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집을 한 권 선물 받았다. 마침 그 자리에 깊은샘 어린이들이 있었다. 짧은 가을방학에 숙제를 내준것이 내심 불만이었던 어린이들이 기회를 놓칠리 없다. 어린이들은 시 한 권을 다 읽고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직접 쓰고 그 시를 고른 까닭은 쓰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책이 시집이라 두껍지 않고 시 한 편 쓰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숙제가 없으면 아마도 책은 장식으로 꽂혀있고 손전화만 볼 것이 뻔하기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가을 방학은 눈깜짝할 새에 다 지나가버렸다. 벼베기도 끝나고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을 때가 왔다. 나는 그제서야 책을 펼쳤다.
책을 읽기 전부터 마음에 드는 시를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는데 너무 짧지 않은 시를 골라야겠다는 것이었다. 너무 짧은 시를 골라 쓰면 어린이들이 왜이렇게 짧은 시를 골랐냐고, 마음에 드는 시가 아니라 짧은 시를 고른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시 가운데 알맞게 긴 시를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편 읽지 않았는데 마음에 들고 조건에도 맞는 시를 금방 발견했다. 그 시의 제목이 '오래된 기도'이다. 사실 이미 접한 적이 있는 시이다. 올 초에 별자리 공부를 했는데 공부를 시작할 때마다 시를 한 편씩 읽었다. 그 시 가운데 마음을 편하게 해줘서 참 좋았던 시가 있었는데 그 시를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아이들은 길다고 싫어하겠지만 개학한 주에는 이 시를 날마다 읽어야겠다.(숙제내줬다고 복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