가 듬뿍 묻어난다.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랴. 어느 해 보다도 올해는 특별한 봄을 누리게 되었다. 근심걱정으로 머무르던 인생 구름을 걷어내고 마른 잎 다시 살아나듯 늦은 나이에 조상의 대물림 할 소중한 며느리를 품안에 받아 들였으니 복권 당첨된 기분으로 허기지던 마음까지 채워진다. 바라고 기다렸던 며느리가 아니던가.
내심 원하던 소원을 풀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마치 소재에 소감이 하늘로 치솟듯 창공을 나는 새처럼 활기가 주어진다. 바늘에 실 꼬이듯 생소한 만남으로 시작된 인연, 서로가 속속들이 심성을 알지 못하는지라 이색적인 자리를 마련하여 서먹이고 등 설지는 고부간의 정을 따뜻하게 다지고 싶었다. 살아온 삶과 생활 문화가 똑같지는 않을 터라, 우리 집 가문에 친숙한 문화와 가풍, 가훈의 뜻을 변동 없이 내려 받으라는 뜻으로 단호하게 숙제같이 주고 싶었다. 평소에 살면서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라 환영식으로 해외로 가족여행 가리라 늘 사전에 미리 꿈을 갖고 마음에 준비를 했었다.
어느 날 집안 행사로 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기대했던 꿈을 실천하기로 며느리를 환영하는 기념으로 해외 가족여행 가자고 딸 사위들 앞에 1천만원 통장을 내놓았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도록 하라고 덕담같이 제안했다. 나의 말에 사위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는 표정들이다. 추가되는 경비는 얼마든지 부담할거니까 부담들 갖지 말고 언제든지 편하게 갈수 있게 적절한 시간으로 준비를 해 보라고 말을 꺼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제천 축산연구소 수의연구사로 근무하는 막내딸이었다. 어머니가 지시하신 해외여행은 직장관계로 공교롭게도 시간들이 잘 맞지를 않아 조만간에는 못 가고 다 같이 시간이 주어질 때 가기로 보류하고 우선 가까운 곳이 어떠냐고 한다. 제천 ES 리조트 그곳 어떠냐고 하는 게 아닌가. 동산 같은 산 전체가 휴양지인 그곳은 여장을 풀던 이국 호주 같은 착각으로 너무나도 근사한 곳이기에 ‘그래 거기 너무 좋아. 너 잘 생각했다.’며 반색했다. ‘그런데 주말이라서 신청이 될는지 모르지만 민지 아빠한테 부탁할게요.’ 한다. 그곳은 회원이 아닌 일반인은 이용을 할 수 없다. 시청 수의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막내 사위가 리조트 회원이라 그 덕에 귀한 자리를 어렵게 통과하였다.
바쁜 일상 힘든 일상 오만 잡생각 다 내려놓고 고기와 물이 만나듯, 온실 속에서 화초처럼 키웠던 자식들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따스한 봄날 숲 속 리조트에 머무르게 되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경관, 따뜻한 햇살에 시원한 바람, 공기 좋은 자연 속에 몸과 마음을 담고 심취하니 멀리 내려다보이는 고요한 물빛마저 평화로워 보인다. 코끝을 간질이는 솔향기와 조용히 나부끼는 꽃잎의 향연에 시라도 한편 읊듯이 이내 사색에 잠긴다. 자식들은 저마다 천국에 온 것처럼 한 덩어리로 어우러져 흐뭇한 모습이다. 잠시나마 꽃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무엇을 더 바랄까? 뼈 빠지게 갈고 닦으며 멈출 수 없었던 자식들에 대한 헌신과 교육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고단하게 흘러온 그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솔솔 몸 안으로 스며드는 숲 향기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코를 찌른다. 산 메아리를 타고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에 산새소리같이 조잘대고 신바람 나게 뛰어놀던 손자 손녀들이 노래하는 데 가자고 엄마 아빠 손을 잡아끈다. 저녁식사가 예약된 야외 로맨틱 가든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메우고 소란스럽게 북새통을 이룬다. 야외무대에서는 초빙 가수들이 구성진 노래와 신나는 노래를 감동스럽게 부르니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과 박수로 열광을 한다. 나 또한 바비큐와 맛나는 음식을 접시 한가득 쌓아 놓고도 신나는 노래에 흠뻑 빠져, 더없는 즐거움에 부끄러움도 모르는 채 흥이나 춤이 저절로 덩실 거리며 나오는 게 아닌가. 생소한 자리로 어색하여 어쩔 줄을 모르는 며느리도 흐뭇한지 좋아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인다. 분이기에 열광하는 사위 딸 손자 손녀들도 신바람이 나 손뼉을 치며 만인들과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며 덩달아 좋아한다. 며느리가 어머니 하며 앞에 닦아오더니 저 야외무대에 올라가셔서 초빙가수처럼 한곡 신나게 부르시라고 권한다. 애는 망신할일이 있어 우리 모녀는 그렇게 정감 있듯이 흐뭇한 표정으로 웃음을 토해냈다.
