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 불어온 웰빙 열풍은 친환경 식재료 사용을 넘어 음식을 담는 그릇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로운 음식이라도 나쁜 영향을 주는 그릇에 담으면 해로운 음식이 된다고 얘기하는 건강 그릇 마니아들과의 리얼 인터뷰.
주물냄비 마니아
파워블로거 베비로즈
처음 구입하게 된 동기는? 30여 년 전 결혼 준비를 할 때 혼수로 처음 주물냄비를 구입하게 되었다. 열전도율이 높아 요리의 맛과 향을 풍부하게 살려준다며 친정어머니가 적극 추천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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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냄비의 장점은? 두꺼운 무쇠로 만들어져 열이 음식물로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에 영양소 파괴가 적어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영양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 다른 냄비에 비해 수분 증발도 적어 음식의 맛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다른 소재의 냄비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사실 장기적인 면에서 보면 경제적인 그릇이기도 하다. 열전도율이 뛰어나 약한 불에서도 금세 조리가 되고 녹이 스는 것만 신경 써서 관리하면 오래두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그릇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주물냄비는 무쇠 표면에 유리질 유약을 발라 만든 그릇이다. 금속의 강력함과 유리의 내식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음식이 쉽게 눌어붙지 않아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유리질 유약 코팅은 음식물을 오랜 시간 끓여도 금속이 가지고 있는 나쁜 성분이 나오지 않도록 막아준다.
구입하는 장소는? 프랑스의 주방용품 브랜드 르쿠르제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 활용도가 높을 뿐 아니라 비비드한 컬러와 감각적인 디자인은 주방과 식탁을 멋스럽게 꾸며준다.
구매 노하우는? 법랑냄비는 수공으로 만들어진 제품이기 때문에 구석구석 매끈하게 성형되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구입해야 한다.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주물냄비는 세척 시 표면이 긁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예민하므로 불 조절에도 신경 써야 한다. 부드러운 스펀지에 베이킹소다를 묻혀 살살 닦아 관리하고, 조리할 때는 전용 실리콘 주걱을 이용하여 에나멜 코팅이 벗겨지지 않도록 한다.
1 중간 크기의 기본 냄비는 뚝배기 대용으로 사용한다. 뚝배기 못지않은 열전도율로 찌개 같은 국물요리를 담았을 때 음식의 온기를 오래 지속시켜준다.
2 편수 냄비는 수프나 죽, 채소 등을 데칠 때 사용한다.
3 무쇠로 된 뚜껑이 식재료의 맛과 향이 날아가는 것을 막아줘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살려준다.
도기그릇 마니아
요리연구가 오은경
처음 구입하게 된 동기는? 각종 매체에 소개되는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도기그릇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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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기그릇의 장점은? 요리연구가란 직업 특성상 다양한 주제의 요리들을 만들다보니 활용도 높은 그릇이 필요하다. 도기그릇은 어떤 요리를 담아도 무난하게 어울리면서, 투박함 속에 묻어나는 멋스러움이 요리를 고급스러워 보이게 한다. 게다가 환경호르몬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 웰빙 그릇이라 요리를 건강하게 담을 수 있어 더욱 즐겨 쓰고 있다.
건강 그릇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도기그릇은 흙과 물 그리고 불로 만들어진 자연 그릇이라 할 수 있다. 자연에서 얻어진 재료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운 인공 성분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아 더욱 믿음이 간다. 인공 성분으로 만들어진 그릇은 처음 사용할 때 화학약품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도기그릇은 그런 일이 없다. 단, 도기그릇을 만드는 마지막 과정에 칠하는 유약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구입 후 반드시 뜨거운 물에 한 번 헹궈낸 뒤 사용하도록 한다.
구입하는 장소는? 인사동이나 작은 그릇가게, 공방 등을 주로 이용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특이한 디자인의 도기그릇을 찾을 수 있다.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고가의 도기그릇은 고급스럽지만 도기그릇 특유의 투박스러운 멋을 느낄 수 없어 공방의 작품을 선호하는 편.
구매 노하우는? 도기그릇을 구입할 때는 굳이 세트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크기나 컬러만 비슷하다면 모양이 똑같지 않아도 세트처럼 구성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도기그릇은 유기물질을 뜨거운 열로 가열해 만들었기 때문에 불을 직접 가하거나 오븐에 사용하면 깨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1 사각 프레임의 접시와 작은 양념종지는 소스를 함께 곁들여 내야 하는 볶음요리나 구이요리에 주로 사용한다.
