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도 발묶여… 분양 4만여 가구 “잔금 못내면 되팔아야”
[국회에 발목잡힌 규제 개혁]
중소기업 혜택 유예기간 연장 등
여야 공통과제 법안조차 ‘계류중’
“원포인트 국회열고 통과시켜야”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산N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의 모습. 뉴스1
국민의 삶과 밀접해 빠른 통과가 필요한 민생 법안이나 국가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관련 법안도 장기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야 간 갈등이 크지 않은 법안조차 국회가 외면하며 민생을 발목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은 올해 1월 정부 발표 이후 1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야당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성행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것.
올해 2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5월 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이후로 논의가 중단됐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을 처분하기 전까지만 실거주 의무를 충족하도록 지난해 8월 발의한 개정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발의 447일이 지나도록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해당 개정안의 적용을 받는 주택은 전국 66개 단지, 4만4000채 규모다. 입주 시점에 전세를 줘서 보증금으로 분양 잔금을 해결하려던 수분양자들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 수준으로 아파트를 되팔아야 한다.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도 처해진다.
재건축 사업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를 완화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도 국회 국토위 법안 소위에 계류 중이다. 정부가 완화안을 발표한 것이 지난해 9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넘게 ‘정책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된 단지는 서울 40곳 등 전국 111곳에 이른다.
여야가 모두 대선 당시 공약에 넣는 등 공통 과제 법안인데도 통과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될 때 3년의 유예기간을 5년으로 늘려주는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 상정 이후 소식이 없다. 2021년 12월 발의된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도 국회에서 2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여야가 국회에서 강대강으로 대치하면서 법률이 아닌 시행령 개정 말고는 제대로 된 민생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 법안을 모아 ‘원 포인트’로 국회를 열고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최동수 기자, 이축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