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SIS 빅터 차
"中이 경제적 압박하면 한·미·일 3국은 대중 수출 규제해야“
4개 국책 연구기관 전문가들, 尹정부 외교안보통일분야 평가
"文정부, 中 의식해 인태전략 외면…역내 '질서주도 경쟁' 뒷전"
"韓 인태전략, 장기적으로 中과 건설적인 관계 구축할 레버리지"
"한미동맹 강화, 中이 한국 함부로 대하지 못해 보복 사라질 것"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히로시마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G7 회원국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일본 외무성 제공). ⓒ뉴시스 |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전략)의 가장 큰 제약요인은 '중국 리스크'다.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 강압'과 외교적 압박을 가해 보복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재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일본·호주 등 유사입장국들과 연합해 집단적인 대중(對中) 보복을 약속하면 '경제적 억제력'이 작동해 '제2 사드사태'를 막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인태전략이 중국과 더욱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전략적 레버리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4개 국책 연구기관(국가안보전략연구원·국립외교원·통일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회의에서 윤 정부의 인태전략을 "한국 대외정책의 진화"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대(對)중국 리스크 관리'가 인태전략의 성패를 좌우하는 최대의 과제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국립외교원 최원기 "文정부, 中 의식해 인태전략 외면…역내 '질서주도 경쟁' 뒷전"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윤 정부의 인태전략 추진이 '위기의식'의 발로(發露)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으로서는 세계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인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는데 "중국의 부상과 미중 전략경쟁 심화, 그로 인한 인태지역의 전략적 불안정성 심화, 제조업 공급망 불안정 등 경제안보 악화, 자유무역 제도의 약화 등 인태지역의 기존 질서와 제도가 급격히 약화하면서 한국의 경제적 활로와 국익에 심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미국·일본·호주·캐나다·인도 등 인태지역 주요 국가들뿐 아니라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들, 유럽연합(EU), 그리고 동남아 10개 국가연합체인 아세안(ASEAN)마저도 자국의 국익과 전략적 이익을 반영한 인태전략을 채택하고 경쟁하고 있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는 중국을 의식해 인태전략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그 결과 한국은 미중경쟁 상황에서 재편되고 있는 인태지역의 '질서 주도 경쟁'에서 물러서 있었다. 우방국들과의 인태전략 관련 협력네트워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49년 '중국몽' 실현을 목표로 하는 시진핑 체제의 중국과 한국은 정치체제, 지향하는 가치와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가 근본적으로 다르고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이익'은 한국의 '핵심이익'과는 큰 간극이 존재하며, 인태지역 질서 재편과 관련한 한중 양국의 전략목표와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며 윤 정부가 전임 정부의 '미중 균형외교'와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탈피하고 '전략적 명확성'을 기조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립외교원 최원기 "中에 맞서 우방국 협력 네트워크 구축해야"
최 교수는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에서 미국 편에 가담하지 말고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향후 윤 정부의 인태전략 추진에 대해 중국의 반발과 외교적 압박이 예상된다. 한중관계의 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인태전략 추진으로 인해 향후 한중 관계가 반드시 악화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한국의 인태전략은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건설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전략적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인태전략의 효과적 추진을 통해 한국이 인태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여와 지역적 역할을 강화하고 우방국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함으로써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전략적 존재감과 역량을 갖추게 된다면이라는 전제하에서"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보편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우방국들과 구축한 견고한 협력 네트워크는 중국과의 양자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데 전략적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양국 간 군사적 비대칭성, 그리고 과도한 대중 무역의존도를 가진 양국의 경제적 관계 등 현재의 한중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이 중국을 대놓고 적으로 돌리거나 중국에 적대적 군사안보 정책을 채택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인태전략이라는 한국의 독자적 지역전략 추진에 제동을 걸고 반대하려 한다면, 그것은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에 제약을 가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이 인태지역에서 지역적 역할을 확대하고 전략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각종 지역안보와 정치외교 현들에 대해 기존의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보다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 역내 안보현안 ▲신장 위구르 ▲홍콩 ▲미얀마 문제 ▲북한 인권문제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외교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대 김영호 "한미동맹 강화되면 韓 함부로 대하지 못해 中 보복 사라져"
김영호 국방대 교수도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윤 정부의 접근법은 실용적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함으로써 한국 자체의 입지가 더욱더 높아졌고, 미국의 우방국들과 한국의 관계도 더욱 탄탄해졌기 때문"이라며 "일각에서는 윤 정부가 미국을 너무 가까이하면 중국의 보복을 살 것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강화된 한미동맹 때문에 중국이 보복하지 못한다. 한미관계를 강화하면 중국이 한국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므로 중국의 보복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빅터 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가 9일 4개 국책 연구기관(국가안보전략연구원·국립외교원·통일연구원·한국국방연구원)이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공동학술회의에 화상을 통해 발표자로 참여했다. ⓒ국립외교원 유튜브 영상 캡처 |
美 CSIS 빅터 차 "2027년까지 中이 경제적 강압 가할 확률은 100%"
빅터 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미국과 유사입장국들(like-minded countries)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을 저지하기 위한 새로운 '집단 회복력'(collective resilience)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집단 회복력 전략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해 한국·미국·일본·호주, 그리고 G7국가(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들이 연합해 집단적인 보복을 약속함으로써 '경제적 억제력'(economic deterrence)을 발휘하는 것으로, 중국의 무역 '무기화'(武器化)에 대한 집단적 대응방안이다.
