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냥 꽃잎을 쓸다(황청원 詩, 김양수 畵)
황청원 시인의 시에 김양수 화백의 그림을 곁들인 시화집『달마가 웃더라 나를 보고』(책만드는집, 2025.)에 실려 있는 시「그냥 꽃잎을 쓸다」와 그림을 옮겨 보았는데...선문답(禪問答)이 으레 그렇듯 짧은 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꽃잎 떨어질 그 빈자리가 곧 조용하고 동요가 없고 순일(純一)하고 평온한 마음의 자리이니, 번뇌에서 벗어나는 일도, 꽃이 피고 꽃이 지는 봄의 현상과 흐름과 변화를 바라보는 일도 내 마음에 빈자리를 만들어 두고서 하라는 말씀이라는 문태준 시인의 해석이 명쾌하다.
그냥 꽃잎을 쓸다(황청원)
너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
마음 번뇌를 쓸어내고 있습니다
번뇌는 내버려두고 꽃잎을 쓸거라
다시 꽃잎 떨어질 빈자리 생길 수 있게
2. 별을 삽질하다(허문영 詩)
선문답(禪問答)의 의미를 담은 황창원 시인의 시를 읽으니 문득 허문영 시인의 시집「별을 삽질하다」(달아실, 2019.)에 실려있는 동명의 시가 생각이 나는구만. 그의 시들을 읽으면 짧은 글에서 삶의 깊은 의미를 음미할 수 있게 해 주는 교외별전(敎外別傳)의 시문이라 할 수 있으리니...에공! 아무리 가인박명(佳人薄命)이라지만 이름 모를 풀벌레 한 마리도 긍휼히 여기고 애틋하게 사랑했던 허문영군이 문득 그리워지는 밤이네 그랴.
별을 삽질하다(허문영)
오대산 북대 미륵암에 가면 덕행스님이 계시는데, 매일 밤 별이 쏟아져 내려 절 마당에 수북하다고 하시네.
뜨거운 별이면 질화로에 부삽으로 퍼 담아 찻물 끓이는 군불로 지피시거나, 곰팡이 핀 듯 보드라운 별이면 각삽으로 퍼서 두엄처럼 쌓아두었다가 묵은 밭에다 뿌려도 좋고, 잔별이 너무 많이 깔렸으면 바가지가 큰 오삽으로 가마니에 퍼 담아 헛간에 날라두었다가 조금씩 나눠주시라고 하니, 스님이 눈을 크게 뜨시고 나를 한참 쳐다보시네.
혜성같이 울퉁불퉁한 별은 막삽으로 퍼서 무너진 담장 옆에 모아두었다가 봄이 오면 해우소 돌담으로 쌓아도 좋고, 작은 별똥별 하나 화단 옆에 떨어져 있으면 꽃삽으로 주워다가 새벽 예불할 때 등불처럼 걸어두시면 마음까지 환해진다고, 은하수가 폭설로 쏟아져 내려 온 산에 흰 눈처럼 쌓여 있으면 눈삽으로 쓸어 모아 신도들 기도 길을 내주시자 하니, 하늘엔 별도 많지만 속세엔 삽도 많다 하시네.