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막탄에 ‘영하 40도’ 냉각살충제… 佛 ‘빈대와의 전쟁’
확산세 커지며 소독 1년새 65% 증가
전용 홈피 만들고 맞춤 정보 제공
세입자 방역비 분쟁 상담 창구도
10일(현지 시간) 한산한 프랑스 파리 지하철 객차 내부 모습. 최근 파리 곳곳에서 빈대가 급증하자 대중교통 좌석에 앉기를 꺼리는 시민들이 대폭 늘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아이나 임산부가 있으면 화학적 살충제를 권하지 않습니다.”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5구에 있는 방역 업체 앙티페스트에서 만난 빅토르 크리에프 사장은 인터뷰 도중 10분에 한 번꼴로 걸려오는 빈대에 대한 문의 전화마다 이렇게 안내했다. 아이나 임산부가 있으면 비(非)화학적 살충을, 그렇지 않거나 감염이 심각하면 강도가 높은 화학적 살충을 권했다. 업체도 소비자도 살충제 유해성에 민감하다.
국내에서 비상이 걸린 빈대 사태의 시초 격으로 볼 수 있는 프랑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빈대와 싸우고 있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보건안전청(ANSES)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2년) 프랑스 전체 가구의 11%가 빈대 피해를 입었을 정도다. 특히 올 여름휴가 기간을 전후해 유동인구가 늘면서 빈대 확산세가 심해졌다. 프랑스 소독해충방제연합(CS3D)에 따르면 올 6∼8월 소독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 뛰었다.
방역 업체에서 판매하는 살충제 종류는 다양하다. 소비자 유형이나 감염 정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쓸 수 있다. 대표적인 비화학적 살충제로는 냉각 스프레이가 꼽힌다. 섭씨 영하 40도 액체를 뿌려 빈대를 얼려 죽인다. 다른 방역 업체 파탈 엑스페르의 유세프 마슬라 사장은 “최근에는 빈대가 인간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미리 뿌려 놓는 스프레이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독성이 있는 연막탄은 강도 높은 화학적 살충제다. 불을 피우면 나오는 고온 증기로 많은 빈대를 한꺼번에 박멸한다. 독성이 강해 방역 업체 전문가들이 방독면을 쓰고 집을 거의 비운 채로 소독해야 한다.
‘빈대 정부합동대응본부’가 13일부터 4주 동안 빈대 집중 점검 및 방제 기간을 운영하기로 한 가운데 이날 인천 남동구 인천교통공사 운연차량사업소에서 교통공사 관계자들이 스팀 청소기로 인천 지하철 2호선 열차 내부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인천=뉴시스
프랑스 정부는 빈대를 잡기 위해 보건부, 생태전환부, 주택부위원회 중심으로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빈대퇴치운영위원회를 꾸려 정기적으로 필수적인 정책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전문성을 인증하고 마크를 부여한 방역 업체 명단과 주소를 공개해 소비자가 쉽게 접근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CS3D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부 인증 방역업체는 480여 개사다.
빈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각종 살충제나 퇴치 상품 구입 등에 상당한 돈이 들기 때문에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비용 부담을 놓고 분쟁이 뒤따른다. ANSE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프랑스 전체 가구의 연평균 빈대 방역 비용은 약 2억3000만 유로(약 3300억 원)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빈대 전용 홈페이지에 집주인이 세입자 방역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분쟁이 생겼을 때 상담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