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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난봉지소(非棲鸞鳳之所)
난새와 봉새가 살곳이 못 된다는 뜻으로, 영웅호걸이 있을 곳이 못 된다는 의미를 일컫는 말이다.
非 : 아닐 비(非/0)
棲 : 살 서(木/8)
鸞 : 난새 난(鳥/19)
鳳 : 봉황새 봉(鳥/3)
之 : 갈 지(丿/3)
所 : 바 소(戶/4)
출전 : 삼국연의(三國演義) 第2回
유비(劉備), 관우(關羽), 장비(張飛)가 도원결의(桃園結義)를 맺고, 황건적(黃巾賊)의 토벌에 나서 많은 공을 세웠는데도 십상시(十常侍)들의 농간으로 벼슬 한자리 받지 못했다가 겨우 안희현(安喜縣) 현위(縣尉)를 제수 받았다.
유비(劉備)등 삼형제는 안희현에 도착하여 같은 탁자에서 식사하며(食則同桌), 같은 침상에서 잠을 자면서(寢則同床) 백성들을 잘 보살폈다.
안희현에 도착한지 넉 달도 지나지 않아 조정에서 조서를 내렸다. '군공을 세우고 관리가 된 자 중에서 공적이 잘못된 자를 걸러내라(凡有軍功為長吏者當沙汰).'
이는 십상시(환관) 무리들이 유비와 같은 정직한 사람이나 자신들에게 뇌물을 주지 않는 사람을 숙청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독우(督郵; 태수의 명에 따라 관리를 감독하는 자)가 안희현에 왔다.
유비는 성곽을 나가 독우를 맞이하고 예를 다해 인사를 했으나 독우는 거만을 떨며 트집만 잡았다.
현리(縣吏)가 말했다. '독우가 위엄을 부리는 것은 뇌물을 바라고 하는 짓이 아니면 달리 이유가 없습니다(督郵入威, 無非要賄賂耳).'
유비가 하소연했다. '나는 백성과 같이하면서 추호도 백성의 것을 손대지 않았는데 무슨 재물이 있어서 그에게 준단 말인가(我與民秋毫無犯, 那得財物與他)?'
독우는 역관에서 현리(縣吏)들을 불러 닦달하면서 유비의 허물을 실토하라고 했다. 유비는 직접 가서 해명하려고 했으나 문지기에 제지만 당했다.
이때 장비가 술을 몇 사발 먹고 역관 앞을 지나다가 백성들이 통곡하는 것을 보고 물으니 노인들이 대답했다. '독우가 현리들에게 억지로 핍박하여 유공(劉公; 유비)을 해치려 하기에 우리들이 와서 모두 애써 죄가 없음을 알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지기가 들여보내지 않고 도리어 몽둥이를 휘두르며 쫓아냅니다.'
장비가 대로하여 역관으로 달려 들어가 독우를 잡아채 현청 앞으로 끌고 와 매질을 해댔다. 유비가 현청 안에 있다가 밖이 소란해 이유를 물으니 장비가 독우를 끌고 와 매질을 한다고 했다. 유비가 나와 장비를 꾸짖어 매질을 멈추게 했다.
관우가 옆으로 돌아 나와 말했다. '형님이 큰 공을 많이 세우고 겨우 현위자리 하나 얻었는데, 지금 도리어 독우에게 모욕을 당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탱자나무와 가시나무 덤불은 난새나 봉황이 깃들 곳이 못됩니다. 독우를 죽은 뒤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달리 원대한 계책을 도모하는 좋을까 합니다.'
兄長建許多大功, 僅得縣尉, 今反被督郵侮辱. 吾思枳棘叢中, 非棲鸞鳳之所; 不如殺督郵, 棄官歸鄉, 別圖遠大之計.
유비는 관인을 독우의 목에 걸고 꾸짖고서 그곳을 떠났다.
비서난봉지소(非棲鸞鳳之所)
난새와 봉새가 살지 않는 곳
관우는 삼국지 무대를 대표하는 장수로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힌다. 심지어 신(神)으로까지 숭상받는다.
평범한 시골 출신의 무장이 왕으로 황제로 급기야는 신격화되고 있는 까닭은 여럿 그 이유가 있겠으나 의리와 충절의 인간 됨됨이가 낳은 결과다.
관우가 미관말직에 있을 때였다. 하루는 상부에서 감찰관이 내려왔는데 뇌물을 밝히는 전형적 부패 관리였다.
그 관리가 유비에게 거듭 뇌물을 요구했고 분기탱천한 유비가 그를 말뚝에 묶어놓고 매질을 하게 됐을 때 관우가 말리면서 이런 조언을 했다. '난새와 봉새가 살지 않는 곳에서 화를 내봤자 무엇합니까. 벼슬을 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쓰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유비가 이 충고를 받아들였음은 물론이다. 오늘날은 예전에 비해 많이 밝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부패한 관리는 도처에 있다. 부패가 번지는 세상은 희망이 없는 사회다.