차 석좌는 "집단 회복력 전략을 자유주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동등 경쟁전략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바라건대, 집단 회복력 위협을 행사할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안보영역에서의 억제력과 비슷하다. 중국이 더 이상 경제적 강압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외교의 도구로 사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관련 국가들의 역량과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강압을 받아본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2027년까지 중국이 대만에 군사공격을 가할 확률이 10% 정도라면, 다른 국가들에 경제적 강압을 가할 확률은 100%"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이나 '프렌드 쇼어링'(우방국 간 공급망 구축) 등을 통해 대응하기보다는 중국이 지불해야 할 대가를 높임으로써 중국의 향후 경제적 강압을 격퇴해야 한다"며 2022년 중국의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의 개수와 수입 총액을 국가별로 제시했다.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으로 한정하면 중국은 일본(124개 품목, 약 50억 달러)으로부터 가장 많은 품목을 수입한다. 수입 총액 기준으로는 미국(87개 품목, 약 115억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중국의 대(對)한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28개인데, 이들의 수입총액(약 54억 달러)은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한·미·일 3국이 이들 물품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면 중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 중 하나인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decoupling)은 불가능하다"며 "집단 회복력 전략의 취지는 대중 무역전쟁을 벌이자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우리 중 어느 국가에 경제적 강압을 가하면 우리가 다 같이 중국에 경제적 강압을 가하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3월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의 궁전에서 열린 만찬 중 건배하고 있다.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초특급 환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
통일硏 현승수 "러시아와 중국, '유라시아 연대' 구축해 인태전략 무력화할 것"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올해 3월 30일 '연방 대외정책 개념' 발표를 통해 '러시아는 서방이 바뀌지 않는 이상은 타협할 생각이 없으며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 질서는 이미 무너졌다', '인도와 중국,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천명했다"며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보도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무관심한데, 우리가 인태전략에서의 중국만 들여다본다면 유라시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를 간과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현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인태전략이 기본적으로는 중국을 견제, 억제, 봉쇄하는 정책으로 출발했더라도 중국의 고통을 러시아가 함께 분담한다고 인식한다. 인태전략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대응전략은 '유라시아 연대'로 나갈 것이 거의 확실하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과 북한 등 반미(反美)국가들과 연대하고 아세안에 접근하고 상하이 협력기구(SCO)와 같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다자기구를 활용해서 유라시아에서 인태전략을 무력화(無力化)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 러시아가 165년 만에 처음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사용권을 중국에게 허가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지정학적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해양전략은 부동항을 찾아서 끊임없이 고려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트해, 흑해, 지중해로 나아가는 해양 접근권이 거의 차단된 상황에서 러시아는 한반도, 동해, 일본 주변 해역을 거쳐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로 이어지는 태평양을 활용하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가 극동지역에서 중국과 협력해 자유무역지대를 개발하고 여기에 북한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상당히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정보가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며 "러시아법을 활용해 대북 제재를 회피할 방안에 대해 논의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치면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는 데 상당히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