2 다른 도기그릇보다 두툼한 두께 덕분에 투박한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3 작업실 근방 토이공방에서 구입한 블루 컬러의 도기 세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와인잔. 와인잔은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투박한 느낌의 도기로 만들었다. 와인만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이나 푸딩 같은 디저트를 담아 색다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유리그릇 마니아
블로거 로라
처음 구입하게 된 동기는? 워낙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그릇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예쁜 유리잔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다양한 디자인의 유리그릇이 찬장 한 코너를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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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그릇의 장점은? 테이블 세팅에 포인트 아이템으로 자주 사용한다. 꼭 비싼 제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유리 자체가 화려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각종 모임의 테이블 장식으로 활용하기 좋다.
건강 그릇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유리그릇은 표면이 코팅을 한 것처럼 매끈하기 때문에 양념이 배지 않아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유리그릇은 열을 가해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다. 단, 열을 가할 때는 꼭 강화유리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구입하는 장소는? 남대문 그릇상가나 대형 할인마트의 생활식기 매장에서 주로 구입한다.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고 싶을 때는 백화점 세일 기간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활용한다.
구매하는 노하우는? 유리그릇은 석회 물질을 뜨겁게 가열한 뒤 공기를 불어넣어 성형한다. 공기를 불어넣는 과정에서 기포가 들어간 불량제품이 있을 수 있으므로 구입 시 그릇 표면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릇을 높이 들어 조명에 비춰가며 기포나 이물질이 있는지 확인한 뒤 투명하고 매끈한 것을 선택한다.
어떤 요리를 담을 때 사용하나? 샐러드나 물김치, 반찬 등 다양한 음식을 담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차가운 온도의 음식을 많이 담는데, 혹시 뜨거운 음식을 담을 때는 반드시 내열 처리가 된 강화유리를 사용해야 한다.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유리그릇을 상온의 찬장에서 보관하면 먼지와 이물질이 끼어 투명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럴 때는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넣어두었다가 부드러운 스펀지로 닦아주면 새것처럼 투명하게 되돌릴 수 있다.
1 은은한 바이올렛 컬러의 와인잔. 와인잔을 포함한 유리잔들은 엎어서 보관해야 내부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2 테두리의 레이스 모양이 유리그릇의 화려함을 한층 높여주는 양념종지. 독일 글라삭스 제품으로 남대문 그릇상가에서 구입했다.
3 단조로운 유리 접시에 그린 컬러의 라인으로 포인트를 준 프랑스 아코팔의 제품.
유기그릇 마니아
요리연구가 김영빈
처음 구입하게 된 동기는? 5~6년 전 홈쇼핑 방송 촬영을 위한 작업을 하던 중 유기그릇을 처음 보고 한눈에 반했다. 처음에는 수저 두 벌만 구입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멋스러워지는 유기를 보고 사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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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그릇의 장점은? 김치 하나라도 멋스럽게 담을 수 있어 좋다. 또한 따뜻하거나 뜨거운 음식을 담으면 온기가 오래 가서 음식 본연의 맛을 먹는 내내 유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매일 똑같은 모습의 여타 그릇들과 달리 날씨나 담은 음식, 전날의 설거지 상태에 따라 광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그릇이다. 본인이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좋은 유기가 되기 때문에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드는 그릇이기도 하다.
건강 그릇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유기그릇을 만드는 주원료인 놋쇠는 식중독균을 99.9% 제거해준다는 연구발표가 있었다. 생선이나 조개류에서 많이 검출되는 비브리오균도 제거가 될 정도로 유기그릇은 살균효과가 뛰어나다.
구입하는 장소는? 골동품 가게에서 한두 개씩 단품으로 구매하기도 하지만 유기그릇의 진정한 멋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반상기를 세트로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경주시 하동에 위치한 유경수 선생님의 경주유기공방에서 7첩 반상기 세트를 구매했다.
구매 노하우는? 표면이나 굽, 주둥이들이 매끈하게 처리되었는지, 전체적으로 광이나 두께가 균일한지를 잘 살펴보고 고르면 된다. 틀에 부어 제작하지만 마무리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고 구입하도록 한다.
어떤 요리를 담을 때 사용하나? 온기가 중요한 찜이나 조림 같은 요리는 유기그릇에 담으면 훨씬 맛이 좋다.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녹이 슬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부드러운 수세미에 중성 주방세제를 뿌려 닦아주면 유기 고유의 은은한 색이 살아난다.
1 연꽃을 연상케 하는 유기 접시. 전이나 적같이 넓은 음식을 담아내기 좋다.
2 임금님 밥상에만 올라갔다고 알려진 신선로를 담는 탕기. 중앙의 화통에 달궈진 숯을 넣어 탕의 온기를 오래도록 유지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3 입구 부분이 살며시 모아진 옥식기는 곡선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넓은 입구의 합식기에 비해 음식의 열이 더 오래 지속된다.
/ 여성조선
진행 최윤선(프리랜서)ㅣ사진 방문수, 박종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