특히 권력을 빙자한 부패는 척결돼야 할 제일 중요한 과제다. 관우가 말한 난새와 봉새는 이상주의를 뜻하기도 한다. 이상이 짓밟히는 곳에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지극총중 비서난봉지소(枳棘叢中 非棲鸞鳳之所)
가시덤불은 봉황새가 살 만한 곳이 못 된다는 뜻으로, 부패관리들이 설치는 곳에 군자가 머물 수 없다는 말이다.
枳 : 탱자나무 지(木/5)
棘 : 멧대추나무 극(木/8)
叢 : 모을 총(又/16)
中 : 가운데 중(丨/3)
非 : 아닐 비(非/0)
棲 : 살 서(木/8)
鸞 : 난새 난(鳥/19)
鳳 : 봉황새 봉(鳥/3)
之 : 갈 지(丿/3)
所 : 바 소(戶/4)
출전 : 삼국연의(三國演義) 第2回
인류와 함께해 온 뇌물의 역사
1990년대 초의 일이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으니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부부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과속에 걸렸다.
인적이 드문 지방, 지나가는 차량도 거의 없는 한적한 시간대여서 방심했던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돌자마자 스피드건을 쏘는 고속도로 순찰차량과 맞닥뜨렸다.
경찰의 수신호를 받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 순간 우리는 만감이 교차했다. “야! 벌금 왕창 물겠는 걸.”, “지난번 불법 주차 벌금도 아직 납부하지 않았는데….”, “1만 원 한 장으로 갈음하자.”, “그러다 걸리면 뇌물 공여죄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지갑에서 꺼낸 1만 원짜리 지폐를 핸들 아래에서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그때 일어났다.
경찰관이 거수 경례를 하자마자 순식간에 클립보드를 핸들 쪽으로 쑥 넣어 지폐를 낚아챘다. “다음부터는 과속하지 마세요!” 경관의 배웅을 받으면서 다시 길을 나섰지만 우리는 착잡한 마음을 어쩌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 뇌물로 들어가는 돈 연간 1조 달러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한 해 동안 뇌물로 들어가는 돈이 자그마치 1조 달러라고 한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 정도에 해당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술자리에서는 흥청망청 쓰면서도 과속 범칙금 몇 푼은 뭐가 그리 아까운지 불법인 줄 알면서도 뇌물을 주는 일이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뇌물의 역사는 길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는 이런 말이 있다. “뇌물을 받지 마라. 뇌물은 지혜로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의인의 말을 왜곡시킨다.”
세계 최초의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이나 백제 고이왕 시절의 법령에도 뇌물에 관한 조문이 나온다.
신라 선덕여왕 때 고구려에 원병 요청을 갔던 김춘추가 스파이로 몰려 체포됐다. 김춘추 일행은 고구려 보장왕의 총애를 받던 선도해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고 풀려났다.
뇌물 수수가 횡행하는 등 부패가 극성기에 이르면 나라에 망조가 들고 관료나 시민들이 청렴하면 나라가 흥하는 걸까. 마땅히 그래야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렇지도 않다.
로마제국은 ‘뇌물의 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민들의 관료에 대한 뇌물은 필수였고 불법적인 세금 징수는 속주 총독들의 핵심 비즈니스였다. 황제가 직접 임명한 최고위 관료도 황실에 비자금을 내야 했다. 이런 관행은 수세기를 면면히 이어져 제국 말기까지 존속했다.
조선시대 역시 ‘뇌물 천하’였다. 건국 초부터 양란을 거쳐 삼정의 문란이 극에 달할 때까지 부패 고리는 엄존했다.
불법으로 세금을 거두고 뇌물을 받고 폭정을 일삼았던 조선 말기 고부군수 조병갑. 그의 부패가 동학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심지어 고종황제는 철도 부설권과 광산 채굴권 등을 서양 제국주의 열강에 팔아 황실 금고를 채웠다.
세종이나 영·정조 때와 같은 태평성대는 부패가 덜하고 폭군이나 세도정치 시절에는 부패가 우심했던 것만도 아니라는 말이다. 알다시피 조선은 500년을 지속했다.
삼국지 시대라고 뇌물이 없었겠는가. 그 시절의 뇌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적토마다. 동탁이 당시 최고 맹장 여포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활용한 게 적토마다.
동탁은 십상시(十常侍)에게 뇌물을 주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면죄부도 받고 서량자사라는 벼슬까지 받아 20만 대군을 이끄는 막강한 지방 군벌이 됐던 자다.
여포의 동향 친구 이숙이 심부름을 했다. “지혜로운 새는 나무를 골라서 깃들고 현명한 신하는 주인을 골라서 섬긴다(良禽擇木而棲 賢臣擇主而事)고 했소. 여포 아우는 잘 생각해 보시오!”
적토마와 황금 1000냥에 눈이 뒤집힌 여포가 하루 아침에 제 의부(義父) 정원을 죽이고 동탁에게 빌붙었다. 저런 멋진 말이 고작 여포를 유인한 동탁의 수하였던 이숙의 입을 통해 나왔다는 게 유감스러울 뿐이다.
