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는 내달 20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 조선 및 기자재 업체들을 대상으로 구매설명회를 갖는다. 브라질 인근 심해유전 개발을 위해 필요한 드릴십(원유 시추선) 등을 국내 조선업체들에 대거 발주하기 위한 자리다. 페트로브라스는 2012년까지 심해유전 개발 분야에 총 1124억달러(약 165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상당부분이 드릴십 구매에 투입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업체들이 드릴십 및 FPSO(원유 생산 및 저장시설) 등 대규모 해양설비 발주 소식으로 들떠 있다. 수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조선업계에 브라질 호주 네덜란드 등에서 총 50조원 규모의 고부가 특수선박 발주가 진행돼 모처럼만의 '단비'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대형 조선업체들은 작년 8월 이후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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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사우디' 브라질을 잡아라브라질의 대규모 드릴십 발주를 따내기 위해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26개 기업과 20개 유관기관이 대거 참여하는 경제협력사절단을 구성,9일부터 20일까지 브라질을 비롯해 콜롬비아 페루 등 남미 3개국 방문에 나섰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조선산업 기술을 기반으로 브라질 등 남미 심해 유전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페트로브라스가 발주할 원유시추용 드릴십은 총 40척.발주금액은 총 300억달러(약 4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발주하기 시작,2017년까지 인수를 끝낼 방침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중 12척(2012년 납기)이 지난해 발주됐으며 올해부터 28척(반잠수식 시추설비 포함)이 추가 발주될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로브라스가 이미 발주한 12척은 모두 조선 '빅3'가 싹쓸이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5m 높이의 파도 위에서도 흔들림없이 작업이 가능한 드릴십은 국내 조선 '빅3' 정도만 건조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 '빅3'가 건조 기술을 보유한 드릴십은 고유가로 해양유전 개발이 활발해진 2005년 이후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공급은 제한적인 탓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척당 1억달러 수준이던 드릴십 가격은 최근 5억~10억달러선으로 높아졌다. 2005년 이후 전 세계 드릴십 시장에 나온 44척의 건조 주문은 모두 한국 조선업체들이 싹쓸이했다. 이중 삼성중공업이 29척을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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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설비 '노다지'가 쏟아진다브라질 페트로브라스의 드릴십 발주와 함께 호주를 중심으로 한 대형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도 조선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총 사업비 32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호주 북서해안 고르곤(Gorgon) 가스 개발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국내 '빅3'는 이미 지난달 말 입찰에 참여해 '수주 전쟁'에 돌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주 북서해안에서 130㎞ 정도 떨어진 고르곤 지역에서 가스(매장량 1조1326㎥)를 채굴,가스전 인근 섬에 있는 3개 플랜트로 옮기는 것이다. 조선업체는 이 프로젝트에서 LNG플랜트 건설을 담당하게 된다. 외부에서 제작한 50개 플랜트 모듈을 섬으로 가져와 조립하는 공사다. LNG플랜트 건설비용은 전체 사업비 50조원의 5~10% 규모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고르곤 가스 개발 프로젝트는 올 하반기 내로 발주해 2014년부터 LNG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지 분위기를 탐지하고 수주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유럽 최대 석유업체 로열더치셸의 7조원 규모 LNG-FPSO 발주도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께 예정된 로열더치셸의 초대형 LNG-FPSO 발주에도 국내 빅3가 유력한 수주 후보로 꼽히고 있다.
장창민/이정호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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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십=해상플랜트 설치가 불가능한 심해 지역에서 원유를 찾아내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다. 선박의 기동성과 심해 시추능력을 겸비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통한다. 거친 바다에서 작업해야 하므로 다른 선박에 비해 선체가 훨씬 두껍고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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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 Off-loading.부유식 원유생산 저장장치로 생산설비와 육상 액화 · 저장설비 기능을 모두 갖춘 해양 플랜트다.
첫댓글 아무리 경제가 좋지 않더라도 돌기는 돌테니..돈되는 곳에 우리 기업들이 꾸준히 들어가기를 기원할따름입니다..^^
이런 기사를 보면서 희망을 찾기도 합니다만, 경제 정책 입안하는 무리들이 OTL
한국의 제조업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해도 결국 해외에서 외화 끄집어낼 곳은 제조업 밖에 없습니다.
이런 선전에 정치권들에서 돈 엉뚱 데 안 쓰면 얼마나 좋삼... 저거 수주되면 당분간 조선소 경기는 끝내주것네......
◆ '변주곡'이 더 많은 작용을 하는 시절입니다. 팬더멘탈이나 수주 등도 중요하지만, 수급이 우선이죠. 수급은 사람의 심리에 따라 춤을 줍니다. 주식, 그 놈하고 전화 해 보니, 이런 기사를 다 믿지 말랍디다.
어쨌든 우리 경제는 살아야되니 좋은 소식이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