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듣는 음악 동영상 추천(솔직히 작가 취향): https://youtu.be/HkMG4jVuK7Y
마치 새하얀 스케치북에 검은색 물감으로 칠한 것처럼, 새카만 먹구름들이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는 하루였다.
하늘에선 먹구름 때문에 비가 주룩주룩 내렸고, 아이들은 하나둘씩 야자를 끝내고 각자의 집이나 학원을 향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우리도 그중에 하나이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굉장히 다양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빠른 주택가 길을 선택했다.
콧속을 찌르는 음식물 쓰레기봉투 냄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배까지 잡고 깔깔거릴 정도로 귀가 아픈 웃음소리, 드문드문 세워져 있어도 자꾸 전구가 깜박거리는 고쳐지지 않은 가로등까지.
이 주택가는 희한하게도 대한민국의 서울, 우리나라에서 제일 발달된 도시에 있다는 것과 누구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심지어 내가 6살 정도로 어렸을 때는 서울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가 여기서 절 반 이상 일어나기도 했다.
평소에 뉴스나 볼 꼬맹이들이 아니었기에, 아이들은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곳 폐가에 은신처를 만들며 놀았다.
하지만 그 사건이 터져버리자 아이들은 엄마 아빠한테서 주택가 출입 금지라는 명령을 받았었다.
그 사건은 소아를 상대로 흥분을 느끼는 미친놈이 있었던 것인지 엄마가 말하는 바에 따르면, 잠시 슈퍼에 다녀오는 동안 이름 모를 아저씨가 사탕을 주면서 같이 따라가자고 말했다.
쯧, 지금 생각해 보면 교과서에 쉽게 나올만한 얘기라서 거절하겠지만 아직 나는 어렸을 적이었다.
작은 발로 아저씨를 따라 걸어가서 엄마는 얼마나 가슴이 쿵쿵 뛰었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한다.
엄마는 절대 이곳에 볼일이 있지 않는 이상 혼자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이곳에서 공부를 잘하기로 유명한 고등학교에 합격하는 바람에 내 친구 예린이랑 같이 다니는 조건으로 지나다니고 있는 거였다.
아침 뉴스에 일주일에 한 번은 기본으로 나올 정도로 상당히 위험했던 이곳은 곧 괴담의 원산지가 되고 말았다.
왜, 꼬마 애들이 만들어내는 유치한 괴담 있잖아?
내가 알기로는 괴담의 절 반 이상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학기 초에는 괴담이 생각하니 고등학교 1학년의 나이임에도 무서웠고, 너무 어두워서 길을 돌아가더라도 이곳만큼은 지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쏟아지는 과제와 시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린이랑 같이 지나가기로 약속했다.
쏟아지는 빗소리와 주위 도로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차들의 경적 소리를 노래처럼 들으며 찰박찰박 물웅덩이를 밟고 지나가는 우리였다.
"야, 근데 우리 여기 지나갈 때마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무서워하지 않았어?"
"헛소리 그만하고 내 최애 얼굴이나 보면서 정신이라도 차리지그래?"
"너 지난번에 좋아했던 아이돌은 어딨어? 걔는 좀 잘생겼던데."
"그냥 흥미가 식었어. 그리고 이번에 좋아하는 최애는 배우라고 하더라. 너무 멋지지 않니? 막 내가 촬영실에 오면..."
"친구야, 내가 친구로서 충고하는 건데 당장 꿈 깨지그래?"
예린이는 한 손에는 형광색 노란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핸드폰으로 이번에 새로 바뀐 최애의 인스타와 페이스북에 들어가 구경했다.
어찌나 좋아죽던지 입꼬리가 귀밑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힐금 쳐다보니 이 배우, 자기 얼굴 완전 잘생겼다는 건 잘 알고 있는 건지 SNS 게시물에는 온통 배우의 사진뿐이었다.
솔직히 이번에는 나보다 훨씬 더 큰 어깨, 네임펜으로 그린 것처럼 선명한 이목구비, 검은 흑발까지 최고의 조합이었다.
"이번에는 내 인생 최고의 최애니깐 절대 놀리지 마."
"알았어. 그럼 이제 곧 마약 걸리는 거야?"
"오냐, 네가 죽고 싶다는 유언 잘 들었으니깐 굳이 살 필요는 없는 거 같네."
"한 번만 살려주십쇼."
마음이 소심한 사람 한 명은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무섭고 매서운 살기를 뿜어내며, 손으로 내 목덜미를 잡아 목을 졸랐다.
이게 과연 평범한 여고생의 위력이라는 것이 정말이지 무서웠다.
마치 보디빌더 아저씨가 여장을 하고 학교에 몰래 잠입했다는 것만큼?