나중에 적토마는 조조의 손에 들어갔다가 조조가 관우를 스카우트하기 위한 뇌물로 사용되기도 했다. 사도 왕윤의 수양딸 초선도 여포와 동탁의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 사용된 미인계의 뇌물이다.
조조의 어릴 적 친구였던 허유는 원소의 참모로 활약하고 있었다. 그런데 허유는 총명하기는 했지만 교만한데다가 재물 욕심이 많아 평판이 좋지 못한 자였다.
하루는 허유가 원소에게 조조를 칠 멋진 계략을 설파하고 있었다. “방어가 허술한 허창을 급습하고 동시에 군량미가 부족한 관도에 주둔한 조조의 군대를 치심이 가할 줄 아뢰오!”
마침 그때 허유가 뇌물을 수수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원소가 발끈했다. “허유! 네 놈이 조조에게 뇌물을 받아먹고 엉터리 계책을 말하는 게로구나.”
허유의 말을 들었더라면 삼국지의 역사가 달라졌을 천재일우의 기회를 원소는 이렇게 날려 버리고 말았다.
🔘 뇌물 스토리의 백미는 유비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뇌물 스토리의 백미(白眉)는 유비다. 황건적의 난을 평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유비는 조정을 틀어쥐고 있는 십상시들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아 안위현이라는 조그만 고을의 현령 자리밖에 받지 못했다.
오나라 손권의 아버지인 손견(孫堅)이 당시에 환관들에게 뇌물을 바쳐 별군사마(別軍司馬)라는 유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좋은 벼슬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그전에 노골적으로 관직을 제안하면서 뇌물을 요구한 자가 있었다.
한편 삼국연의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삼국지 평화에는 이런 십상시의 횡포가 훨씬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십상시의 하나인 환관 단규(段珪)였다. 단규는 유비가 황건적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리품을 챙기고 치부한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유비가 곧이 곧대로 “저는 적법하게 전투에 나섰을 뿐 한 푼도 부당하게 챙긴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드릴 돈도 없습니다!”
큰 뇌물을 기대했던 단규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 누상촌의 비렁뱅이야! 너 같은 자린고비가 돈을 숨겨두고 감히 나를 속이려 들어?”
격분한 장비가 단규의 안면을 때려 이빨을 두 개나 부러뜨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겨우 안위현 현령으로 있으면서 부글부글 끓는 속을 겨우 진정하고 있던 유비, 관우, 장비 3형제의 가슴에 불을 지른 사건이 일어났다.
조정에서 감사관으로 내려온 독우(督郵)가 엉터리 근거를 대며 아전들을 닦달하면서 대놓고 뇌물을 요구했다. “현덕공! 그대는 황실의 종친이라고 사칭하고 전쟁의 공로를 부풀린 혐의가 있다고 들었소?”
이번에도 장비가 나섰다. “이 버러지만도 못한 놈! 내 오늘 너를 물고를 내고 말겠다.”
장비는 독우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나무에 묶었다. 버드나무 가지로 채찍을 만들어 죽도록 팼다. “유비 형님! 봉황은 가시덤불 속에 둥지를 틀지 않는다(枳棘叢中非棲鸞鳳之所)고 했습니다. 우리 낙향해 때를 기다립시다.”
동탁의 졸개 이숙의 말과 본질적으로 같은 말이지만 역시 장비가 하니 달리 보인다. 유·관·중 3형제는 그 길로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수컷 침팬지들은 보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털을 골라주거나 몸 구석구석을 핥아 주거나 나뭇잎 같은 먹을거리를 뇌물로 바친다고 한다. 뇌물을 바치거나 아부하는 행동이 사람들만이 행하는 문명 행위가 아니라 동물적 본능이라는 소리다.
심리학 이론 중에 ‘상호성의 법칙’이란 게 있다. 인간은 누군가에게서 뭔가를 받게 되면 그것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호의일지라도 말이다. 침팬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선물(膳物)은 선물이고 뇌물(賂物)은 뇌물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친한 지인에게 편하게 자신의 호의와 진정을 표시하기 위해 진정을 담아 선물을 한다.
이렇게 선물은 재정적 부담감과 심리적인 부담감이 없는 순수한 우호적인 소통의 매개체여야 한다. 선물이 자칫 일부 인사들의 부담감을 주는 뇌물과 혼동되고 빛이 바래는 세태는 참 안타깝다.
물론 이는 소설 속에서의 이야기일 뿐, 실제 역사서에는 관우의 이런 말도 보이지 않거니와, 독우를 매질한 것도 유비의 소행으로 되어 있다.
독우가 公事로 인하여 縣에 오자, 유비가 뵙기를 청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곧 그를 결박하여 곤장 이백 대를 때리고 인끈(綬)을 풀어 그의 목에 건 후 말목(馬椽)에 붙들어 매 놓은 채 관직을 버리고 망명했다.
