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허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LA 다저스에서의 마지막 시즌때 FA를 위한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 무리한 등판을 감행했다. 10년이상 야구를 한 선수로서 투수의 구속이라는 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선천적으로 워낙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는 박찬호로서는 오랜 훈련과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트레이드마크인 강속구를 이루어냈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99-01시즌때는 빠른 강속구로 타자를 상대했다. 8회,9회때도 직구는 던졌다하면 94-95마일을 기록할 정도로 지구력 또한 대단한 선수중에 하나였다. 내생각으로는 박찬호가 인정받았던 큰이유는 단지 공이 빠르기 보다는 150KM 이상의 공을 9회까지 뿌릴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당시 박찬호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아니었다. 던질 수 있는 공은 빠른직구와 낙차큰 파워커브 정도. 몸쪽직구는 던졌다하면 상대 몸에 맞히기 일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포수 또한 결정구로서는 바깥쪽 볼만을 요구할 정도로 눈에띄게 타자의 바깥쪽에 앉아 볼을 받아냈다. 이런상황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빠른볼과 볼끝의 힘이었다.
박찬호는 피안타율이 낮은 투수중 하나였고 스코어링 포지션에서의 피안타율이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였다. 타자들의 경우 제대로 맞히지 못하면 대부분 팝플라이성의 타구가 많았다. 백넷으로 날라가는 파울볼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의 강한 포심패스트볼은 좀처럼 공략하기 어려운 볼이었다.
부상후 전시즌 18승을 거둔 박찬호로서는 부상당한 시즌 초반 페이스가 굉장히 좋았다. 물오른 선수같이 이미 그의 구질과 노련함은 극에 달한 듯 보였다. 사실 페이스로 보면 20승이상을 도전해볼만도 했다. 허리부상이 심해지면서 참고 던지는 박찬호로서는 커브와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며 도망가는 피칭을 할 수 밖에 없었다.
LA 다저스에서의 마지막 시즌때 사실 15승이라는 승수를 거두어 FA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것은 은 행운이 따라준 것이었다. 이런 결과도 부상이전의 박찬호의 구질에 익숙해진 선수들이 갑작스런 구위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했던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어찌됐든 많은 돈을 받고 팀의 에이스로 텍사스로 옮겨왔다.
빠른 구속회복도 큰 문제였지만 텍사스로 옮겨오고 나서부터 눈에띄게 더 나빠진 제구력난조도 큰일이었다. 몇년간 어느정도의 운도 따라줬던 박찬호에게 더 이상의 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에게 직면한 문제는 너무나 많아보였다.
LA다저스 시절 허리부상이후 박찬호는 런닝을 중단했다. 런닝은 박찬호의 주된훈련방법중 하나였고 오랜이닝 파워피칭을 가능하게하는 매우 중요한 훈련이었다. 허리통증으로 뛰지못하게 되자 그의 트레이너는 런닝을 중지시키고 대신 하체를 단련시키기 위해 싸이클에르고미터(일명 자전거) 훈련과 복근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별 득을 보지는 못했다.
런닝은 전신운동으로서 상체,하체,복근을 두루 강화시킬 수 있는 매우 이상적인 운동이다. 한마디로 신체의 코디네이션(조화)을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이다. 투수의 투구동작은 신체의 발란스가 매우 중요한 동작이다. 런닝을 통해 이러한 발란스를 조절했지만 국소적인 하체부위의 집중훈련과 복근훈련을 한다하더라도 투구동작자체가 한번에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연결동작이라는 것을 감안할때 부분훈련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몸을 무겁고 굼뜨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무엇보다 허리통증으로 인해 투구시 힘을 주지 못하고 소극적인 동작으로 바뀌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때 충분히 휴식을 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쉬지못하고 계속 등판함으로써 박찬호의 오랜기간동안 이룩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의 다이나믹한 투구동작은 찾아볼 수 없으며, 부상으로인한 근력의 약화가 지속되면서 투구폼과 구질 모든 것이 변해갔다.
이제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올시즌 박찬호의 성공적인 재기가 가능할까 많은 국민들이 기대반 걱정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실 시작과 동시에 지금까지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운동처방을 전공으로하고있는 필자가 봤을 경우. 박찬호의 재기는 매우 희망적으로 보여진다.
우선 올시즌 투구동작을 보면 축이되는 오른쪽 다리가 무너지지 않는다. 던지는 동작을 자세히 보면 부상기간동안과 달리 오른쪽 다리가 매우 안정적으로 받쳐주고있다. 엉거주춤하는 자세가 아닌 공을 뿌리기 위한 연결동작이 매우 안정적으로 교정됬다. 이러한 점만 보아도 박찬호가 허리통증과 부상에서는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증이 없어진 것은 물론 허리부상에 대한 걱정도 없어졌기에 공을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정도로 페이스가 올라왔다.