숙소에 돌아와 오고가는 한 잔 술에 흥이 돋는지 정감 있는 구수한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다 모두 늦잠이 들었다. 청정 산간지역의 산 속이니 산나물이 왜 눈에 보이지 않으랴. 보자기를 앞치마 같이 허리에 둘러차고 문 밖을 나오니 삽추싹과 잔대 싹이 기다렸다는 듯 눈에 띈다.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몇 강산이 넘은 후에 다시 만나니 잊었던 사람 간만에 만나는 것처럼 반가워 얼른 뜯어 손에 쥐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고사리도 많아 차례 상에 두서너 번 쓸 만큼 꺾었다. 혼자 소리 없이 뜯다보니 어느 결에 왔는지 며느리가 ‘어머니~’ 하며 수줍게 말을 건넨다. 마치 하얀 솜털을 뒤집어 쓴 채 땅 위로 막 삐죽이 고개를 내민 여린 고사리를 보는 듯하여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나와 며느리는 한동안 여러 나물이름을 부르며 보자기를 채웠다. 며느리는 풀도 뜯는 것 같았지만 그 바람에 여행이 한층 더 즐거웠다.
막내 사위가 오신 김에 유람선까지 타고 가시라고 권하며 청풍호 나루터로 안내한다. 배 위에 앉아 청풍호반과 단양팔경까지 구경하니 시원한 강바람에 가슴에 쌓여있던 노폐물까지 씻어 내리는 것 같아 한없이 즐거웠다. 오래전 딸과 함께 갔던 중국 서호의 유람선이 생각나 즐거움은 배가 됐다. 고기보다 더 좋아하는 곤드레 나물밥 정식까지 맛있게 먹고 여행을 마무리 하면서 각자 갈 길을 떠났다. 청풍호반 위에서 펼쳐진 며느리 환영 나들이는 객지의 자식들이 모두 모여 오랜만에 숲 속에서 펼쳐진 즐거움으로 흐뭇했다. 막내 사위 덕에 많은 즐거움과 감동, 숲 속의 생기까지 선물인양 뜻이 있은 보람찬 여행이었다.
첫댓글 새 식구를 위한 환영 여행~~
정말 멋지십니다...^^*
다정다감한 가정적인 선생님 글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며느리 잘 보심 축하드립니다.
내심 원하던 소원을 풀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마치 소재에 소감이 하늘로 치솟듯 창공을 나는 새처럼 활기가 주어진다
"어느 해 보다도 올해는 특별한 봄을 누리게 되었다. 근심걱정으로 머무르던 인생 구름을 걷어내고 마른 잎 다시 살아나듯 늦은 나이에 조상의 대물림 할 소중한 며느리를 품안에 받아 들였으니 복권 당첨된 기분으로 허기지던 마음까지 채워진다. 바라고 기다렸던 며느리가 아니던가."
참으로 이상적인 시어머니를 여기에서 뵙습니다.
귀하디 귀하신 며느님과 오래 오래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경관, 따뜻한 햇살에 시원한 바람, 공기 좋은 자연 속에 몸과 마음을 담고 심취하니
멀리 내려다보이는 고요한 물빛마저 평화로워 보인다. 코끝을 간질이는 솔향기와 조용히 나부끼는 꽃잎의 향연에 시라도 한편 읊듯이 이내 사색에 잠긴다.
자식들은 저마다 천국에 온 것처럼 한 덩어리로 어우러져 흐뭇한 모습이다. 잠시나마 꽃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무엇을 더 바랄까?..'
행복하신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 하면서 감상 했습니다. 다복한 행복을 축하 드립니다.
바늘에 실 꼬이듯 생소한 만남으로 시작된 인연, 서로가 속속들이 심성을 알지 못하는지라 이색적인 자리를 마련하여 서먹이고 등 설지는 고부간의 정을 따뜻하게 다지고 싶었다. 살아온 삶과 생활 문화가 똑같지는 않을 터라,
며느님을 맞이하며 좋아하시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가족이 화목해 보입니다. 글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