督郵以公事到縣, 先主求謁, 不通, 直入縛督郵, 杖二百, 解綬繫其頸着馬椽, 棄官亡命.
(三國志 卷32, 先主傳 第2)
후대에 유비의 仁人君子로서의 면모가 강조되다 보니 아무래도 이런 일은 장비가 제격이었던 모양이다.
▶️ 枳(탱자 지, 탱자 기)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只(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枳(지, 기)는 ①탱자나무(운향과의 낙엽 활엽 교목) ②가지 ③고을의 이름 ④땅의 이름 ⑤해(害)하다 ⑥해(害)치다, 그리고 ⓐ탱자나무(운향과의 낙엽 활엽 교목)(기) ⓑ가지(기) ⓒ막다(기) ⓓ저지(沮止)하다(기)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나무로 만든 악기를 지어(枳敔), 벼슬길이 막힘을 지색(枳塞), 어린 탱자를 썰어서 말린 약재를 지실(枳實), 썰어 말린 탱자를 기각(枳殼), 탱자나무를 둘러 심어 성처럼 된 울타리를 지성(枳城), 통하지 못하게 막아 거리끼게 함을 지애(枳礙), 벼슬길을 막거나 내쫓음을 지출(枳黜),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도 환경에 따라 기질이 변한다는 말을 귤화위지(橘化爲枳), 남쪽 땅의 귤나무를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 나무로 변한다는 뜻으로 사람도 그 처해 있는 곳에 따라 선하게도 되고 악하게도 됨을 이르는 말을 남귤북지(南橘北枳) 등에 쓰인다.
▶️ 棘(멧대추나무 극)은 회의문자로 가시가 둘이 나란히 있는 것으로 가시가 많음의 뜻이다. 그래서 棘(극)은 물고기 따위의 지느러미를 이루고 있는 단단하고 마디가 없으며 끝이 날카로운 기조(鰭條). 가시 모양으로 ①가시 ②가시나무 ③창(槍: 무기의 하나) ④멧대추나무 ⑤공경(公卿)의 자리 ⑥야위다 ⑦위급(危急)하다 ⑧벌여놓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국자로 국이나 액체 따위를 뜨는 데 쓰는 기구를 극비(棘匕), 꼭꼭 찌름 또는 그러한 모양을 극극(棘棘), 가시나무를 극목(棘木), 부모의 상을 당한 어린아이를 극아(棘兒), 죄인이 달아나지 못하게 가시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 가두어 둠을 극치(棘置), 가시로 살을 에는 듯 한 찬바람을 극침(棘針), 나무의 가시로 고난의 길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형극(荊棘), 귀양살이하는 사람이 있는 집의 담이나 울타리에 가시 나무를 밖으로 둘러치는 일을 가극(加棘), 가난한 사람이 옷이 없어서 밖에 나가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천극(栫棘), 죄인을 바다 가운데의 섬으로 귀양을 보내고 달아나지 못하게 가시로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 가두어 둠을 도극(島棘), 죄인을 귀양 보내서 달아나지 못하게 가시나무로 울타리를 침을 찬극(竄棘), 귀양간 사람이 있는 집의 담이나 울타리에 가시나무를 둘러 치는 일을 천극(荐棘), 매우 무성하게 자란 가시를 몽극(蒙棘), 가시를 헤치며 벤다는 뜻으로 고생스럽게 살아 감을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피형전극(披荊翦棘), 구리 낙타가 가시덤불 속에 묻혀 있다는 뜻으로 궁전이나 후원이 황폐함을 형용하는 말을 형극동타(荊棘銅駝) 등에 쓰인다.