차라리 이 힘을 내게 쓰지 말고 다른 체육 대회에 나갔으면 금방 체육계를 여왕처럼 다스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근데 너 징크스 있는 거 아냐? 이번에는 왜 아닐 거라고 생각해?"
"으음... 아니? 나랑 같은 이 씨 성을 가졌기도 하고, 그런 징크스 따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제 확실해졌어. 아까 배우라고 했지? 난 걔가 올해 안에 마약 사건 터진다에 한 표."
"그냥 너는 정말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였구나. 괜찮아, 이제 내가 재활용해 줄게."
이미 예린이의 손에 목이 잡혀서 공중에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어서 숨 한 번 쉬기도 힘들어서 헉헉거리는 나를 보며 예린이는 방실방실 웃었다.
"너같이 취향 존중을 해주지 않는 놈은 그냥 나가 죽어야 해."
"그럼 넌 그분 팬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카페에만 가도 너 저리 가라고 소금 뿌릴 정도잖아."
"... 나도 이런 징크스 있어서 얼마나 힘든 줄은 알아? 너도 한 번이라도 당해봤으면 좋겠다."
"미안, 나는 너처럼 학교 최고 인기녀도 아니고 범생이도 아니라서."
예린이는 어린애처럼 눈가에 눈물을 울먹거리며, 내 목을 잡고 있던 손에서 천천히 힘을 빼냈다.
덕분에 난 다시 발로 땅을 밟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고.
이예린. 나와 같은 아파트 옆집에 사는 가장 친한 소꿉친구였다.
어릴 때부터 공부라면 공부, 체육이라면 체육, 인성이라면 인성,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미친 스펙의 여자애였다.
이 녀석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그녀를 학교 반장과 인기녀라는 것만 알고 있겠지.
사실 가장 오래되고 친한 친구인 나만 아는-심지어 얘 부모님도 모르는 사실이다-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예린이한테는 어떤 징크스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가명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연예인 카페에서는 이미 소문이 퍼진지 오래였다).
뭐 징크스 하나에 별 대수라며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걸 학교 최고의 인기녀가 아직도 모태솔로인 이유 중 하나이다.
바로 '좋아하는 사람은 무조건 범죄를 한 번이라도 저질렀거나 아니면 최고의 인성 쓰레기가 걸려든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람을 잘 고를 수가 있겠지만, 사실 알고 보면 예린이는 나와 같이 평범한 여자애가 좋아할 만한 연예인들을 좋아했다.
다만 좋아했던 연예인 전부 범죄를 저질러 본 경험이 있었다는 거고.
마약, 성폭력, 살인, 뇌물, 공갈, 협박, 일진... 이런 걸로 컬렉션 만들어도 책 한 권은 나올 수 있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예린이는 방금처럼 힘도 좋고 나 빼고 다른 사람들 전부를 의심하고 있기에 별문제는 없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신께 가장 좋은 축복과, 가장 나쁜 저주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고대 그리스에 태어났다면 사제로 태어났을 지도 모른다.
"어휴, 그렇게 계속 개답답하게 살면 뭐 어쩔 건데? 걍 가테나 돌려야지."
"가디언테일즈? 그건 카카오 묻어서 난 절대 안 해."
"걱정 마. 나는 너 여기에 절대 접속 못 하게 입문도 안 시킬 거야."
이때 우리가 쓰고 있던 우산에 내리던 빗방울이 더 이상 내리지 않자, 하늘을 올려다본 나였다.
아까와는 달리 시커먼 먹구름들로 가득했던 밤하늘은 언제부터인가 서울치고는 맑아져 있었다.
이제 비도 내리지 않으니 우산을 내린 내 눈에는 무언가 지금까지 걷던 주택가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뭐야, 뭐가 바뀐 거지?'
이곳에 난 나와 예린이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바뀌진 않았지만, 사람의 감이라는 것이 있었다.
익숙하게 봐오던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이상하면서 내가 틀린 건지 잘 모를 때였다.
우리 옆에 한 수상한 가게가 주택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와~^^ 원래였다면 떡상해서 조회수가 이미 100은 넘었을 텐데 우리 콩스가 참 ㅈ. 같. 다.
참고로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니고, 마지막에 나오는 책 표지에 있는 가게랑 분위기가 비슷해서 올리는 거임
이것마저 삭제되면 넌 진짜 노답이다 콩스야
다른 게임 언급은 왜 안 짜르는데...
첫댓글 다음화!
참고로 스토리 엄청 느릴테니 각오 하시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1.27 17:12
@가람교교주로써 가람이는내꺼임 내꺼 그건 스포인데...그래도 5화 이내로 나옴
@넙춘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