구속도 지속적이지는 않지만 94-5마일을 찍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자주 보여진다. 이러한 점으로 박찬호의 재기는 매우 희망적이다. 문제는 지속적인 페이스가 가장 중요한 투수에게 가장 위협적인 2-3년의 공백이다. 그냥 쉬었다 싶으면 이는 어느정도의 기간동안 꾸준히 훈련하면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박찬호는 부상으로 인해 예전에 던지면서 힘을 주었던 여러 복작한 연결근육조직들에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에는 a,b 부분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면 부상중에는 약화된 a,b부분을 보강하기위해 평상시에 잘 사용하지않던 c,d부분의 동원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식으로 투구를 계속하다보니 체중을 실을 수 있는 근육들이 아직까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몸이 과거의 전성기때의 투구패턴을 기억하지 못하고 부상중의 투구패턴에 익숙해진 것이다.
박찬호가 우선 중요시해야 할 것은 마음의 안정이다. 물론 현재 텍사스의 언론이나 그를 지켜보는 팬들이 원성을 내기는 하지만 앞으로 야구를 5년이상 해야하는 선수로서 더 길게 봐야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를 지켜보는 팬들또한 너무 많은 것을 원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물론 2-3년간을 기다렸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기간이라는 것은 부상동안의 기간이다.
진정한 변화의 시작은 이제부터다.
구위회복은 점차적으로 가능할 것이라 보여진다. 본인또한 직구 구위 회복을 위해서는 런닝을 포함한 체계적인 훈련과 무엇보다 밀어던지는 것이 아닌 역동적으로 마지막에 공끝을 채줄 수 있는 체중을 실을 수 있는 투구폼을 연마해야 한다. 과거의 공끝을 채는 그런 감을 다시 찾아야만 한다.
부상에서 회복됬다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최근 박찬호가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렐 허샤이저코치의 조언으로 좁은 텍사스 홈구장에서 살아남기위해 투심위주의 공을 던지고있다. 아울러 구위도 회복되지 않은상태에서 제구력이 좋지않은 박찬호가 지나치게 제구력 위주의 피칭을 하고있다. 포수가 몸쪽공을 상당히 많이 요구하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박찬호 또한 사사구에 대한 부담감으로 몸쪽공을 뿌릴때는 페드로마르티네즈 같이 과감하게 힘을 실어 던지질 못한다. 우선은 과거와 같이 바깥쪽위주의 공을 많이 던지는 것이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위회복에 우선을 둬야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이루려한다면 오히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배팅볼투수로 전락하고싶지 않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본인의 강한 직구를 회복해야 한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 본인 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직구를 던져야 한다면 과감히 포수 미트만을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박찬호의 성공적인 재기를 위해 다음을 제언해본다.
1. 전성기때와 같이 가운데와 바깥쪽만의 제구를 많이 해라.투구시 생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중 하나이다.
2. 현재 투구발란스가 잡히질 않아 박찬호의 투구폼은 경기마다 바뀐다. 또 상대타자가 와인드업의 동작을 보고 어떤 구위를 던질지 알아챈다. 이를 해소하기위해 와인드업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박찬호는 수비능력이 매우 뛰어난 투수였다. 루상에 주자가 나가면 견제능력이 뛰어났고 도루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투수였다. 이는 박찬호의 빠른 와인드업 동작때문에 가능했다.
과거의 정상적인 컨디션에서는 이러한 빠른동작속에서도 강한 공을 뿌릴 수 있었지만 현재상황에서는 오히려 지나치게 빠른 와인드업 동작이 공끝에 체중을 싣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현대의 정민태 투수를 생각하면 된다. 와인드업의 시간을 길게 갖는 다는 것은 오른쪽 축을 똑바로 세울 수 있으며, 오른쪽 축을 의지하여 마지막에 위에서 아래로 체중을 실으며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
동작을 빨리하면 빨리할 수록 체중의 중심은 낮아질 수 밖에 업기때문에 오른쪽 축이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 루상에 나간 주자에게 도루를 허용하다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것은 경기내내의 페이스다. 주도권을 쥐고 싶으면 타자와의 승부만 신경써라.
3. 투구후 마무리 동작(팔로드로우)을 보다 역동적으로 바꿔라. 최근 박찬호는 너무 얌전히 공을 던진다. 물론 앞서 2번에서 얘기한 체중을 싣지 못하기 때문에 던지고 난후의 동작이 얌전해질 수 밖에 없다. 홈플레이트로 몸이 완전히 쏠리면서 균형이 흐트러져야 함에도 던지고 난다음에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들렸던 오른발을 얌전히 왼발옆에 갖다대고 공을 바라본다.
체중을 전혀 싣지 않는다는 뜻이다. 볼배합보다는 구위회복을 위한 일차적인 방안을 기술해 봤다. 기다려줄수있는 시간은 물론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끝은 아니다.
부상이 회복되고 분명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그의 모습을 봤을 때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할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나하나 천천히 바꿔가고 예전과 같이 자신의 볼에 자신감이 가득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삼진을 잡을 때 힘차게 내지르는 그의 고함소리를 다시한번 듣고 싶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