▶️ 叢(떨기 총/모일 총)은 형성문자로 藂(총)은 통자(通字), 丛(총)은 간자(簡字), 樷(총)은 고자(古字)이다. 풀의 떼지어 나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丵(착)과 음(音)을 나타내는 取(취)로 이루어졌다. 풀숲의 뜻이 전(轉)하여 떼지어 모이다의 뜻이 있다. 그래서 叢(총)은 ①떨기(식물의 한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더부룩하게 된 무더기) ②숲 ③모이다 ④모으다 ⑤더부룩하다 ⑥번잡(煩雜)하다, 번거롭다 ⑦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둥글 단(團), 모을 모(募), 모일 준(寯), 모을 촬(撮), 모일 주(湊), 거둘 수(收), 모일 회(會), 모일 사(社), 모을 췌(萃), 모을 수(蒐), 모을 축(蓄), 모을 찬(纂), 모을 종(綜), 모을 취(聚), 모을 집(輯), 모을 집(集)이다. 용례로는 떼를 지어 모임을 총집(叢集), 잡목이 우거진 숲을 총림(叢林), 번잡하고 세쇄함을 총좌(叢挫), 들어선 것이 빽빽한 모양을 총총(叢叢), 여러가지를 한데 모아 걸어 놓음을 총괘(叢掛), 일이 몰려서 매우 바쁨을 총용(叢冗), 사람들이 많이 모임을 총회(叢會), 여러 가지를 모아서 기록함을 총기(叢記), 여러 가지 문장이나 논문이나 논설이나 논의 따위를 모아 놓은 글을 총론(叢論), 무더기로 꽉 들어선 나무를 총수(叢樹), 뭉게뭉게 모여 있는 구름을 총운(叢雲), 많은 사람이 있는 그 가운데를 총중(叢中), 여러 가지 일을 모은 기록을 총지(叢誌), 동백나무를 총백(叢柏), 여러 승려들이 모여 수행하는 자리를 총석(叢席), 바다 위에 떠다니는 얼음이 모여 얼어 붙어서 생긴 빙구를 총빙(叢氷), 초목 따위가 더부룩하게 무더기로 나는 일을 총생(叢生), 같은 체제로 계속해서 출판하는 여러 책으로 한 질을 이루는 서적을 총서(叢書), 어떤 문제의 전체를 통틀어서 하는 설명이나 논설을 총설(叢說), 우거져서 숲을 이룬 대나무의 떨기를 죽총(竹叢), 꽃이 만발한 풀숲을 방총(芳叢), 바위가 삐죽삐죽 내밀어 있는 험한 곳을 암총(巖叢), 여러 편의 논문을 모은 책을 논총(論叢), 잎이 한군데에 무더기로 나 있는 것을 엽총(葉叢), 한군데에 많이 모여서 이룬 사람의 무리를 인총(人叢), 많은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를 이르는 말을 만인총중(萬人叢中), 시비가 자주 생겨 말썽이 많은 가운데를 이르는 말을 시비총중(是非叢中), 자기를 이롭게 하려다가 도리어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위총구작(爲叢驅雀) 등에 쓰인다.
▶️ 中(가운데 중)은 ❶지사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물의 한가운데를 상하로 통하는 세로 금으로 중심, 중앙을 뜻함과 형제를 위로부터 차례로 伯(백), 仲(중), 叔(숙), 季(계)라고 일컬을 때의 仲(중)으로서 쓰인 것이다. 또는 깃대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❷상형문자로 中자는 ‘가운데’나 ‘속’, ‘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이전에는 中자가 무언가를 꿰뚫는 모습을 그렸던 것으로 해석했었다. 그러나 갑골문이 발견된 이후에는 이것이 군 진영에 깃발을 꽂아놓은 모습을 그려졌던 것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中자는 진지 중앙에 펄럭이는 깃발을 그린 것으로 ‘가운데’나 ‘중앙’을 뜻하고 있다. 中자가 ‘중앙’이라는 뜻으로 쓰이다 보니 때로는 ‘속’이나 ‘안’, ‘마음’과 같은 사물의 중심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中(중)은 (1)일부 한자로 된 명사(名詞) 다음에 붙이어 그 명사의 뜻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과정임을 나타냄 (2)등급 같은 것을 上中下(大中小)로 구분할 경우 그 가운데 등급 중등(中等) (3)중국 (4)장기판에서 끝으로부터 둘째의 가로줄을 이르는 말 (5)마음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가운데 ②안, 속 ③사이 ④진행(進行) ⑤마음, 심중(心中) ⑥몸, 신체(身體) ⑦내장(內臟) ⑧중도(中途) ⑨절반(折半) ⑩장정(壯丁) ⑪관아의 장부, 안건(案件) ⑫가운데 등급 ⑬중매(仲媒), 중개(仲介) ⑭중국(中國) ⑮버금(으뜸의 바로 아래), 둘째, 다음 ⑯가운데에 있다 ⑰부합하다, 일치하다 ⑱맞다, 맞히다, 적중시키다 ⑲급제하다, 합격하다 ⑳해당하다, 응하다 ㉑뚫다 ㉒바르다, 곧다 ㉓가득 차다 ㉔이루다, 이루어지다 ㉕고르다, 고르게 하다 ㉖간격을 두다 ㉗해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바깥 외(外)이다. 용례로는 중도에서 끊어짐을 중단(中斷), 한가운데를 중심(中心), 사방의 중심이 되는 곳을 중앙(中央), 사물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나 자리 중추(中樞), 일이 되어 가는 동안 중도(中途), 치우침이나 과부족이 없이 떳떳하며 알맞은 상태나 정도를 중용(中庸), 사물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나 자리를 중추(中樞), 두 사물의 사이를 중간(中間), 일을 중도에서 그만 둠을 중지(中止), 중간에서 이어줌을 중계(中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함을 중립(中立), 길을 가고 있는 동안 도중(途中), 하늘이나 하늘 가운데를 공중(空中), 마음 속을 심중(心中), 도시의 안을 시중(市中), 정신을 집중시킴을 열중(熱中), 눈의 안이나 마음속을 안중(眼中), 코의 밑과 윗입술 사이의 우묵한 곳을 인중(人中), 돌에 박힌 화살촉이라는 뜻으로 정신을 집중하면 때로는 믿을 수 없을 만한 큰 힘이 나올 수 있다는 중석몰촉(中石沒鏃), 터무니없는 말로 헐뜯거나 남을 해치려고 속임수를 써서 일을 꾸밈을 중상모략(中傷謀略), 일을 하다가 끝을 맺지 않고 중간에서 그만 둠을 중도이폐(中途而廢), 마음속의 욕망을 겉으로 나타내지 않고 외부의 사악을 마음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함을 중경외폐(中扃外閉), 중립을 취하여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음을 중립불의(中立不倚), 보통 사람은 감당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중인불승(中人弗勝), 마음속에 일정한 줏대가 없음을 중무소주(中無所主), 덕성이 발라서 과불급이 없는 화평한 기상을 중화지기(中和之氣), 시작한 일을 완전히 끝내지 아니하고 중간에 흐지부지 한다는 중도반단(中途半斷) 등에 쓰인다.
