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때 소련에 진주했던 많은 독일 군인들이 패전 후 포로가 되어 시베리아로 끌려가 중노동을 하고 있었다. 그 후 40년이 지나서 독일의 민간단체가 그들을 구출해 내는 작업을 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 대부분의 포로들이 죽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때까지 살아남은 사람 대부분은 옛날 전쟁터에 나올 때,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보잘 것 없는 물건이라도 그것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사람들이 살아남았던 이유는 그것은 닳아 없어질 물건이 아니라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보리라는 희망의 징표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 희망의 표징에 마음을 담고, 그것에 의지하여 마음을 강하게 먹었기 때문에 그 혹독한 세월들을 견뎌내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사는 동물이다. 사회심리학자 에릭 프롬은 인간을 가리켜 '호모 에스페란스‘(Homo Esperance·희망하는 인간)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간'을 뜻하는 헬라어 'anthropos'는 '위를 쳐다보고 걷는 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돈이 없거나 명예나 지위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희망이 없는 사람이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게일 쉬휘(Gail Sheehy)는 그의 저서 'Path Finders‘(통로를 찾은 사람들)에서 어떤 사람이 삶에 만족을 느끼며 사는지를 미국 중산층의 중년 이상 남녀 수천 명을 상대로 인터뷰했다. 그 결과 일곱 가지의 조건들이 나왔다. 첫째는 자기 삶의 뜻과 방향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고, 둘째는 자기 인생을 헛되게 살아 왔다고 자책하거나 실망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셋째는 비록 나이가 들었어도 몇 개의 장기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는 사람들. 넷째는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 다섯째는 자기에 대한 비평에 너무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 여섯째는 미래에 대해 큰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이고 마지막 일곱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신앙을 삶의 중심 속에 희망으로 간직한 사람들이었다.
신약성경 27권중 무려 13권을 저술한 사도 바울은 로마로 압송되어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중 빌립보 교인들에게 이런 편지를 보낸다. "내가 크게 기뻐하는 것은, 내가 어떠한 형편에서든지 만족하기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나는 풍부할 때나, 궁핍할 때나 모든 경우에 대처하는 비밀을 배웠습니다. 그 비밀이란 희망 안에서 나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정석환 연세대 신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