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스의 노래 / 이창동
그 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한가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 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 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 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 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 맡에 선 당신을 볼 수 있기를
![](https://t1.daumcdn.net/cfile/cafe/99F625405D874DFD2C)
첫댓글 그리움이 크시군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보고 옮겼습니다.^^
이창동의 영화 '시' 에는
음악이 없더라구요
바람소리만 ~~~
그래서 조금 밋밋 했지만
이런 영화도 있었구나 라고
생각 했었지요
시 를 다시 읽어보니 좋으네요
네 소리 내어 읽어보니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