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이천수(22·레알 소시에다드)가 이버지의 충고를 듣고 넘치는 끼와 넓기만 했던 오지랖을 잠시 접었다.
지난 8월 말에 스페인으로 떠난 후 70여일 만에 고향땅을 밟아 마음은 들떴지만 귀국과 함께 축구 외적인 일을 최대한 포기하고 일정 자체를 슬림화했다.
오는 18일 불가리아와의 국가대표팀간 경기를 위해 귀국한 이천수는 귀국 이틀째를 맞는 13일까지 되도록 활동폭을 줄이고 있다. 축구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제외하곤 외부 나들이를 자제하고 있다.
귀국 후 첫날이던 12일은 '잠적설'(?)까지 나돌 정도로 공식적인 일정을 모두 접어 버렸다. 오전에 한남동에 있는 스페인 대사관에서 취업비자를 받고 오후에는 서울 압구정동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 모양을 바꾸는 일만 하고 인천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13일도 마찬가지였다. 오전에 서울 타워호텔을 찾아 국가대표팀 피지컬 트레이너 주제 아우구스투의 지도아래 2시간 동안 체력훈련을 한 게 공식활동의 전부다. 당초 오후에 가수 양혜승과 의남매 결연식을 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취소했다.
사실 이천수는 스페인에 진출한 뒤 오랜만에 귀국한 그를 애타게 찾는 이들이 많아서인지 빠듯한 일정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국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던 ㈜스코프M의 송대한 팀장도 그의 귀국에 맞춰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일정을 잡아놨다.
그러나 이천수는 훈련에 전념하기 위해 이러한 만남을 대부분 취소했다.
무엇보다 아버지 이준만씨의 진심어린 충고가 자극제가 됐다. 아버지 이씨는 "(스페인에 진출했다고 해서) 네가 박찬호는 아니다"라며 각계의 융숭한 스타대접에 손사래를 쳤고 "축구에만 신경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스페인 진출 초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상종가를 울렸지만 아직 골사냥을 못하고 있는 데다, 국가대표팀의 잇따른 충격패에 축구계가 썰렁한데 축구 외적인 일로 튀어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계산에서다.
13일 체력훈련에 앞서 취재진 앞에 선 이천수는 "시차적응이 안됐는지 밤에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어 힘들다"며 "훈련을 통해 완벽한 몸상태를 만들어 불가리아전에서 꼭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