▶️ 非(아닐 비, 비방할 비)는 ❶상형문자로 새의 좌우로 벌린 날개 모양으로, 나중에 배반하다, ~은 아니다 따위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非자는 ‘아니다’나 ‘그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非자를 보면 새의 양 날개가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非자의 본래 의미는 ‘날다’였다. 하지만 후에 새의 날개가 서로 엇갈려 있는 모습에서 ‘등지다’라는 뜻이 파생되면서 지금은 ‘배반하다’나 ‘아니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飛(날 비)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非(비)는 (1)잘못, 그름 (2)한자로 된 명사(名詞) 앞에 붙이어 잘못, 아님, 그름 따위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그르다 ③나쁘다, 옳지 않다 ④등지다, 배반하다 ⑤어긋나다 ⑥벌(罰)하다 ⑦나무라다, 꾸짖다 ⑧비방(誹謗)하다 ⑨헐뜯다 ⑩아닌가, 아니한가 ⑪없다 ⑫원망(怨望)하다 ⑬숨다 ⑭거짓 ⑮허물, 잘못 ⑯사악(邪惡)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不),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남의 잘못이나 흠 따위를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을 비난(非難), 옳은 이치에 어그러짐을 비리(非理), 예사롭지 않고 특별함을 비상(非常), 부정의 뜻을 가진 문맥 속에서 다만 또는 오직의 뜻을 나타냄을 비단(非但), 제 명대로 살지 못하는 목숨을 비명(非命), 보통이 아니고 아주 뛰어남을 비범(非凡), 법이나 도리에 어긋남을 비법(非法), 번을 설 차례가 아님을 비번(非番), 사람답지 아니한 사람을 비인(非人), 잘못되거나 그릇된 행위를 비행(非行), 불편함 또는 거북함을 비편(非便), 결정하지 아니함을 비결(非決),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정이 없음을 비정(非情),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말다툼을 시비(是非), 옳음과 그름을 이비(理非), 간사하고 나쁨을 간비(姦非), 아닌게 아니라를 막비(莫非), 그릇된 것을 뉘우침을 회비(悔非), 이전에 저지른 잘못을 선비(先非), 교묘한 말과 수단으로 잘못을 얼버무리는 일을 식비(飾非), 음란하고 바르지 아니함을 음비(淫非), 같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비일비재(非一非再), 중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라는 비승비속(非僧非俗),꿈인지 생시인지 어렴풋한 상태를 비몽사몽(非夢似夢),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라는 말을 비례물시(非禮勿視), 모든 법의 실상은 있지도 없지도 아니함을 비유비공(非有非空) 등에 쓰인다.
▶️ 棲(깃들 서)는 형성문자로 捿(서), 栖(서)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붙잡다의 뜻(執; 집)을 나타내기 위한 妻(처, 서)로 이루어졌다. 새가 앉을 때 붙잡는 나무, 곧 횃대의 뜻이 전(轉)하여 보금자리, 집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棲(서)는 ①깃들이다 ②살다, 거처(居處)하다 ③쉬다, 휴식(休息)하다 ④쌓다, 저장(貯藏)하다 ⑤집, 보금자리 ⑥평상(平牀), 침상(寢牀) ⑦바쁜 모양 ⑧고적(孤寂)한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동물이 깃들여 삶을 서식(棲息), 동물이 어떠한 곳에 깃들여 사는 것을 서숙(棲宿),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 다님을 서설(棲屑), 짐승 따위가 사는 굴을 서혈(棲穴), 천천히 돌아다니며 마음껏 놂을 서지(棲遲), 몸 붙여 살 곳이 없음을 서황(棲遑), 남은 곡식이 밭이랑에 가득히 쌓여 있다는 뜻으로 풍년이 들었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서무(棲畝), 동물이 물 속이나 땅 위의 양쪽에서 다 삶을 양서(兩棲), 세상을 피하여 숨어서 사는 일을 은서(隱棲), 닭의 우리를 계서(鷄棲), 종류가 다른 동물이 한 곳에 모여 함께 삶을 공서(共棲), 예전에 살던 집을 구서(舊棲), 자기 집에 돌아옴을 귀서(歸棲), 한집에서 부부와 같은 관계를 맺고 같이 삶 또는 서로 종류가 다른 동물이 한 곳에서 같이 삶을 동서(同棲), 암컷과 수컷 또는 부부가 같이 사는 일을 쌍서(雙棲), 세속을 벗어나 은거함을 운서(雲棲), 봉황이 깃들인다는 뜻으로 학덕이 높은 사람이 시골에 은거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봉서(鳳棲), 미진이 연약한 풀잎에서 쉰다는 뜻으로 덧없음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경진서약초(輕塵棲弱草), 닭집에서 봉황이 함께 살면서 모이를 먹는다는 뜻으로 충신이 천한 죄인들과 함께 하는 삶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계서봉황식(鷄棲鳳凰食), 숲이 우거져야 새가 깃든다는 뜻으로 사람이 인의를 쌓아야 일이 순조로움을 이르는 말을 임심조서(林深鳥棲) 등에 쓰인다.
