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부촌 트라이베카의 홀 푸드마켓 매장에는 홀푸드 자체 브랜드(P L)인 '365'를 붙인 식품들이 매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자리에 배치돼 있었다. 시리얼이나 스파게티, 팬케이크 믹스 같은 가공식품은 물론, 우유, 요거트, 오렌지주스 같은 신선 식품에서도 '365'는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다. '365'는 대형 식품 브랜드 제품과 견줘 가격 경쟁력이 있는 데다가 홀푸드의 특화 상품인 '유기농' 제품이 대거 포함돼 있어 품질 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907g짜리 요거트가 365 제품은 유기농인데도 3.13달러인 반면, (대형 브랜드인) 제너럴밀스 제품은 4달러가 훌쩍 넘는다. 켈로그 시리얼, 켐프벨 수프, 앤트 제미나 팬케이크 믹스, 코나그라 파스타 통조림 등 100년이 넘도록 미국 가정의 식료품 저장고를 가득 메우던 대형 식품 브랜드의 낯익은 제품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상류층 소비자들은 인스턴트 식품이 아니 라 질 좋은 신선 제품을 찾고, 가격에 민감 한 일반 소비자들은 유통점의 PL을 찾으면서 전통의 대형 미국 식품 브랜드들이 양쪽 소비자를 다 잃고 있다.
◇혁신 안 하다 매출 곤두박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고객들의 변화에 둔감하고 혁신을 외면해 온 대형 식품 브랜드들이 생존을 위한 투쟁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파스타 통조림, 햄버거 헬퍼
(인스턴트 식품 세트) 시장에서 독보적인 1등을 차지해온 '셰프 보야디(Chef Boyardee)' 같은 회사는 혁신 시점을 놓쳐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마카로니나 치즈, 유아식 등을 찾는 소비자는 월마트나 코스트코, 크로거 같은 대형 유통 매장의 신선한 PL 상품을 사는 걸 더 선호하고 있다고 했다. 대형 식품 회사의 실적이 위기를 보여준다. 오레오 쿠키와 트라이던트 껌으로 유명한 제과 업체 몬델레즈의 2017년 1분기 북미 시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 % 감소했고, 거대 종합식품회사 크래프트 하인즈 매출은 3.5% 떨어졌다. 켈로그는 올해 매출 성장률을 마이너스 3% 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제너럴밀스가 만드는 햄버거헬퍼의 즉석식 시장 점유율은 2007년 61%에서 지난해 40%로 떨어졌고, 코나그라의 파스타 통조림 역시 시장점유율이 같은 기간 25%에서 23%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