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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누적됐던 ‘지연 수요’가 지난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올해는 상대적으로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부족으로 차량을 구매한 뒤 인도받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로 인한 대기 수요로 지난해 차량 판매는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하지만 대기 수요가 사라지면서 다시 내수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대출을 받아 신차를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도 내수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내수 침체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올 1분기 소매판매도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4∼6월)와 3분기(7∼9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소매판매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1개 분기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내수 회복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긴 이른 것이다.
● “연말로 갈수록 고금리 영향 본격화”
제조업 생산과 투자도 위축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 분기보다 0.5%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이 직전 분기보다 줄어든 건 2020년 4분기(―4.9%)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지난해 제조업 불황이 이어졌지만 전 분기 대비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내내 증가세를 유지했다. 게다가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 역시 1분기 0.3% 감소했다. 반도체는 지난해 2분기부터 생산 증가 흐름을 이어왔지만 3개 분기 만에 증가세가 꺾였다. 설비투자 역시 1분기 1.2% 감소했다. 기계류(―0.4%)와 운송장비(―3.7%) 모두 투자가 전 분기보다 줄었다.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1.3%를 보인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1분기 0.5% 줄어든 제조업 생산은 한국은행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하면서 함께 내놓은 숫자와는 크게 차이가 났다. GDP 발표 당시 제조업 생산은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통계청 조사의 경우 조사 대상 업종 등이 GDP 통계보다 범위가 협소해 전체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한은 숫자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소비, 생산, 투자 등 산업활동 위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7∼12월)로 갈수록 고금리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소비와 투자가 침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도 하반기 들어 증가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1,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로 10% 넘는 감소세를 보이다가 4분기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연말로 갈수록 기저효과로 증가율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