▶️ 鸞(난새 난)은 형성문자로 鵉(란)은 통자(通字), 鸾(란)은 간자(簡字), 鸞(난)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 조(鳥;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련, 란)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鸞(난)은 ①난새(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 ②방울 ③지붕의 무게를 버티도록 기둥 위에 설치한 구조,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상상의 신령스러운 새인 난새와 봉황으로 덕이 높은 군자나 부부의 인연을 이르는 말을 난봉(鸞鳳), 중국 전설에 나오는 봉황과 비슷하다는 상상의 새를 난조(鸞鳥), 남을 높이어 그 아내가 사는 집을 이르는 말을 난가(鸞家), 대궐을 달리 이르는 말을 난궐(鸞闕), 화려하게 꾸민 누대를 난대(鸞臺), 난새의 무늬가 있는 옷을 늘여뜨렸다는 뜻으로 후비의 의용을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난렴(鸞襝), 난새를 타고 하늘에 오른다는 뜻으로 후비의 죽음을 이르는 말을 난어(鸞馭), 임금이 탄 수레를 난거(鸞車), 춤을 추는 난새 또는 난새처럼 추는 춤을 무란(舞鸞), 빛깔이 붉은 난새를 적란(赤鸞) 등에 쓰인다.
▶️ 鳳(봉새 봉)은 ❶형성문자로 凤(봉), 鳯(봉)은 통자(通字), 凤(봉)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 조(鳥;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크다는 뜻을 가진 凡(범, 봉)으로 이루어졌다. ❷상형문자로 鳳자는 ‘봉새’나 ‘봉황’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봉황은 상서롭고 고귀한 뜻을 지닌 새이기는 하나 실존하는 새는 아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기린, 거북, 용과 함께 봉황을 사령(四靈)의 하나로 여겼다. 수컷은 봉(鳳), 암컷은 황(凰)이라고 하는데, 이를 합쳐서 봉황이라 한다. 실존하는 새가 아니므로 봉황은 상상으로 그려야 했다. 그래서 앞모습은 기러기, 뒷모습은 기린을 닮았다고 하는데, 이외에도 다양한 동물의 부위가 결합하여 있다. 그래서인지 갑골문에 나온 鳳자를 보면 상당히 복잡한 획으로 그려져 있었다. 봉황의 자태를 표현하려다 보니 획이 복잡해진 것이다. 이후 鳳자는 凡(무릇 범)자와 鳥(새 조)자가 결합한 형태로 바뀌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바람’을 뜻하는 風(바람 풍)자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鳳(봉)은 (1)봉황(鳳凰) (2)봉황(鳳凰)의 수컷 (3)됨됨이가 어수록하여 속이거나 이용해 먹기 딱 좋은 사람 등의 뜻으로 ①봉새(봉황) ②봉황(鳳凰: 예로부터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상상의 새) ③산(山)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봉황 황(凰)이다. 용례로는 예로부터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상상의 새를 봉황(鳳凰), 임금이 타는 수레를 봉가(鳳駕), 임금이 타는 수레를 봉여(鳳輿), 꼭대기에 황금의 봉황을 장식한 임금이 타는 가마를 봉련(鳳輦), 지략이 뛰어난 젊은이를 봉아(鳳兒), 예전 중국에서 천자가 타던 수레를 봉차(鳳車), 봉황의 새끼로 지략이 뛰어난 젊은이를 비유하는 말을 봉추(鳳雛), 봉황의 모양을 대가리에 새긴 비녀를 봉잠(鳳簪), 봉황의 모습이라는 뜻으로 거룩한 풍채를 일컫는 말을 봉자(鳳姿), 성인 군자의 덕을 봉덕(鳳德), 봉황의 머리 모양으로 만든 장식물을 봉두(鳳頭), 자식의 자질이 부모에 뒤지지 아니함을 일컫는 말을 봉모(鳳毛), 봉황이 춤추고 노는 것으로 세상이 태평한 모양을 봉무(鳳舞), 봉의 꼬리를 봉미(鳳尾), 전해 주는 말이나 소식의 높임말을 봉성(鳳聲), 봉황의 모습을 수 놓은 베개를 봉침(鳳枕), 산봉우리가 봉황처럼 꿋꿋하게 웅장하게 서 있는 모양을 봉치(鳳峙), 목과 날개가 붉은 봉황을 단봉(丹鳳), 아름다운 봉황을 채봉(彩鳳), 상상의 신령스러운 새인 난새와 봉황을 난봉(鸞鳳), 털이 흰 봉황을 백봉(白鳳), 용 고기로 맛을 낸 요리와 봉새로 끓인 탕이라는 뜻으로 맛이 매우 좋은 음식을 가리키는 말을 용미봉탕(龍味鳳湯), 봉황이 산의 동쪽에서 운다는 뜻으로 천하가 태평할 조짐으로 뛰어난 행위를 칭찬하는 말을 봉명조양(鳳鳴朝陽), 두 마리의 봉황이 나란히 날아간다는 뜻으로 형제가 함께 영달하다는 양봉제비(兩鳳齊飛), 용을 끌어잡고 봉왕에게 붙는다는 뜻으로 세력 있는 사람을 의지하여 붙좇음을 반룡부봉(攀龍附鳳), 뛰어오르는 도롱뇽과 날아오르는 봉황이라는 뜻으로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는 등교기봉(騰蛟起鳳)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所(바 소)는 ❶회의문자로 음(音)을 나타내는 戶(호; 집을 나타냄, 소)와 도끼(斤)로 찍은 그 곳이라는 뜻이 합(合)하여 '곳'을 뜻한다. 나무를 베는 소리를 일컬은 것이었으나 나중에 處(처; 곳)대신 쓴다. ❷형성문자로 所자는 ‘곳’이나 ‘지역’, ‘지위’, ‘위치’, ‘얼마’와 같이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所자는 戶(지게 호)자와 斤(도끼 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所자는 본래 도끼로 나무를 찍는 소리를 뜻했던 글자였다. B.C 470년경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는 ‘벌목소소(伐木所所)’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여기서 所所란 ‘나무를 찍는 소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所자는 본래 나무를 찍는 소리를 뜻하기 위해 戶자는 발음요소로 斤자는 의미요소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후에 ‘장소’나 ‘자리’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所(소)는 ①바(일의 방법이나 방도) ②것 ③곳, 일정한 곳이나 지역 ④처소(處所) ⑤관아(官衙), 어떤 일을 처리하는 곳 ⑥지위(地位), 자리, 위치(位置) ⑦장소(場所)를 세는 단위(單位) ⑧기초(基礎) ⑨도리(道理), 사리(事理) ⑩경우(境遇) ⑪얼마 ⑫쯤, 정도(程度) ⑬만일(萬一) ⑭있다, 거처(居處)하다 ⑮~을 당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곳 처(處)이다. 용례로는 수입이 되는 이익을 소득(所得), 일정한 기관이나 단체에 속함을 소속(所屬), 들려 오는 떠도는 말을 소문(所聞), 가지고 있음 또는 그 물건을 소유(所有), 있는 곳이나 있는 바를 소재(所在), 매우 귀중함을 소중(所重), 어떤 일에 있어서 의미나 의의를 가지거나 쓸모가 되는 바를 소용(所用), 요구되거나 필요한 바를 소요(所要),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바를 소위(所謂), 바라는 바나 기대하는 바를 소망(所望), 원함 또는 원하는 바를 소원(所願), 몸에 지님 또는 지닌 것을 소지(所持),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옳다고 믿고 그에 따라 하려고 하는 생각을 소신(所信), 마음속에 품고 있는 회포를 소회(所懷), 어떤 일이 이루어지거나 일어나는 곳을 장소(場所), 사는 곳을 주소(住所), 보초가 서 있는 곳을 초소(哨所),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을 업소(業所), 사람이 살거나 임시로 머물러 있는 곳을 처소(處所), 몸 가운데에 목숨에 관계되는 중요한 곳을 급소(急所), 무덤이 있는 곳을 묘소(墓所), 머물러 묵는 곳 또는 숙박하는 곳을 숙소(宿所), 원하던 바를 이룬다는 말을 소원성취(所願成就), 능통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을 무소불능(無所不能), 못 할 일이 없음 또는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말을 무소불위(無所不爲), 알지 못하는 바가 없다는 뜻으로 매우 박학다식 하다는 말을 무소부지(無所不知), 열 사람의 눈이 보고 있다는 뜻으로 세상 사람을 속일 수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십목소시(十目所視), 어떤 일에 적당한 재능을 가진 자에게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김을 적재적소(適材適所), 훌륭한 소질을 가지고도 그에 알맞은 지위를 얻지 못한다는 말을 부득기소(不得其所), 보통 사람으로서는 헤아리지 못할 생각이나 평범하지 않는 생각을 이르는 말을 비이소사(匪夷所思)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